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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박근혜 청와대 "말 잘 들으면 돈 주고 안 들으면 주지마"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7년 10월 23일 (월)
■대담 : 강청완 S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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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계 블랙리스트, 朴 취임 후 곧바로 작성
- 문건 내용 “좌파 문화예술인들, 국론 분열… 정치 오염”
- “골수 좌파 조직, 정부 지원 대상 선정 시 철저히 배제”
- 좌파 문화예술계 현황…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탁현민 등
- 문건 내용, 오랜 기간 면밀한 조사 없이는 작성 어려워
 
 
▷ 김성준/진행자:
 
박근혜 정부 당시에 작성된 것으로 밝혀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 법원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 22조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의 1심 재판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죠. 이게 김기춘 비서실장이 취임한 이후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는데. 이게 보니까 꼭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김 실장이 취임한 이후가 아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그러니까 김기춘 실장이 첫 초대 비서실장이 아니잖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블랙리스트 작업을 기획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어제 SBS 8시 뉴스에 이 소식을 단독 보도한 정치부 강청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강청완 SBS 기자:
 
예.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죠?
 
▶ 강청완 SBS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7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해서 당시 제목만 발표했던 건데. 저희 취재진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을 통해서 그 내용을 확인한 겁니다.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제목의 문건인데. 이른바 ‘문화계 좌파 세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면서 이들이 사회 갈등과 분열을 지속적으로 획책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말 그대로입니까?
 
▶ 강청완 SBS 기자:
 
예. 제가 워딩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구체적인 문화계 장악을 위한 방안으로 지원금을 통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작업을 시사하고요. 또 블랙리스트 형태를 띤 좌파 문화계 예술계 현황이라는 문서도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설명해주신 이 문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만들어진 것이다.
 
▶ 강청완 SBS 기자:
 
예. 그렇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가진 게 지난 2013년 2월 25일이었거든요. 김 앵커께서도 기억하실 텐데. 이 문건을 잘 살펴보면 몇 개 날짜와 이벤트들이 등장하는데. 이 팩트를 종합해보면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2013년 3월로 확인됩니다. 2월 말에 박 전 대통령이 취임했으니까 곧바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네요. 2월 25일 날 취임했는데 3월에 문건이 만들어졌다. 그러면 취임하자마자 각 수석실마다 여러 가지 보고서, 앞으로 국정계획 같은 것 만드는 과정에서 이것도 들어간 것 아닌가 싶은데.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 강청완 SBS 기자:
 
예. 이른바 좌파 문화예술인들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편향된 가치관 조장에 몰두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그 사례로 진보적 성향인 문화예술단체와 인물 등을 열거합니다. 이들이 순수창작활동보다는 정치투쟁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히 선거 정국에 좌파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정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썼습니다. 국론을 분열시킨다, 정치를 오염시킨다는 표현에서 보듯 당시 청와대가 이른바 문화계 좌파로 규정한 이들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또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영화사도 불량 사례로 등장하는데. 이들이 건전 영화 투자를 외면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다는 내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건전 영화. 건전하면 우리가 영화는 잘 안 보게 되는 것 같은데. 거기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제시하는 대목이 나오는 겁니까?
 
▶ 강청완 SBS 기자:
 
이런 문화계 좌파들의 현황을 정리한 다음에 이들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하는 방책으로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시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2013년 3월부터 시행되는 100억 원 규모의 예술인 지원 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공헌자 위주로 선정하고, 골수 좌파 조직은 정부 지원 대상 선정 시 철저히 배제해 점진적으로 격리를 추진한다’. 이렇게 써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게 말이 너무 강해서. 계속 강 기자가 쓰는 말인지 아니면 정확히 문서에 나오는 말인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 강청완 SBS 기자:
 
이게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제가 워딩은 그대로 옮긴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네. 그대로 따옴표 해서 하는 겁니다. 골수 좌파 조직 이런 것.
 
▶ 강청완 SBS 기자:
 
그러니까 거칠게 요약하면 말 잘 들으면 돈 주고, 말 안 들으면 돈 안 준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내용인데. 추가로 저희가 확인한 이듬해 2014년 8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문건에도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문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지원에서 배제하고 건전애국영화에 5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원한다. 이런 구체적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청와대가 출범 직후부터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이듬해부터 착착 진행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내용인데요. 실제로 저희 SBS가 지난해 말 문화계 블랙리스트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이 리스트에 언급된 단체 대부분이 지원금이 끊기고 불이익을 받은 내용이 당시에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까 블랙리스트 형태 문건도 있다고 했는데. 그게 지금 그런 문건을 얘기하는 겁니까?
 
