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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18 출격 대기…같은 문건, 상반된 해석

[취재파일] 5·18 출격 대기…같은 문건, 상반된 해석 메인
1980년 5.18 항쟁 당시 공군 전투기들의 출격 대기 사실을 보여주는 문건 하나가 공개됐습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이 공군에서 받아 공개한 문건입니다. 5.18 때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 대기를 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쟁점은 출격 대기의 목적입니다.

문건은 <5.18 광주소요사태 상황전파 자료>입니다. 전투기들이 광주를 공습하기 위해 출격 대기를 했다고 주장하는 쪽과 전투기들이 북한 도발에 대비해 출격 대기했다고 주장하는 쪽이 각각 해석하는 문건의 속뜻이 완전히 다릅니다. 어느 쪽 해석이 맞을까요.

● "전투기들은 광주를 폭격하기 위해 출격 대기했다"
자료화면
  ○ 전 기지 전통 지시
 16:35 C/S 지시사항 광주 C-123FL 대기 
                         2F-5F/B 비상대기 

문건의 한 페이지에는 위와 같이 적혀 있습니다. C/S는 공군 참모총장입니다. ‘광주 C-123FL 대기’는 공군 광주 기지에 있는 C-123 수송기에 야간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레어(flare)를 장착하고 대기하라는 의미입니다. ‘2F-5F/B 비상대기’는 F-5 복좌기 2대를 비상대기하라는 뜻입니다.

80년 5월 21일 상황입니다. 그 날 오후 1시쯤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집단 발포했고 오후 4시에는 북한의 도발 우려가 크다는 의미인 ‘진돗개 2’가 전군에 발령됐습니다. 그리고 35분 뒤인 4시 35분 공군 참모총장이 위와 같은 지시를 내렸습니다.

5.18 때 전투기들이 광주 폭격을 위해 출격 대기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공군 참모총장이 광주 기지에 수송기 1대와 F-5 전투기 2대의 출격 대기를 지시했고 이는 광주를 폭격하기 위한 준비라고 주장합니다. 당시 공군 참모총장인 고(故) 윤자중 씨가 1995년 검찰 조사에서 “당시 북한 공군이 남침할 징후는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이 진술을 근거로 출격 대기한 전투기들은 도발 징후가 없는 북한이 아니라 광주를 노렸다고 말합니다. C-123에 조명탄처럼 쓸 수 있는 플레어를 장착한 것은 전투기가 야간에 광주를 폭격할 때 지상 목표물을 비추기 위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 "전투기들은 북한 도발에 대비해 출격 대기했다"
[취재파일] 5·18 출격 대기…같은 문건, 상반된 해석2
○ 전 기지 전통 지시
16:35 C/S 지시사항 광주 C-123FL 대기 
                        2F-5F/B 비상대기 

16:50   공군 예하 전 부대 진돗개“둘” 조치완료

전투기들이 북한 도발에 대비해 출격 대기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 전 기지 전통 지시’에 주목했습니다. ‘광주 C-123FL 대기’는 광주를 특정했기 때문에 광주 기지의 C-123 수송기의 대기를 뜻하지만 ‘2F-5F/B 비상대기’는 모든 공군 기지에 F-5 복좌기를 2대씩 비상 대기시키라는 지시로 해석합니다. ‘○ 전 기지 전통 지시’이기 때문에 앞에 광주라고 적히지 않은 ‘2F-5F/B 비상대기’는 전국 모든 공군 기지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후 4시 50분 기록은 ‘공군 예하 전 부대 진돗개“둘” 조치완료’라고 돼있습니다. ‘○ 전 기지 전통 지시’가 내려간 뒤 15분 만에 전국 모든 공군 기지에서 조치를 마쳤다는 의미입니다. 광주 기지만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광주 공군 기지의 군인들은 당시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 광주에 살았기 때문에 광주 기지 전투기로 광주를 폭격할 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광주 기지 전투기가 광주를 폭격하는 것은 제 손으로 제 가족을 몰살하는 일입니다. 광주의 C-123 수송기는 공수부대의 야간 작전 지원을 위해 대기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1. 연합사 AWACS KADENA 전개 요청
- 12 시간 후 결정            
2. MID WAY     
                > 24일경 전개
CORAL SEA


같은 페이지에는 위와 같은 기록도 있습니다. ‘연합사 AWACS KADENA 전개 요청’은 미군 측에 일본 가데나 기지에 있는 조기경보기 AWACS의 한반도 전개를 요청한 것입니다. 미드웨이(MIDWAY)와 코럴시(CORAL SEA)는 당시 미 해군의 주력 항공모함입니다. 미 해군 항공모함 2척이 80년 5월 24일쯤 한반도 가까운 해역으로 진입한다는 뜻입니다.

전투기들이 북한 도발에 대비해 출격 대기 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조기경보기와 항공모함 2척이 한반도로 오는 것은 광주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고, 당시 한미 양국 군이 북한의 도발을 우려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합니다. 조기경보기 AWACS는 레이더를 가동해 적기를 포착하는 임무의 항공기입니다. 광주 시민군들이 전투기를 운용했다면 모를까, 시민군 진압을 위해 필요한 전력이 아닙니다. 

항공모함 2척 역시 광주보다는 북한의 도발과 관계가 깊다고 주장합니다. 한 페이지에 불과한 기록이지만 페이지를 좁게 보느냐, 전체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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