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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과잉 진료' 의혹 군의관에 전역 전날 '감봉 1개월' 징계한 의무사령부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7.10.10 15:39 수정 2017.10.10 15:47 조회 재생수1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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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과잉 진료 의혹 군의관에 전역 전날 감봉 1개월 징계한 의무사령부
▶ [취재파일] "저희를 실습용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병사들의 고백

10월 8일 취재파일 후속편입니다. A 씨는 현재 군의관 신분이 아닙니다. 지난 4월 말 전역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군의관 시절 A 씨의 '과잉 진료' 의혹이 증발되는 건 아닙니다. 이대로 묻어둔다면 A 씨 같은 군의관이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의 지향점도 명확합니다. 제2, 제3의 A 씨를 막자는 취지입니다. 그 출발점은 국군의무사령부의 감찰 과정부터 살펴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 '과잉 진료' 의혹에 눈 감은 국군의무사령부

A 씨에 대한 감찰은 지난 2월 초 해당 군 병원장이 당시 국군의무사령관에게 대면보고를 함으로써 시작됐습니다. 국방부와 의무사령부에 따르면 A 씨는 '과잉 진료' 의혹 외에 '마약류 몰래 처방', '당직 근무 시 위수 지역 이탈', '간호 장교 통한 유선 대리 처방', '근무 시간 내 군 골프장 이용' 등 상당수 비위 의혹이 함께 제기됐습니다.

처음에 의무사령부는 감찰반을 해당 군 병원에 파견해 3박 4일간 별도 사무실을 꾸려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징계위원회 논의를 거쳤습니다. 두 달이나 걸렸습니다. 그리고 징계를 내렸습니다. '과잉 진료' 등 다른 의혹들은 빠지고 '위수 지역 이탈에 대한 직무 태만'만 인정됐습니다. 그리고 감봉 1개월을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좀 황당합니다. 징계를 결정한 날은 A 씨의 전역 하루 전날입니다. 내일 전역하는 군의관에게 오늘 '감봉 1개월'의 징계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취재 결과 당시 의무사령부는 '과잉 진료' 의혹에 대해서 이렇게 감찰했습니다. 선후임 군의관들로부터 "A 씨가 불필요한 내시경을 수시로 진행했다"는 진술을 받았습니다. A 씨에게서는 "정당한 진료 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반박 진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A 씨에게서 내시경 시술을 받았던 병사들은 단 한 명도 조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료 군의관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병사들에 대한 사실 확인 한번 없이 A 씨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의무사령부는 A 씨의 내시경 시술 건수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취재진에게 통계를 만들어 구두 전달했습니다. A 씨와 복무 기간이 비슷한 다른 군의관과 비교해보니 시술 건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통계에 빠진 게 있습니다. 비교 대상 군의관은 외부에서 수혈된 직업 의사였습니다. 군에 오기 전 위내시경 시술만 수천 건을 한 의사입니다. 대장내시경 시술 건수만 따져도 1천 건에 달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의무사령부가 이 문제를 좀 더 파헤쳐서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A 씨가 전역하면 끝날 일로 생각한 거 같다"는 제보자 B 씨의 말은 우리 군의 현주소와 정확히 포개집니다.

날 때부터 내시경 시술을 터득한 의사는 없습니다. 환자 누군가는 '내시경 초짜' 의사에게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제 조건은 있습니다. 그 환자들은 정말 내시경 시술이 꼭 필요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담당 교수나 선배 의사에게서 사전 철저한 준비를 갖췄다고 인정받은 의사여야만 합니다. 군대처럼 군의관과 상하 관계에 있는 병사들이 그들의 진짜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시경 시술대에 올려져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청춘의 가장 빛나는 한 시절을 덜어내 군 복무를 하러 온 사람들이지 일부 군의관들의 의료 실습을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군인 육군 병사● A 씨 아닌 A 씨 아버지의 해명 들어보니…

A 씨는 현재 서울의 유명 대학 병원에서 근무 중입니다. 더는 A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A 씨의 해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넣었습니다. 대면 및 유선 인터뷰는 끝까지 거절했습니다. 다만 문자로 몇 가지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특정 제보자가 거짓말을 해서 군 검찰에 고소를 했다고 합니다. 관련 내용을 검찰에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병사들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했는지" 재차 물었습니다. "네"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방송 보도 이후 A 씨가 아닌 A 씨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허위 보도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재진이 수사기관에 외압을 행사했다느니, SBS 고위 관계자와 상의한 결과 취재진을 SBS 윤리경영팀에 제보하라고 했다느니,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제보자가 아들에게 사과하고 화해만 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 법입니다. 해당 군 병원 복수의 관계자가 A 씨의 '과잉 진료' 의혹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겠지요. A 씨에게서 내시경 시술을 받은 병사들이 진술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묻혔겠지요. 이제라도 의무사령부가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길 촉구합니다. 이는 병사들을 '실습용 환자'로 대하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생각할 수 있는 일부 군의관들을,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솎아내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