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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④ : 한·중·일 비교했더니…한국은 외래생물 20종 '무방비'

지난 8월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독개미 유입에 따른 검역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일본 등 주변국에 '독개미'가 유입됐는데,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검역을 강화했다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서 '독개미(Fire ant)'를 '불개미'라고 부르고 있는데, 여기서 'Fire'는 '불'이 아닌 '쏘다'는 의미라며 '독개미'라고 불러야 한다는 설명도 추가됐다.
[마부작침] 외래종 정부 보도자료
한 달 후, 붉은독개미 검역망이 뚫렸다. 지난 9월 29일, 부산 감만부두에서 붉은독개미 1천 여 마리가 출몰한 것이다.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아 우려가 커졌던 10월 3일, 정부는 돌연 붉은'독'개미 명칭을 붉은'불'개미로 변경했다. '불개미'는 잘못된 명칭이라던 과거 발표를 뒤집은 것이었다. 한국보다 앞서 '붉은독개미'가 발견된 일본에서 '불개미'로 부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검역당국이 명칭조차 제대로 정해놓지 않았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하필 검역을 강화했다고 밝힌 항만에서 속절없이 검역망이 뚫린 건 운이 나빠서였을까, 또는 우연이었을까? 붉은불개미 소동은 한국의 외래생물 관리의 미흡함,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많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 ①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 ② 줄어드는 생물종, 늘어나는 외래종…"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 ③ 외래생물 80%,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기사에 이어 한국과 해외 국가의 외래생물 대책을 비교해 개선 방안을 파악하고, 또 다른 위험 외래생물을 추적했다.

● 일·중에서는 '블랙리스트', 한국에선 '무방비'

붉은불개미는 일본에선 한국의 '생태계교란종'에 상응하는 '특정외래생물'로, 중국에선 '한국의 위해우려종'격인 '외래침입종'으로 지정돼 있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외래종은 유입 방지 모니터링 대상이 되고, 반입 및 유통도 제한된다. 양국에선 이미 법적 제재 대상이 됐지만, 붉은불개미는 한국에선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한국, 일본, 중국은 생태계가 비슷하다. 제3국과 교역이 활발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중일 3국간 인적· 물적 교류도 빈번하다. 때문에 중일에서 잇따라 붉은불개미가 발견됐을 때 한국도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터다. 하지만, 때를 놓쳤고, '붉은불개미'는 국내에 공포를 몰고 왔다.

이렇게 한국에서만 사각지대에 놓인 외래종은 붉은불개미뿐일까. <마부작침>은 일본 환경성, 중국 환경보호부의 자료를 입수해, 관리대상 외래생물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일본과 중국에서 공통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지만, 한국에선 무방비 상태인 외래종이 20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부작침] 일본, 중국에서 블랙리스트 한국에서 무방비
왕성한 식성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향쥐',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폐선충의 중간 숙주로 알려진 '왕달팽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일본이나 중국에서 한국의  생태계교란종격인 '특정외래생물(일본)'이나 '생태계위해외래종(중국)'으로 지정된 것도 11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교란종은 이미 유입된 외래생물의 퇴치, 위해우려종은 국내 유입되지 않은 외래종의 차단에 방점을 두고 만든 제도이다. 위해우려종 지정은 외래생물에 의한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수단이다. '사전적 조치'라고도 불리는데, 외래 생물 대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중일에서 이미 피해를 주는 생물은 국내에서도 위해 가능성이 높다는 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이런 생물을 한국 정부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13 대 46'…IUCN 기준 4배 수준의 방어막 차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13년, 전문가 650여 명의 공동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을 선정했다. 원산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유입되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악질 외래 생물들이었다. 각국에 자국의 생태계 파괴를 피하려면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하라"고 보낸 경고이기도 했다.

