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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06 :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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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라운 뺨과 맑은 침을 가진 찬성과 달리 할머니는 늙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늙는다는 건 육체가 점점 액체화되는 걸 뜻했다. 탄력을 잃고 물컹해진 몸 밖으로 땀과 고름, 침과 눈물, 피가 연신 새어 나오는 걸 의미했다. 할머니는 집에 늙은 개를 들여 그 과정을 나날이 실감하고 싶지 않았다.

-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中


SBS 보도국 팟캐스트 '골라듣는 뉴스룸'의 일요일 책방 '북적북적', 이번 주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 중 '노찬성과 에반'을 읽습니다.

골육종을 앓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년 '노찬성'은 어느 날 휴게소에 버려진 개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늙고 버려진 이 개를 할머니는 당장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 하지만, 찬성은 '에반'이라 이름 붙이고 형제처럼 키우게 됩니다.

기댈 곳 없는 찬성과 버려진 개 에반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에반은 큰 병에 걸리고 의사는 '수술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찬성에게는 알쏭달쏭하기만 한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넌지시 '안락사'를 얘기합니다.

'네가 네 얼굴을 본 시간보다 내가 네 얼굴을 본 시간이 길어…. 알고 있니?' 에반의 젖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들거렸다. 찬성이 에반의 입매, 수염, 콧방울, 눈썹 하나하나를 공들여 바라봤다. 그러자 그 위로 살아, 무척, 버티는, 고통 같은 말들이 어지럽게 포개졌다.

- 있잖아, 에반. 나는 늘 궁금했다.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픈 건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걸까?
-….
- 에반, 많이 아프니? 내가 잘 몰라서 미안해.
-….
- 있잖아, 에반. 만약에 못 참겠으면…. 나중에 정말 너무 힘들면 형한테 꼭 말해. 알았지?
에반이 끙 소리를 냈다. 찬성은 몸을 돌려 바로 누운 뒤 어둠 속 빈 벽을 한참 바라봤다.

- 김애란 '노찬성과 에반' 中


김애란 작가가 처음으로 쓴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 어린이와 버려진 개, 그들을 돌볼 힘이 없는 할머니, 이 세상 약자들의 이야기, 조지현 기자의 낭독으로 들어보세요.

(* 김애란 작가와 출판사 문학동네로부터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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