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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감에서 복권된 KAI 수리온…감사원·검찰이 답할 차례

[취재파일] 국감에서 복권된 KAI 수리온…감사원·검찰이 답할 차례
그제(13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여럿이 국산 헬기 수리온의 결함 누명을 소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여전히 국감을 국산 무기 깎아내리는 기회로 삼는 의원도 있었지만 많은 의원들이 오랜만에 바른말을 했습니다.

한 의원은 "감사원의 부당한 감사 결과를 보고 말 한마디 못한 방사청은 비겁하다"고 질타했습니다. 어떤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부당하다고 당당하게 항변하라"고 방사청에 주문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수리온을 깡통 헬기, 결함 헬기라고 낙인찍고 전 세계에 수리온의 영업 비밀까지 공개한 감사원의 수리온 감사 결과를 국회가 정면 반박한 겁니다. 감사원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감사원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검찰은 KAI를 시쳇말로 탈탈 털었습니다. 취업 비리 혐의 좀 나왔고 하성용 전 사장의 개인 비리 혐의 몇 개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KAI의 초대형 방산 비리라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 회계는 억지에 가까워 국감에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검찰이 말하는 원가 부풀리기는 우리나라의 첫 전투기 수출을 위한 가격 경쟁의 일환이었고, 검찰이 말하는 분식 회계는 일반 회계 기준에도 나와 있는 표준입니다. 검찰의 입장도 궁금합니다.

● 의원들, 수리온을 말하다
[취재파일] 국감에서 복권된 국산 헬기 수리온…감사원·검찰이 답할 차례
그제 오전 11시 25분쯤 국회 국방위의 방사청 국감이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되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수리온 체계 결빙은 그렇게 긴요한 성능도 아니고 핵심 성능도 아니다"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체계 결빙 결함은 수리온이 극지처럼 추운 곳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감사원이 제기한 겁니다. KAI는 국내에서 체계 결빙 테스트를 끝냈고 작년 국회와 방사청의 양해를 얻어 해외 혹한지에서 추가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감사원은 이를 결함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김종대 의원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방사청이) 이왕 업무보고에서 진화적 방식으로 (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했으니 우리 (무기) 획득의 패러다임을 이번 기회에 (진화적 방식으로) 다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또 방산비리에 시달려서, 모든 게 다 완성되기 전에 배치하면 전부 방산비리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을 그렇게 죽을 쒔고 자해적인 획득을 했는데 이렇게 하면 영원히 북한을 따라잡지 못한다"

일정 수준 이상 개발이 되면 전력화를 하고 추후에 기술 발전에 맞춰 성능개량을 하는 진화적 개발 방식을 적극 적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세계적 명품 헬기 아파치, 치누크도 철저히 진화적 개발 방식에 따라 차근차근 성능개량을 해왔습니다. 양산 1호기부터 100% 완벽해야 한다고 말하는 감사원 시각으로는 아파치, 치누크도 결함 투성이 깡통 헬기에 불과합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방사청 지휘부를 호통쳤습니다. "빗물 새고 유리 깨지는 문제 등 수리온의 7~8가지 결함을 완전히 수정했다" "결함을 수정했는데 방사청의 사업본부장은 왜 감사원에 당당히 해명하지 못했나" "감사원에게 설명 못 하는 당신들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수리온의 결함들은 감사원 감사 발표 이전에 모두 해결됐습니다. 무기 체계는 전력화 이후에도 예기치 않은 결함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때그때 개량하면서 성능을 높여가는 겁니다. 진화적 개발 방식입니다. 당연한 절차를 비리로 몰고 간 감사원에게 방사청 지휘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었는데 백승주 의원은 이를 나무란 겁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수리온은 깡통 헬기가 아니고 명품 헬기이다" "방사청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철저히 항변하라"며 수리온을 지지했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방위원들 대부분이 보기 드물게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 "검찰의 KAI 수사도 부당하다"
[취재파일] 국감에서 복권된 국산 헬기 수리온…감사원·검찰이 답할 차례
그제 방사청 국감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검찰의 KAI 수사를 촌평했습니다. "현재의 KAI는 99년 통합 당시와 비교해 매출은 4배, 영업이익은 15배 늘었고 부채비율은 583%에서 106%로 줄었다" "그런데도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KAI는 방산비리 수사대상 1순위가 됐다...."
"경영진의 비리는 엄벌해야 하겠지만 개인 비리 때문에 KAI를 방산 비리 업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KAI 수사 초점은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 회계입니다. 원가 부풀리기는 인도네시아에 T-50을 수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싸게 팔고 우리나라 공군에는 부품 가격을 부풀려 비싸게 팔았다는 혐의입니다.

인도네시아 T-50 수출은 대한민국 무기 산업 역사상 첫 전투기 수출이었습니다. 당시 바이어인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공군 장교들의 서울 숙소에 국정원 요원들이 침투해 협상 자료까지 빼 오면서 공들였던 국가적인 비즈니스였습니다. KAI는 가격이라도 낮춰야 첫 수출을 기대할 수 있었고 그래서 부가적인 비용을 빼서 가격을 매겼습니다. 첫 수출에 성공한 뒤 인도네시아 이외의 나라에는 우리나라 공군보다 T-50을 비싸게 팔았습니다.

검찰은 우리 공군에 T-50을 비싸게 팔아서 KAI 임직원들이 큰돈을 챙긴 것처럼 언론에 흘렸습니다. 회사가 번 돈은 임직원이 아니라 주인인 주주가 대부분을 챙기기 마련입니다. KAI의 최대 주주는 수출입은행이고 3대 주주는 국민연금입니다. 국영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KAI가 원가를 부풀리면서 돈을 벌었다면 그 돈은 주주인 정부의 국고와 국민연금, 소액주주에게 돌아갑니다.

검찰이 분식으로 보고 있는 KAI의 회계는 사업 진척률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시비가 갈립니다. KAI는 하청업체들에게 대금을 내주면 이를 매출로 잡아 진척률로 계산했고, 검찰은 KAI로부터 대금을 받은 하청업체들이 그 돈을 집행했을 때를 진척률 기준으로 여겼습니다. KAI의 회계 방식도 검찰의 셈법도 회계학에서는 각각 인정됩니다. KAI가 채택한 회계 방식은 대부분 방위산업체, 그리고 일반 기업체들도 사용하는 있는데 검찰은 KAI에게만 분식 회계라며 멍에를 씌웠습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국감 발언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우리나라 대표 방위산업체의 뿌리를 뽑고 있고, 수사 자체의 목적도 의심스럽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습니다. 모레부터 서울공항에서는 서울 아덱스(국제항공우주전시회)가 열립니다. 감사원과 검찰이 비리 기업, 비리 항공기로 낙인찍은 KAI의 항공기와 헬기들은 아덱스에서 과연 어떤 대접을 받을까요?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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