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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前 정부 방송장악 공작에 현직 국정원 핵심 간부도 연루

[취재파일][단독] 前 정부 방송장악 공작에 현직 국정원 핵심 간부도 연루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진행한 방송 장악 공작에 개입한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예산 등과 관련된 국정원 핵심 요직에 임명돼 현재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정부 시절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TF까지 운영하고 있는 국정원의 핵심 요직을 대표적 적폐 사례로 꼽히는 방송 장악 공작에 연루된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최근 국정원 총무관리국장 A씨를 비밀리에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A 국장을 상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 MBC 경영진 측에 국정원이 작성한 이른바 '공영방송 장악' 공작 계획에 따른 국정원 입장을 전달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앞서 전영배 前 MBC 기획조정실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A 국장이 일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진 등에 대한 '국정원 입장'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 국장은 당시 MBC를 담당하는 국정원 정보관(IO)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국장의 활동이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검찰에 제공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에 담긴 시나리오를 실행하는 작업이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이 공작 계획을 MBC 경영진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 A씨가 개입한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A씨를 소환 조사하려 했지만, 국정원 측에서는 '반드시 소환조사가 필요하느냐'며 처음엔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정원 요직인 총무관리국장을 맡고 있으니 부담스럽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총무관리국장은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일반적 정부 부처의 운영지원과장에 해당하는 보직이다. 지난 2003년에는 실권을 장악한 총무국장이 상급자인 기획조정실장의 국정원 청사 출입을 막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 사례이긴 하지만 국정원 총무국장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강한 실권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명박-국정원 댓글조작 윤석열 원세훈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 측에 방송 장악 공작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 A 국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A 국장은 결국 비밀리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A 국장은 전영배 당시 MBC 기획조정실장 등을 만나서 '국정원 입장'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언론장악 공작 기획엔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자신은 국정원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면서도 괴로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MBC 정보관 보직을 마친 뒤 박근혜 정부에서도 외부 기관과 접촉이 잦은 핵심 보직으로 영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국장에 대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을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A 국장의 주장대로 정보관으로서 당시 국정원의 입장을 MBC 경영진 측에 단순히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면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상황을 살펴봐도 단순 전달자에 불과한 국정원 직원을 재판에 넘긴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형사적 책임 추궁과 별개로 적폐청산을 최대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에서 총무관리국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방송 장악 공작 의혹에 개입된 인물이 수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엔 국정원과 검찰 수사팀 사이의 갈등 조짐까지 들려오는 상황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언론에 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후에도 상당 시간이 지난 뒤에야 관련 자료를 보내준 사례가 있다며 국정원 측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언론에 수사 대상자를 공표한 뒤에도 자료가 넘어오지 않아 압수수색 등에 큰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또 A 국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정원 현직 간부로 재직 중인 인물을 조사할 때는 국정원 측과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다음 달 8일까지 적폐청산과 관련된 15대 과제의 조사 결과를 모두 마무리한다고 한다. 적폐청산 작업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조직의 안정을 꾀하려는 국정원의 고민이 느껴진다. 다만,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기에 앞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행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조직 차원의 새로운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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