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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故 김광석과 서연 양의 부검감정서가 남긴 진실의 실마리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17.10.12 18:00 수정 2017.10.12 18:27 조회 재생수23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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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故 김광석과 서연 양의 부검감정서가 남긴 진실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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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가객’ 故 김광석 씨의 죽음이 21년 만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상호 감독이 영화 <김광석>에서 김 씨의 타살의혹을 제기하며 딸 서연 양이 오래전 숨진 사실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언론의 관심은 김 씨의 전 부인 서해순 씨에게 집중됐고, 경찰은 9년 전 숨진 서연 양의 사망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각 9년과 21년 전 발생한 죽음들을 다시 취재하거나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해순 씨와 그를 고소한 김광석 씨의 친가 가족들의 말이 맞섰습니다. 한 때는 가까웠을 그들의 서로 다른 주장들이 부딪히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의혹만 커졌습니다.

김광석 씨와 서연 양의 죽음과 원인에 대해 당시 가장 자세하고 명확하게 기록된 증거는 부검감정서입니다. 이상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부검소견서 내용과 영화 <김광석>이 제기하는 의혹과 증거들이 100% 일치한다. 그래서 더욱 부검소견서 열람이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부인(서해순 씨)이 열람을 막아놓은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서해순 씨는 자신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광석 씨와 딸의 부검소견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했지만, 딸의 소견서 일부만 공개했습니다.

SBS는 취재과정에서 오래전 죽음과 타살 의혹에 관해 부검소견서가 진실의 실마리를 담았을 것이라 보고, 취재 끝에 김광석 씨와 김서연 양의 부검감정서 전체를 입수했습니다.


● 故김광석 부검감정서 : "타살 혐의점 찾지 못해"

먼저 1996년 숨진 김광석 씨의 부검감정서 내용을 보겠습니다. 김 씨에 대한 부검은 1996년 1월 8일 10시30분부터 11시25분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에서 이뤄졌습니다. 부검감정서의 결론은 목을 매어 숨진 것을 의미하는 ‘의사(縊死)로 판단’된다고 나와있습니다.

사인 : 의사(縊死)로 판단됨
참고사항 :
가. 경부삭흔의 소견 및 사건개요로 볼 때, 본시의 사인은 불완전 비전형적 의사의 유형이며, 안면부 및 경부에서 관찰되는 전반적인 소견으로 미루어, 본건 경우 사망기전에 있어 경부 신경의 압박 및 견인에 의한 반사적 심장운동의 정지가 우선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추정됨.
나. 혈중알코올농도가 0.09%로 검출됨


감정서에 따르면 목에 끈을 맨 흔적이 있고, 몸이 땅에 닿아있는 상태(불완전)로 끈이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은 채(비전형적) 목을 매어 숨졌다(의사)고 나와있습니다. 또 혈중알코올농도는 0.09%로 의식이 없을 정도의 만취상태는 아닙니다. 부검감정서 분석을 법의학 전문가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연구소장에게 요청했습니다. 이 교수는 “다른 사람이 목을 졸라 죽이려면 피해자가 가만히 있어야 된다. 독극물이 검출 된 것도 없고 알코올 농도는 0.09%라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죽게 생기면 반항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방어흔이 남아야하는데 그게 없다.” 말합니다.

故 김광석 부검감정서
검사소견:
가. 혈액 및 위내용물과 뇨에서 청산염, 유기인제류, 유기염소제류, 카바메이트류, 수면제류, 신경안정제류 신경안정제류, 해열진통제류, 각성제류, 모르핀 등, 코카인 등, 헤로인, 합성마약 및 기타 알카로이드류 등 일반 약독물 및 마약성분, 메스암페타민 등이 검출되지 않으며, 뇨에서 대마성분이 검출되지 않음
나. 혈액에서 환각성 유기용매류 및 부탄가스류가 검출되지 않음
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로 검출됨


부검감정서중 독극물 및 약물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처럼 부검 결과에는 김광석 씨가 의식을 잃고 저항을 하지 못할 만한 정황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목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폭이 0.5cm되는 한줄의 끈을 맨 흔적(단선의 삭흔)이 남아있다고 써있습니다. 사망 당시 서해순 씨가 경찰에 진술한대로 세 줄로 목이 감겨있었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설명에 따르면 줄 자국은 목젖 부위를 지나 목을 반쯤 감고 있었습니다. 이윤성 교수는 부검의는 타살의 증거는 명시해놓지만 자살의 경우는 김광석 씨의 경우처럼 삭흔이라고 쓴다고 말합니다.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타살의 흔적을 명기해놓는다는 겁니다.

