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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항공기 여행의 '복병' 난기류 2∼3배 늘어난다

[취재파일] 항공기 여행의 '복병' 난기류 2∼3배 늘어난다
지난 1일 부산을 출발한 한 항공기가 제주공항까지 갔다가 착륙하지 못하고 2번이나 돌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추석 연휴를 제주에서 보내려던 승객들은 시작부터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항공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항공기 안은 아수라장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착륙하지 못하고 2차례나 돌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난기류 때문이었다.

난기류는 유체(바람)가 매우 불규칙하게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방향도 급격하게 변하고 속도 또한 주변과 크게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시냇가에 가보면 물 전체가 조용조용 일정하게 흘러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물살이 센 곳 주변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이게 일종의 난기류다. 항공기가 운항 중에 이 같은 난기류를 만나면 기체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고 어떤 때는 마치 곤두박질치듯 갑자기 뚝 떨어지기도 한다.

난기류는 보통 주변에 천둥, 번개가 치고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릴 때 자주 발생하는데 지난 1일 제주에는 비가 내리고 돌풍도 불었다. 당일 한라산에는 최고 20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내렸고 순간적으로 최고 초속 25미터 안팎의 강풍이 불기도 했다.

난기류에는 지난 1일 제주의 경우처럼 지상에서 관측이 가능하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적란운이나 천둥, 번개, 돌풍 등으로 미뤄 짐작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맨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항공기에 장착한 장비로도 관측이 되지 않는 난기류도 있다. 이 때문에 푸른 하늘을 잘 날아가던 항공기가 갑자기 요동치고 수십에서 수백 미터까지 뚝 떨어지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흔히 청천난류(clear air turbulence)라고 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청천난류가 급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연구팀이 기후예측 모델을 이용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RCP 8.5)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050~2080년에는 전 지구적으로 청천난류가 어느 정도나 변할 것인지 산출했다(Storer et al., 2017). 연구팀은 항공기가 많이 이용하는 고도인 약 12km(39,000ft, FL390)와 약 10km( 34,000, FL340)에 대해 계절 별로 그리고 지구촌 각 지역 별로 청천난류가 어느 정도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 지구적으로 모든 계절에서 청천난류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북반구나 남반구 모두 항공기 운항이 많은 중위도 지역에서 청천난류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기류 강도 역시 승객들이 불안해 하거나 가벼운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가벼운(Light)' 난기류부터 항공기가 일시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심한(Severe)' 난기류까지 5단계의 모든 난기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지구 평균으로 볼 때 12km 고도의 경우 심한 난기류가 겨울철에는 34.7%, 봄철에는 51.6%, 여름철에는 42.7%, 겨울철에는 41.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별로는 유럽과 북미 지역을 연결하는 항로인 북대서양에서 심한 난기류가 181.4%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의 대기 상태에 비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심한 난기류가 3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유럽 지역 역시 심한 난기류가 2.6배인 160.7%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고, 북미 지역의 경우 112.7%, 북태평양 지역은 91.6%, 아시아는 64.1%, 남미 지역은 62%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항공기 여행 중 불쾌감이나 가벼운 구토 증상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자칫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후변화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될 경우 2050~2080년 겨울철에는 예전에 항공기 여행 중 흔히 만나는 보통 난기류만큼이나 자주 심한 난기류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난기류가 증가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제트기류가 강해지면서 항공기가 많이 이용하는 고도의 바람 방향과 속도의 변화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제트기류가 강해지면서 항공기가 많이 이용하는 고도의 이른바 윈드시어(wind shear)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 중인 기후변화, 항공기 승객을 아주 기분 나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심지어 큰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심한 난기류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참고문헌>

* Luke N. Storer, Paul D. Williams, Manoj M. Joshi. Global Response of Clear - Air Turbulence to Climate Chang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7; DOI:10.1002/2017GL07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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