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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 '보통'은 건강에 괜찮을까?

[취재파일] 미세먼지 '보통'은 건강에 괜찮을까?
하늘이 참 맑다. 미세먼지도(PM10) 농도도 뚝 떨어졌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적으로 20~40㎍/㎥ 수준이다. ‘좋음’~‘보통’ 수준이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10~20㎍/㎥ 정도로 ‘좋음’~‘보통’ 수준이다. 2016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8㎍/㎥, 초미세먼지 농도는 26㎍/㎥인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에 비해 공기가 아주 깨끗한 상태다.

미세먼지 ‘좋음’~‘보통’ 수준은 당연히 ‘나쁨’ 수준보다 건강에 덜 해로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좋음’~‘보통’ 수준이라고 해서 건강에 좋은 것일까? 아니 건강에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보자(Di et al., 2017).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공기가 아주 깨끗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우리의 절반도 안 된다. 미국 환경청(EPA)이 정한 미국의 초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NAAQS)은 12㎍/㎥다. 미국에서도 LA와 동부 일부 대도시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지역이 청정지역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3년 동안 미국 전역의 6천 92만 5천 443명을 대상으로 사망률과 초미세먼지와 오존 농도 같은 대기오염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모두 보험 수혜자들로 평균 연령이 70살, 65살 이상이 전체의 96%나 될 정도로 노년층이었다. 추적 조사 기간은 평균 7년이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전국을 대상으로 했을 뿐 아니라 조사가 용이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시골,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까지도 모두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미세먼지 관측 자료가 없는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위성 관측 자료와 각종 모형의 시뮬레이션 자료, 기상 자료 등을 이용해 산출했다.
미세먼지
연구 기간 13년 동안 미국 전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6.2~15.6㎍/㎥이었다. 우리나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2016년 26㎍/㎥)의 1/4~1/2 수준이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예보 등급으로 보면 ‘좋음(0~15㎍/㎥)’수준에 해당한다. 연구기간 동안 대상자 가운데 2천256만 명이 사망했고 특히 이 가운데 52%인 1천190만 명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미국의 대기환경 기준인 12㎍/㎥ 미만인 지역에서 살던 사람이었다.

초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사망률은 7.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미세먼지 증가에 따른 사망률의 변화만을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오염이 훨씬 덜하고 미세먼지 예보 등급으로는 대부분 '좋음'에 해당하지만 이 처럼 낮은 농도라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주어진 삶을 다 살지 못하고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미국의 대기환경 기준인 12㎍/㎥ 미만인 지역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사망 위험은 13.6%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환경 기준보다 낮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미세먼지 증가에 더 취약하다는 뜻이다.

또 남자와 여자 가운데서는 남성이 미세먼지에 더 취약했고, 백인보다는 흑인이나 아시아계, 히스패닉 같은 소수민족이 더 취약했고, 의료 보장을 받는 경우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 농도가 미국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도 미세먼지가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환경 기준 미만일 정도로 충분히 낮은 경우, 우리나라 예보등급으로 '좋음'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이든 ‘보통’이든 건강에 괜찮은 미세먼지는 없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대기환경 기준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곧 중국에서는 난방이 시작된다. 바람은 북서풍이나 서풍으로 바뀌는 시기가 됐다. 늦가을부터 시작되는 미세먼지 공습은 내년 봄까지 우리를 다시 괴롭힐 전망이다. 미세먼지 ‘좋음’이나 ‘보통’이 아니라 ‘나쁨’, ‘매우나쁨’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시야보다 가슴이 먼저 답답해진다.

<참고 문헌>

Qian Di, Yan Wang, Antonella Zanobetti, Yun Wang, Petros Koutrakis, Christine Choirat, Francesca Dominici, Joel D. Schwartz. Air Pollution and Mortality in the Medicare population.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7; 376 (26): 2513  DOI: 10.1056/NEJMoa170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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