이런 경고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한국과 일본이 달랐다. 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중 한국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것은 5종에 불과하다. 배스와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영국깻끈풀, 붉은귀거북이다.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된 것도 인도구관조, 노랑미친개미, 호주갈색나무뱀 등 8종이다. 즉,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중 한국이 대비를 하고 있는 건 13종 뿐이다.
[마부작침] IUCN 100대 리스트 중 생태계교란종 지정 현황 한국 일본 비교
반면, 일본은 IUCN의 100대 악성침입외래종 가운데 '특정외래생물(한국의 생태계교란종)'로 19종, '생태계피해방지외래종(한국의 위해우려종)'으로 46종을 지정하고 있다. 특정외래생물로 지정된 19종은 생태계피해방지외래종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일본은 한국의 4배 수준인 46종에 대해 광범위한 방어막을 치고, 19종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특정외래생물' 중 아직 국내에 유입되지 않은 생물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야 된다고 말한다. 한국과 일본의 생태계가 거의 유사한 만큼 해당 생물이 국내에 유입되면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본의 특정외래생물 19종 중 국내 반입이 확인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3종(배스, 뉴트리아, 황소개구리)을 제외하고,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된 것은 호주갈색나무뱀 등 3종에 불과하다. 나머지 13종에 대해선 무방비 상태다.

● 턱없이 부족한 '침입외래종 리스트'…"정부의 의지 문제"

'생태계교란종'과 '위해우려종' 숫자가 외래생물 대비 수준을 전부 대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숫자가 턱없이 적다면 외래생물 대비 수준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는 건 분명해 보인다. 생태계교란종, 위해우려종과 같이 법으로 지정된 생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리·감독 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물론이고, 반입도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침입외래종' 리스트가 적은 한국은 일본에 비해 외래생물 대비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부작침] 한,일 침입 외래생물 대비 현황
한국에서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건 20종이다.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 등이다. 반면, 일본은 132종을 특정외래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이 127종의 위해우려종을 지정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429종을 생태계피해방지종으로 지정해 자국 내 반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보다 몇 배나 넓고 촘촘한 방어막을 치고, 외래생물 침입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좁은 방어막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을까. 예산과 인력의 상대적 부족, 일본에 비해 늦은 준비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와 관심 부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침입외래종을 오래전부터 연구한 방상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침입 외래생물을 생태계 교란종이나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하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방상원 연구위원은 "위해우려종 등으로 지정하면 수입이나 유통 및 사육 등이 엄격히 제한돼 관련 업계가 반발하는데, 부처 공무원들이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연구위원은 "정부가 침입외래생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관리대상 리스트 확대는 어렵다"고 일갈했다. 외래생물을 관리하는 국립생태원 관계자도 "생태원에서 위해성을 분석해 제시하더라도, 환경부에서 지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부처 간 협의도 순탄치가 않다"고 토로했다.

● '붉은불개미', '사향쥐', '왕우렁이'…차기 '생태계교란종' 유력 후보

그렇다면 향후 어떤 외래생물이 '요주의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을까. <마부작침>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의 '관리 대상 외래생물' 목록 분석은 물론,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정밀조사' 현황을 전수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외래생물 관리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인 '1차 외래생물 관리계획(2014~2018)'이 있다. 내년까지 '생태계교란종'으로 28종을 지정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0종인데, 계획대로라면 1년 사이 8종이 추가로 지정돼야 한다. '생태계교란종'은 국립생태원이 주도해 국내 생태계 유입 확인, 정밀조사,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하고, 환경부 주도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지정된다. 통상 3~4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부작침] 생태계 교란종 지정 절차
국립생태원의 '정밀조사 모니터링' 대상에 올랐던 외래종은 '잠재적 생태계교란종'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정밀조사'가 수차례 이뤄졌다면 '생태계교란종' 지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마부작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2017년 정밀조사 보고서'를 포함해 최근 12년 간의 '정밀조사 모니터링 보고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외래종 중 두 차례 정밀 조사가 이뤄진 건 4종류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사향쥐'와 '왕우렁이', '리버쿠터거북', 그리고 '가죽나무'다.