故 김광석 부검감정서
마. 팔다리
1) 우측 손목에서 신선한 선상(線狀)의 표피박탈 2개소와 오래된 선상의 반흔 1개소를 보며,
2) 좌측 손목에서 오래된 선상의 반흔 1개소를 봄(사진 제 11호 참조)
3) 좌측 팔꿈치 상방에서 경미한 피하출혈 1개소를 봄(사진 제 10호 참조)


감정서에는 이렇다 할 외상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손목에 상처가 있었다는 점이 새롭게 발견됐습니다. 오른쪽 손목에서 새롭게 선 모양으로 피부가 벗겨진 곳이 두군데 있었는데,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정도는 깊은 상처는 아니고 어딘가에 쓸려서 생긴 것이라고 봤습니다. 양 쪽 손목에는 보통 칼로 베이거나 찢어져서 남는 흉터(선상의 반흔)이 각각 하나씩 발견됐습니다. 다만 ‘오래된 선상의 반흔’이라 쓴 것으로 봐서 사망 당시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전에 생긴 흉터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선상 반흔은)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한테 흔히 볼 수 있는 건데 손목 아래쪽인지 손등 쪽인지 사진을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 상처가 김광석 씨가 이전에도 자살을 기도한 흔적으로 볼 수 있을지 유족에게 물었습니다. 친형 김광복 씨는 “(자살 기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흉터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입니다.”고 답했습니다. 서해순 씨는 이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故 김광석 씨의 부검감정서를 살펴봤을 때, 타살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故 김서연 양 부검감정서 "심각한 정도의 폐질환"

2007년 사망한 김광석 씨의 딸 서연 양의 부검감정서도 전체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먼저 감정서 첫 장에는 당시 경찰에서 조사한 사건 개요가 작성돼 있습니다. 서해순 씨가 최근 말한 대로 서연 양이 며칠간 아파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사망 당일 새벽 쓰려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는 내용입니다.  

2007. 12. 23. 05:14경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소재 집에서 소파에 쓰러진 것을 모 서해순과 동거인 이OO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후송 치료 중 사망한 것임. 사체 검사한 바 외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고 아주대학교 병원 의사 OOO은 사망원인에 대하여 미상으로 사체 검안서를 발부하였음. 모 서해순은 변사자가 출생한 후 약 2년이 지나 발육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가부끼신드롬(선천성발육부진)이라며 유전자에 결함은 없으나 일반인보다 심장박동수가 비정상적이고 왼쪽 콩팥이 작동이 안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함. 변사자가 신장 135센치에 몸무게가 7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비대한 몸이나 별다른 이상 없이 생활에 왔으나 최근 2007. 12. 18일부터 감기기운이 있어 설사와 구토를 하여 병원치료를 받아 왔으나 호전되지 않던 중 2007. 12. 23일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다 병원으로 후송 중 사망한 것임. 

김서연 양 부검감정서
서연 양의 사인은 폐질환으로 추정됩니다. 서연 양에게서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고, 감기약 성분이 나왔습니다. 성분을 볼 때 감기약 말고 다른 약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윤성 교수는 "감기약 성분이 맞다. 누굴 죽이거나 정신을 잃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약한 성분"이라고 답했습니다.  

본시의 사인을 설명함에 있어 1. 부검 소견상 폐의 소기관지에서 일부 이물이 관찰되고, 폐에서 미만성 폐포손상을 동반한 화농성 폐렴 소견을 보는 바, 이를 사인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점, 2. 선천성 이상이 있다고 인정되기는 하나 그 자체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3. 간에서 지방변성 소견을 보나 그 정도로 보아 사인으로 단정하기 곤란한 점, 4. 약독물 검사상 디하이드로코데인, 메칠에페드린, 카페인 및 클로르페니라민이 검출되나 치료약물로 보이며, 기타 중독 소견을 보지 못하는 점, 5. 그 이외에 나타나는 소견은 비특이적이거나 사인과는 무관한 점, 6. 사건개요 및 제출한 일건 서류 및 영상자료 등을 종합할 때 사인은 폐질환(미만성 폐포손상, 폐렴, 이물흡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임.

서연 양의 사인인 ‘미만성 폐포손상’은 폐가 전체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망가졌음을 의미합니다. 서울대 법의학 교실의 이숭덕 교수는 “(서해순 씨 진술처럼) 감기기운이 있고 닷새 만에 미만성 폐포손상까지 왔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부검감정서가) 일상적인 폐렴하고는 다르게 표현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이물 흡입’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폐에 이물이 들어가는 경우는 보통 음식물이 많은데 감정서에는 어떤 물질인지는 서술돼 있지 않습니다.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연구소장 또한 서연 양의 폐질환이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닷새 만에 이정도로 폐렴이 진행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가부키 신드롬'이라는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서 정상인과는 달리 어떤 질환이 급격하게 진행돼 조치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지는 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연 양의 경우 희소병을 앓고 있고 심장박동수가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병의 진행속도가 다를 가능성은 있다는 겁니다. 이윤성 교수는 서연 양이 심장이 멈춘 5시 반 이전에 대여섯시간 전부터 징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폐렴으로 숨지기 전까지 호흡곤란으로 서연 양이 숨이 차는 등 힘들어 했을 텐데 당시 어머니 서해순 씨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유기치사 혐의 수사의 관건이라는 겁니다.

● 20년이 지나도 위안이 되는 김광석의 노래

故 김광석과 서연 양의 부검감정서를 법의학자들과 분석해보니, 김광석 씨의 경우는 타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고 서연 양의 경우는 유기와 방임이 어느 정도였을지 수사를 통해 정황을 밝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영화와 언론 속에서, 서해순 씨와 친가 유족의 주장 사이에서, 진실은 아직 명확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수사가 종결된 죽음과 가족 간의 사적인 재산 분쟁이 국민들 사이에 20년이 지나서도 다시 관심을 받는 이유는 김광석의 노래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여전히 빛이 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이상, 잘못을 하고도 벌 받지 않는 사람이나 잘못을 하지 않고도 피해를 받는 사람이 없도록 오래 전의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야 할 것 같습니다.

(취재 : 전형우, 안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