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쇼', 무엇이 문제일까?

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작성 2017.10.21 11:58 수정 2017.10.21 12: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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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식당 주인이 모 건설업체가 수백 명분의 회식을 예약한 뒤 식당에 나타나지 않아 낭패를 봤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리면서 '노쇼(No-Show)' 즉 예약 부도 문제가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상차림이 준비된 텅 빈 대형식당의 사진이 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서 예약을 한 고객이 취소 연락도 없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노쇼'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됐다는 항공업계에서는 노쇼 피해를 막겠다며 오버부킹 즉 초과예약을 관행적으로 하다가 잦은 소비자 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병원에서조차 외래 예약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고객이 전체 예약자의 13%를 웃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습니다.

노쇼는 시간과 공간상의 제약으로 인해 한정된 인원에게 상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 업계에선 심각한 문제로 다뤄집니다. 이런 상품은 대부분 '그 시간'이 지나면 상품의 가치가 허공으로 휘발돼 버립니다. 업주가 놓쳐버린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피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상품이 다 팔려나가서 그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놓쳐버린 다른 고객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죠. 더 절실히 그 시간 그 서비스를 원했던 소비자에겐 결과적으로 민폐가 되는 셈인 겁니다. 해당 서비스가 병원 진료라면 그 피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쇼는 타인에게만 피해를 끼치는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결국은 소비자인 모두에게 그 여파가 미칩니다. 노쇼가 야기하는 피해는 결국 해당 서비스의 판매비용을 높이게 되고 평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모든 소비자가 그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노쇼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음악제를 준비하는 사무국은 프랑스 피아니스트의 무료공연을 기획하며 1만 원의 '노쇼 방지 보증금'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약 시 1만 원을 계좌이체 하도록 하되 공연당일 현장에 오면 이 돈을 되돌려준다는 내용입니다. 무료공연일수록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 매진은 일찍 되는데 막상 당일 공연장에선 빈자리가 너무 많아 연주자와 다른 관객들에게 민망했던 경험을 한 적 있는 주최 측이 생각해낸 고육책이었습니다.
노쇼, 예약, 대안, 어플노쇼 방지 아이디어를 시스템화한 경우도 있습니다. 레스토랑 예약 앱을 운영하는 한 기업은 예약 시 메뉴선택과 결제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선결제에 대해 고객들이 느끼는 번거로움이나 심리적인 반감은 할인이나 서비스 메뉴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상쇄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할인혜택을 제공해도 노쇼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앱을 통한 예약의 부도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제도나 시스템의 개선은 효과가 있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노쇼가 사회문제화되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식음료 업계에도 위약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극심한 경쟁에 내몰린 식음료업계 자영업자들이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균질하지 않은 시장에서 획일화된 규제를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왜곡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적인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의식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양세정 상명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쇼가 이토록 빈번한 이유에 대해, 예약문화가 일반화된 지 오래되지 않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 여기는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하며 이런 문화를 바꿔나가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혼자 조금 더 편하자고, 조금 더 이익을 받겠다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결국 그 피해가 부메랑이 되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되돌아오곤 합니다. 소비자로서 권리가 중요한 만큼 책임도 뒤따른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