▶ 강청완 SBS 기자:
 
예. 좌파 문화예술계 현황이라고 분량으로는 1장짜리 문건인데. 문화예술과 영화, 연예 항목으로 구분해서 해당 단체와 단체 동향, 인물 이름까지 세세히 적고 있습니다. 문화 단체로는 민예총, 작가회의, 문화연대 같은 단체가 이름을 올렸고요. 저희가 알만한 이름으로는 방송인 김제동, 가수 윤도현, 개그우먼 김미화 씨와 배우 김여진, 권해효 씨 등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탁현민 현 청와대 행정관 이름도 나오고요. 저희가 예전에 보도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을 받아서 대조해봤는데 이 이름들은 다 빠짐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죠. 그 때 기억으로 그러네요. 이게 내용을 들어보니까 결국 문건 작성 시점이 우리가 재판에서,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나왔던 시점보다 여러 달 앞당겨진 거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이게 사실 취임하고 나서 이 정도의 방대한 문건을 만들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텐데. 2월 25일 취임해서 3월에 이 문건이 완성됐다면 보고가 얼마나 됐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거죠.
 
▶ 강청완 SBS 기자: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지만 문건이 작성됐다면 이것은 취임한 뒤에 만든, 모든 자료가 취임한 뒤에 만든 것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 강청완 SBS 기자:
 
예. 저희가 문건 작성 시점을 문건 내용으로 봤을 때는 3월인데. 사실 그 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 문건 내용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상당히 오랜 기간 면밀한 조사 없이는 작성되기 어려운 내용들입니다. 최근 현 정부 출범 이후 구성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 문건의 내용과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가져다가 베꼈구나.
 
▶ 강청완 SBS 기자:
 
그런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당시 청와대가 바로 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국정원, 혹은 다른 어느 기관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인수인계 받고 정권 초반부터 준비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우아하게 표현하니까 인수인계 받은 건데 사실은 우리가 보도자료 항상 보면 그렇지만 뭐 하나 정책 발표하면 항상 작년에 했던 것 토씨만 바꿔서 내는 보도자료들이 많았잖아요. 그런 류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어제 이어지는 보도를 보니까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공무원 사찰을 했다. 이런 소식도 있던데. 이것도 문건으로 나온 건가요?
 
▶ 강청완 SBS 기자: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따로 꼭지를 떼서 보도를 했는데. 역시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또 문화 4대 기금 관리 집행부서 문제 인사 등의 문건입니다. 역시 당시 제목만 공개됐었는데 저희가 내용을 처음 확인했는데요. 지난 정부 당시 문체부 내부에서 민정수석실에서 주요 간부들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본다더라, 사찰한다더라. 이런 소문이 돌았는데 그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그 내용을 보면 굉장히 세세하고 저희가 다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일 뿐 아니라 다소 적나라한 것까지 있어서 아마 문체부 공무원들이 보면 놀랄 내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떤 것들이 있었는데요?
 
▶ 강청완 SBS 기자:
 
순서대로 설명 드리면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라는 문건에서는 문체부 현 간부진에 대한 총평이 나오는데요. 업무 추진이 더디다, 융화가 잘 안 된다. 이런 내용과 함께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해서 개입이 어렵다는 미온적 태도가 만연하다고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눈에 띄는데. 실장급 보직이 7명인데 영남권 인사가 한 명도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 때 실제로 그랬나보죠?
 
▶ 강청완 SBS 기자: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확인해보니까 실제로 없었는데. 그러면서 ‘국가관이 투철하고 업무추진력이 뛰어난 인사를 주요 보직에 배치하여 업무 분위기를 대폭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는데. 지난 정권의 주된 지지 기반이 영남 지역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인사를 언급하면서 특정 지역을 얘기한 것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실제로 그 이후에 어떤 인사의 변화가 있었습니까?
 
▶ 강청완 SBS 기자:
 
저희 취재진이 추가로 일일이 확인을 해봤는데 놀랍게도 실제 인사가 이뤄졌고요. 이런 내용이 반영이 됐습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 이 보고서가 작성된 9월 14일에서 나흘 뒤인 9월 18일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이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을 불러서 사표 제출을 지시하거든요. 실제로 10월 초 이 가운데 세 명의 사표가 수리됐고 이후 여러 차례 걸쳐서 실장급 인사가 이뤄졌는데. 7명 가운데 네 명이 영남권 인사로 교체됐습니다. 특히 이 네 명 가운데 두 명은 이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아까 이 코너 오프닝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법원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 22조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한 게 블랙리스트다. 참 그랬던 것 같네요. 강청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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