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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부자가 폭로한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취준생 허탈

[취재파일] 내부자가 폭로한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취준생 허탈
1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전국의 취업 준비생들을 분통 터지게 할 의혹을 터뜨렸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신입 일반 행원 공채에서 금감원과 국정원 등 유력 인사들과 VIP 고객들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아 합격시킨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다.

심 의원 측은 우리은행 내부 제보자로부터 해당 내용을 넘겨받아 문건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문건에 나온 내용은 제보받은 내용 그대로이며, 의원실이 수정한 것은 실명을 익명으로 고친 것뿐"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의원실에 외부 추천자들의 실명 확인을 요청했으나 의원실은 제보자 신원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실명 확인은 거부했다. 다만 심 의원이 국감장에서 인사 청탁을 한 인물로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내 또 다른 채용 비리인 변호사 특혜 채용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건은 외부 추천자와 우리은행 측 추천인, 응시생의 생년과 학력, 비고 등으로 구성됐다. 문건에는 '추천'이라고 표시됐지만 사실상 청탁으로 해석되는 내용이다. 외부 추천자가 추천하면 우리은행 관계자가 이를 내부에 전달한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 추천자의 경우 금감원 부원장보와 금감원 직원, 국정원 직원, 전 행장과 전 부행장 등이 포함됐고 이들이 자신의 자녀와 지인의 자녀, 처조카, 조카 등을 '추천'한 것으로 기재됐다.
우리은행 내부자가 심상정 의원실에 제보한 내용을 토대로 의원실이 재정리한 문건. 2016년 공채 청탁자와 채용 대상자의 신상, 청탁자의 은행 기여도 등이 기재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몇몇 청탁자에 대해선 비고란에 각종 영업 실적을 기재한 점이다. 바로 VIP 고객이다. 모 구청의 부구청장의 경우 '급여 이체 1160명, 공금 예금 1930억, RAR 9억'이라고 표기돼 있다. 급여 이체와 공금 예금으로 은행에 돈벌이를 제공하는 '대가'로 취업 청탁이 오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AR'은 쉽게 말해 '은행에 벌어다 주는 수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금융권 관계자는 전했다.

즉 'RAR 9억'이라는 것은 부구청장이 특정 기간 은행에 9억 원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의 VIP로 추천인 명단에 올린 사람엔 부구청장 외에도 국군 재정관리단의 연금카드 담당자, 병원 이사장, 기업 CFO, 모 기업체 전무 등이 포함됐다. 금융감독원 같은 은행의 감독기구 간부뿐만 아니라 우수 고객들이 자녀와 친인척의 채용이라는 특혜를 받았다면, 이는 힘과 돈으로 2세의 취업 진로까지 결정해버린 셈이어서 더욱 충격을 준다. 문건에 언급된 사례는 모두 16명. 전체 합격자 150명의 10%를 넘는 규모다.

우리은행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의 신원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면접을 진행하기 때문에 누구 지인인 줄 알고 뽑는 일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문건의 실체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심 의원의 질타에 해당 의혹에 대해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에 자체 감사를 요구하고 현장 감사도 검토한다고 했으나 이미 금감원 부원장보가 유착된 정황이 불거진 뒤여서 검찰 수사 등 외부 개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은행은 현재 올해 공채를 진행 중이다. 공채에 지원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사력을 다해 면접을 준비하며 우리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청춘을 불태우고 있다. 그저 과정이 공정하기만을, 실력으로만 평가받기를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바람이 그렇게 사치스러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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