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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협에 당황 말고 친밀하게"…트럼프 대통령 활용법

[취재파일] "위협에 당황 말고 친밀하게"…트럼프 대통령 활용법
다음 달 3일부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활용법이 소개됐습니다.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 국가에 전하는 안내서'라는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혼란을 즐기고, 위험을 활용하며, 아첨을 좋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그의 취임 후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찰떡궁합인 일본, 혈맹임에도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한국, 최악의 무역거래국과 대북 압박 파트너라는 양면을 가진 중국, 트럼프처럼 거친 리더십의 필리핀 등등 트럼프 대통령을 맞는 순방국들의 생각과 준비도 각자 다를 겁니다. 트럼프와 앙숙 관계인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이어서 다소 비꼬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우리가 참고할 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 트럼프는 혼란(chaos)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특징인 '혼란'은 예측 불가한 행동과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않는 모욕주기로 요약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공화당 식구인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배짱이 없다"고 쏘아붙였고, 행정부 내 온건파로 대북 협상 가능성을 설파해온 틸러슨 국무장관에겐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서는 "꼬마 로켓맨, 미치광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행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평정심을 잃게 해 협상의 공간을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주요 이슈인 이란 핵협정 불인정과 오바마 케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은 파괴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정작 백악관은 이런 보도를 즐겼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이미지라는 겁니다. 돌이켜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놓은 대내외 정책과 트윗은 좌충우돌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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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각종 무역협정 폐기, 반이민 행정명령,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프로그램 종료 등등.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을 분열로 물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었습니다. 트럼프는 30년 전 직접 쓴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협상을 할 때는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가 읽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그 기술이 혼란 만들기입니다.

● 트럼프는 위험(risk)을 마다하지 않고 활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특징은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반도 관련으로는 한미 FTA 폐기 발언과 북한에 대한 끝장 압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미 FTA의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폐기 통보 편지까지 썼고,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미국 업계와 의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 무역위원회(ITC) 분석으로도 FTA 폐기 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277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로 늘어난다는데, 덮어놓고 폐기는 말이 안 된다는 반발이 빗발쳤습니다.

북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쏟아낸 말들은 하나하나가 핵폭탄급이었습니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군사적 해결책 사용 준비(locked and loaded)' '북한 완전 파괴(totally destroy)' '폭풍 전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까지,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걸로는 역대급으로 거칠고 위협적인 언사들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이 핵전쟁의 위험을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이길 수 없는 위치에 섰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특기인 벼랑 끝 전술을 역으로 써서 북한이 오히려 더 불안함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걸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며 탐문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이기고자 한다면 질 준비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말을 신봉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트럼프가 절벽에 너무 가까이 있다고 걱정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정작 얼마나 절벽에 가까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 트럼프는 아첨(flatter)을 좋아하고 칭찬(credit)을 원한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는 모든 게 개인주의적인 그의 성향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첨하는 걸 좋아하고 자만심이 강하며, 성공과 칭찬을 갈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1대 1 관계를 잘, 그리고 미리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골프
대표적인 사례가 아베 일본 총리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뉴욕을 찾아 순금 장식의 '혼마 드라이버'(최소 5백만 원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를 선물한 뒤 골프를 쳤고, 이후 둘은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일정 중에도 아베 총리의 이름인 '신조'를 스스럼없이 부르며 친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으로 미국이 충격에 빠졌을 때 등 양국에 우환이 있을 때마다 두 정상은 즉각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가깝지 않으면,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친밀한 개인 관계 구축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역설적으로 그의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로서 파산을 경험한 뒤로는 모든 걸 걸고 도박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앞뒤 재지 않고 끝장을 보자며 덤벼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물러설 지점이 어디인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조언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 시 강력하게 압박해올 통상 문제에 있어서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맘에 들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비위를 무작정 맞춰야 하느냐? 국제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미국우선주의에 편승하라는 말이냐? 저 역시 마뜩잖은 대목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의 저자 역시, 미국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분열적이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는 논쟁은 미국에 맡기고, 아시아 국가들은 그를 잘 파악해서 챙길 것을 확실하게 챙기면 된다는 게 칼럼의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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