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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좌삼짝으로 한 게임 콜?"…도박의 늪에 빠진 10대들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10.10 16:33 수정 2017.10.10 16:34 조회 재생수3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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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좌삼짝으로 한 게임 콜?"…도박의 늪에 빠진 10대들
'좌삼짝으로 한 게임 콜?최근 일부 청소년이 실제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입니다.

'먹튀', '총알', '좌삼짝' 등의 단어가 등장합니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도 많습니다. 이 단어들은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을 하면서 사용하는 은어입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먹튀'란 사설 불법도박 사이트에서 당첨금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행위, '총알'은 도박에 걸 수 있는 개인 자본을 이르는 속어입니다. 좌삼짝, 우삼홀 역시 청소년들이 자주 하는 온라인 도박인 '사다리게임'에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좌삼짝으로 한 게임 콜?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큰 사회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하는 도박성 게임부터 스포츠 도박까지 분야도 다양합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10대 청소년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도박에 빠진 아이들…"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시작했어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철규 의원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도박 중독 전문 상담 이용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도박 문제로 상담 받은 청소년 수가 지난해 302명에 달했습니다. 2014년 64명에서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8월까지도 238명이 상담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의 연령이 낮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도박관리센터에서 상담받은 청소년 47명을 분석한 결과 불법 도박을 시작한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이 전체의 26%로 가장 많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도박을 시작했다는 응답자가 17%로 뒤를 이었습니다. 응답자의 4%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도박을 했다고 답했습니다.도박의 늪에 빠진 10대들■ "도박 끊으려 했지만…" 부모 집 담보로 3억 탕진한 10대

청소년들이 도박으로 잃은 돈의 액수도 상당했습니다. 불법 도박 문제로 상담받은 청소년들이 잃은 돈은 평균 1100만 원에 달했습니다. 도박으로 잃은 돈이 1000만~2000만 원이라는 청소년이 36%로 가장 많았고 2000만~4000만 원을 잃었다는 응답도 17%에 달했습니다.도박의 늪에 빠진 10대들지난해 9월에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불법 도박에 빠져 3억 원을 탕진한 C 군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2014년 2월부터 도박을 시작한 C 군은 자금을 마련하려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심지어 부모의 부동산을 몰래 담보로 제공하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억대의 돈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좌삼짝으로 한 게임 콜?■ 나이 들면 안 하겠지?…청소년기 도박 중독 급증하는 이유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해진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가 늘면서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접근성이 쉬워진 겁니다. 또 각종 SNS에는 도박 광고 글이 올라와 있어 청소년들을 유혹합니다. 대부분의 불법 도박 사이트는 성인 인증 절차가 없고 베팅하는 돈도 휴대전화로 쉽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딸 수 있다는 한탕주의 심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한탕주의에 쉽게 휩쓸리는 배경에는 신체 발육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도 꼽힙니다.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관계자는 "뇌의 전두엽이라는 부위는 충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까지는 이 부분이 완벽하게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를 검거하려면 무작정 사이트를 차단할 수 없는 데다 차단해도 주소만 옮겨 다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만 대상으로 하는 도박이 아니라 일반 불법 도박을 청소년이 이용하기 때문에 청소년 도박을 유형화해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해 부모를 비롯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10대의 도박 중독이 어릴 때 저지르는 단순한 충동이라고 생각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청소년기에 도박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도박의 늪에 빠진 10대들(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