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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커피 쏟아서 엉망 된 버스…'음료 반입 금지'에 갑론을박

[리포트+] 커피 쏟아서 엉망 된 버스…'음료 반입 금지'에 갑론을박
*그래픽
제목: 버스 탈 때 커피요
저는 뚜벅이라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요. 특히 버스를 자주 타요. 그런데 대구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커피 들고 버스 타려다가 거절당했어요. 얼음만 남은 커피도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데 살 때는 이런 일 없었는데 적응이 안 되네요.
댓글: 바뀐 지 오래됐어요. 차가운 음료 쏟으면 다치지는 않는데 뜨거운 음료는 위험하고, 한 손으로 컵 들고 있다가 넘어지는 일도 많아서 그렇대요. //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대구에 산다고 밝힌 작성자는 버스에 커피를 들고 탔다가 기사로부터 제재받은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부터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커피 등 내용물을 흘릴 수 있는 음료의 시내버스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11월 중순부터 모든 시내버스 안에서 음료 반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버스 안 음료 반입을 자제하는 방송까지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버스음료반입금지
■ 테이크아웃 컵 금지…대구 버스에 스티커 붙은 이유는?

대구시는 2년 전부터 버스 내부에 '테이크아웃 컵 금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내용물이 흐를 수 있는 음료의 반입을 막아왔습니다. 대구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버스 기사님들로부터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와 2015년부터 안내 방송을 하는 등 음료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자체별로 마련된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의 '물품 등의 소지 제한'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불결·악취 등 승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물품에 대해 운송을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구시 역시 해당 조항을 근거로 음료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쏟을 가능성이 있는 커피, 주스 등을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되는 품목으로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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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 '물품 등의 소지 제한'
버스 기사는 불결·악취 등 승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물품에 대해 운송을 거절할 수 있다 //
■ '다른 사람들 어떻게 앉으라고'…좌석 다 적시고 떠난 승객

실제로 버스에서 누군가가 흘린 음료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시민들의 경험담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37살 김정미 씨는 SBS 취재진에게 최근 버스에서 겪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평소 출퇴근길에 광역버스를 이용하던 김 씨는 금요일 퇴근길에 기막힌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한 승객이 내릴 준비를 하던 중 커피를 쏟아 좌석이 앉지 못할 정도로 흥건하게 젖은 상태였습니다. 김 씨가 버스 기사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커피를 쏟은 승객은 오히려 운전 중인 기사에게 휴지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기사가 "휴지 찾을 겨를이 없으니 그냥 내가 치우겠다"고 하자 승객은 아무 대처도 하지 않은 채 내린 겁니다.
버스 제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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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 버스에 커피 흘리고 그냥 하차한 승객 목격]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출근길 버스에서 다른 승객이 셔츠에 커피를 흘리는 바람에 아침부터 기분이 상했다'는 누리꾼의 글도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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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출근길 입석 버스에서 커피 들고 타는 게 정상?
어제도 오래간만에 입은 밝은색 셔츠에 아메리카노 도장 찍혀서 아침부터 기분 상하고 세탁비 받아내느라 싫은 소리 하느라 이래저래 피곤했음. 컵 입구가 막혀 있다면 이해를 하지만 진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밀봉 안 된 음료는 들고 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
■ "조심히 들고 타는 사람도 많은데" 일각에선 지나치다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인 버스에서 음료 반입을 금지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32살 직장인 A 씨는 "평소에 커피를 좋아해 버스에 들고 타지만 입구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아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한다"며 "부주의한 몇몇 사람 때문에 조심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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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직장인 A 씨
서울시가 11월 중순부터 '시내버스 안에서 음료 반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내 돈 주고 산 커피도 버스에서 마음대로 못 마시는 거냐", "버스 기사가 난폭 운전만 안 하면 쏟을 일 없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지자체 측 "사고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안전 조치다"

지자체 측은 버스 안에 음료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승객 간의 갈등을 줄이고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책'이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음료를 흘릴 경우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특히 뜨거운 음료의 경우 화상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등 사고가 우려된다"며 "'물품 등의 소지 제한' 조항에 따라 사고 예방 차원에서 실시하게 된 안전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측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중교통 이용 시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은 공통적입니다. 또 버스 안 음료 반입 금지 안내방송은 권고 사항으로, 어기더라도 처벌받지 않지만 처벌 이전에 타인을 배려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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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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