이 중 올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향쥐와 왕우렁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지정 절차와 관련있다. 정밀 조사가 이뤄지면, 해당 생물이 생태계에 어느 정도 피해를 주는지를 살펴보는 '위해성 평가'를 하게 된다. 이 작업이 1~2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리버쿠터거북은 이 '위해성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가죽나무는 2010년과 2011년 정밀조사가 이뤄졌는데, 그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반면, 사향쥐는 2008년과 지난해, 왕우렁이는 2007년과 올해 정밀 조사가 시행됐다.1차 정밀 조사 후 위해성 평가를 거친 뒤, '생태계교란종'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에 앞서 한 차례 더 정밀 조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향쥐'는 일본에서 '특정외래생물(한국의 생태계교란종)'로, '왕우렁이'는 중국에서 '위해침입종(한국의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돼 있는 것도, 두 외래종의 생태계교란종 지정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모든 과정을 다 거쳐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는 건 아니다. 환경부는 '붉은불개미'를 이르면 올해 안에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밀조사, 자체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관심(공포)이 동력이 됐다. 때문에 향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생물이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높게 쳐진 정부 부처 간 칸막이…컨트롤타워 필요

외래종에 대해 효과적 대응을 위해선 무엇보다 통합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붉은불개미 사태는 정부 부처 간 격벽, 일원화되지 못한 대응이라는 문제점을 여실히 노출하며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높였다.

환경부는 일본과 중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붉은불개미를 왜 '위해우려종' 등으로 지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붉은불개미'를 검역대상으로 지정해 놨기 때문에 환경부에서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검역 병해충으로 지정한 건 1,500종이 넘는다. 이들에 대해선 외래생물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답변이다. 부처 간 정보 교류와 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부작침] 국내 외래생물 관련 법령
전문가들은 외래생물 관련 법률이 10개가 넘고, 소관부처도 제각각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외래생물에 효율적 효과적 대응을 위해 정부도 공감했다. 지난 2014년 '1차 외래생물관리계획'을 선언하면서 '통합관리'를 목표 중 하나로 삼았다. 하지만, 계획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의 목적은 통합적 관리와 부처 간 협업이다. 미국은 범정부 기구 설치했다. 미국은 국부부와 재무부, 국방부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침입종위원회'를 설치해 부처 간 협업을 강제하고 있다. 일본은 부처 간 공동 입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004년 6월 제정된 '특정외래생물에 의한 생태계 피해 방지 법률'은 환경성과 농림어업성이 외래생물을 함께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조치인 '검역'을 책임지는 농림어업성과 사후조치인 '관리와 퇴치'를 담당하는 환경성에 공동 책임을 물어 양 부처의 협업을 강제한 것이다.

권오석 경북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처 간 업무가 파편화 돼 있어서 외래생물 대비에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고 비판한다. 권오석 교수는 "부처 간 업무가 나눠진 상황에선 외래생물에 대한 종합적 대응을 기대하기 힘들고, 책임 떠넘기기로 이어져 대응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 교수는 "향후 붉은불개미가 내륙에서 발견될 경우, 환경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검역 실패를 비판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환경부의 추적 추적·관찰 실패를 비판하며 책임을 떠 넘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한번 무너지면 복원 불가능한 생태계…패러다임 전환 필요

대표적인 휴양지인 괌에선 2차 세계 대전 후 '갈색나무 뱀'이 유입되면서 현지 생태계가 파괴됐다. 괌 뜸부기를 비롯한 토착 조류 18종 중 7종,  토착 도마뱀 5종이 멸종됐다. 갈색나무 뱀이 전신주를 타고 다녀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인간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도 발생했다.

괌의 사례는 더 이상 딴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도 뉴트리아, 황소개구리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는 현실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지만, 퇴치는 요원하고 무너진 생태계의 복원도 쉽지 않다. 사전에 우리의 생태계로 침입을 막지 못한 대가다.

외래생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침입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현재의 방식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효과는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사전조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붉은불개미' 사태를 반복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반복된 외래생물의 침투는 결국 인간을 겨냥할 수도 있다.

[마부작침] 외래종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개발 : 임송이
인턴 : 홍명한        

▶ [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① :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 [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② : 줄어드는 생물종, 늘어나는 외래종…"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 [마부작침] 종(種)의 종말 ③ : 외래생물 80%,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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