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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감사 때마다 고단한 국산 무기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10.13 08:40 수정 2017.10.13 09:18 조회 재생수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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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국정감사 때마다 고단한 국산 무기들
어제(12일)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여러 상임위 중에서도 가장 많은 국감 보도자료가 나오는 데가 국방위입니다. 무기 관련 보도자료들이 주종입니다. 특히 국산 무기의 결함을 폭로하는 국감 보도자료는 방산비리 바람과 맞물려 인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기 결함이 아니라 보도자료 자체가 결함인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하던 정찰용 무인기가 시험비행 중 추락하자 감독기관이 연구원들에게 1인당 13억 4천만 원씩, 손실액 전액인 67억 원을 물어내라고 해서 파문이 일고 있는 사건도 원래는 여당 모 국회의원의 국감 보도자료에서 시작된 겁니다. 연구원들의 중대 실수가 분명히 있었지만 감독기관인 방위사업감독관실의 징계 조치는 심했습니다.

그런데 애초 여당 의원의 국감 보도자료는 “1,180억 원 들인 차세대 무인기, 시험비행 중 추락”, “무인기 추락으로 67억 원 손실”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발비가 낭비됐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얼핏 보면 마치 1대 값이 1,180억 원인 무인기가 떨어진 것처럼 읽힙니다. 연구원들의 중대 과실을 은근히 부각시킨 겁니다.

요즘 추세에서는 국산 무기와, 이를 개발하는 연구원들을 비난하는 쪽이 옹호하는 편보다 훨씬 편하고 인기 얻기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이런 국감 보도자료들이 쏟아집니다. 위 자료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 뭇매 맞는 무인기…“프레데터를 능가하라”
[취재파일] 국정감사 때마다 고단한 국산 무기들차기 군단급 무인기는 국방과학연구소 비행제어팀 연구원 5명에게 각각 13억 4천만 원씩 배상 책임을 안겼을 뿐 아니라 결함과 부실, 실패 은폐의 누명도 씌웠습니다. 모 의원실이 국감 자료를 통해 “차기 군단급 무인기가 낙뢰 보호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고 국방과학연구소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낙뢰 보호 기준은 ‘군용항공기 비행안정성 인증에 관한 법률’의 감항인증 항목에 나와 있습니다. 의원실에 따르면 차기 군단급 무인기는 낙뢰 보호 기준에 못 미쳤습니다. 성능이 기준의 53.3%에 그쳤다는 겁니다. 낙뢰 보호 성능을 달성하지 못한 실패인데 국방과학연구소는 방위사업청에 이를 즉각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의원실은 지적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는 차기 군단급 무인기는 비리의 기운이 도는 결함 항공기입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프레데터, 이스라엘의 헤론과 헤르메스 등 세계의 최고의 동급 무인기들도 한국의 낙뢰 보호 기준을 충족 못 합니다. 그래도 실전에서 잘 날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무기업체 관계자는 차기 군단급 무인기의 낙뢰 보호 기준 미달에 대해 “별 소소한 일을 다 따진다”며 “국내 독자 개발 포기하고 해외에서 도입해도 동급 무인기의 낙뢰 보호 수준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의원실은 또 감항인증 항목 중 낙뢰 보호 기준 미달을 마치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는데 불법 아닙니다. 감항인증 위원회에서 기준을 조정해서 개발하고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더 나은 성능의 무인기를 생산하면 됩니다. 합법입니다.

이를 일컬어 '진화적 개발'이라고 합니다. 모든 무기 강국들이 채용하는 방식이고 우리나라 방위사업 관련 법에도 진화적 개발 규정이 있습니다. 기술 수준이 안 돼 도저히 원래 구상대로 무기를 못 만들 것 같으면 일단 현재 기술 수준에 맞춰 무기를 생산하고 차츰 진화된 무기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진화적 개발의 과정을 결함, 실패, 더 나아가 방산비리라고 부르며 돌팔매질합니다. 국감 때 특히 심합니다.

의원실은 낙뢰 기준 미달을 방위사업청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은폐라고 몰아 붙였는데 즉시 보고할 의무 자체가 없습니다. 연구원들은 기준을 충족 못 했다고 즉시 알리지 않은 대신, 기술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서 보고했을 뿐입니다.

● 잊을 만하면 소환되는 KF-X
[취재파일] 국정감사 때마다 고단한 국산 무기들한 의원실은 국감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형 전투기 KF-X의 초기 양산 물량 40대의 '능동위상배열', 즉 에이사(AESA) 레이더에는 공대공 모드만 탑재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전쟁이 벌어지면 초반에는 무차별적으로 북한 장사정포를 향해 공대지 타격을 해야 하는데 공대공 모드 에이사 레이더만 달린 KF-X는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맞습니다. KF-X 초기 양산 물량의 에이사 레이더는 공대공 모드입니다. 에이사 기술을 비롯한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파문이 벌어졌던 2015년에 군이 양해를 구하며 여러 차례 발표했던 내용입니다. 초기에는 공대공 모드를 생산하고 기술을 더 성숙시켜 공대지 모드 KF-X를 만든다는 계획을 군이 공식적으로 몇 번이나 밝혔었습니다. 이것 역시 진화적 개발의 한 방식입니다. 외국 유명 전투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도 전투기를 만들 때 공대공 레이더부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해당 국회의원은 누구보다 KF-X 사업을 잘 아는 군사 전문가입니다. 옛 일을 까맣게 잊었다는 듯, 국감을 맞아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산 무기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KF-X 사업은 국회 국방위 전체가 힘과 지혜를 모아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대모험입니다.

국회 국방위는 우리 군을 강군으로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 국방위의 이번 국감이 강군 육성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국방위 위원들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공천장을 받기 위해 국산 무기를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과학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할 자유를 빼앗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