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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도소 '우표깡'…현금처럼 쓰이는 우표, 암시장까지

<앵커>

교도소 수감자들이 이른바 수발업체를 통해 불법 음란물과 성인물을 받아보는 실태, SBS가 보도해드렸습니다. 더 취재해보니 거래 대금으로 우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현금처럼 우표를 쓰고 있는건데, 그렇다면 우표 암거래 시장이 따로 있다는 뜻이 됩니다. 

정성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교도소 해결사로 불리는 심부름 업체 광고 책자입니다. 주문 전 필독 사항에 '우표 거래'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재소자들이 불법 음란물과 성인물을 살 때 우표로 값을 치르는 겁니다.

[수발업체 관계자 : 우표는 보시면 알겠지만 이렇게 재소자들이 보내요. 우표로 보내면 저희가 한 (우표 액면가의) 80%로 해서….]

왜 현금이 아닌 우표로 거래할까요? 재소자가 영치금을 써서 외부와 거래할 순 있지만 절차가 복잡해서 길게는 몇 주씩 걸립니다.

반면, 수감 시설에선 재소자들이 편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우표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래서 현금 대신으로 쓰이는 겁니다.

[전 재소자 : 우표가 유가 증권이에요. 그 사람들(수발업체)이 원하는 건 돈이 없으면 우표라도 보내다오.]

[현직 교도관 B씨 : 칩이나 이런 걸로 하듯이, 우표로 대신 노름이나 이런 걸로 거실에서 몰래몰래 하고….]

수발업체들은 재소자들이 보낸 우표를 액면가의 70%까지 현금으로 인정해 주는 식으로 거래합니다.

이른바 우표 깡인 셈입니다.

[현직 교도관 A씨 : 우표깡입니다. 카드깡 하듯이, 우표깡입니다. 저도 이 방식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발업체들이 재소자에게 받은 우표는 시중에서 다시 거래됩니다.

[수발업체 관계자 : 명동으로 저희도 넘기고 그러는데, '우표 현금화' 이렇게 (검색)하니까 블로그가 있었어요. 거기는 일반 우표 가게인데 현금으로 이렇게 거래해요.]

취재진이 서울의 중앙우체국 앞 우표상을 찾아가 확인해 봤습니다.

수백만 원어치 우표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명동 우표상 A씨 :(100~200만 원 가까이 더 있는데 (팔 수 있나요?)) 별로 많지도 않네. 우리는 얼마든지 (우표를) 쓰니까.]

우표상 역시 수발업체처럼 할인해 우표를 삽니다.

그리고는 액면가의 10% 정도 이윤을 남기고 독촉장 등을 많이 보내는 신용회사나 택배업체에 우표를 다시 팝니다.

[명동 우표상 B씨 : 특히, 외국 우편물 다량으로 취급하는 사람한테 팝니다. 거기서 마진을 조금 5~10% 정도.]

법에서 일반우표는 정가로만 거래하게 돼 있습니다. 우표깡은 모두 불법인 겁니다.

하지만 이미 우표 암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고 이 과정에서 탈세나 비자금 조성도 가능한 실정입니다.

교정 당국은 SBS의 교도소 음란물 실태 보도 이후 우표를 다량 구매하는 재소자는 음란물 반입 등 불법 거래가 있는지 검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도 실태를 파악해 암거래를 하는 우표상에 대해선 우표 판매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우기정,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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