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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유기동물을 부탁해 ② 가장 많이 버려진 반려동물 종(種)은?

▶ [마부작침] 유기동물을 부탁해 ① 최근 많이 버려진 곳은 제주시…서울은 극적인 감소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반려동물'은 지난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부터 공식 용어로 채택됐다.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는 동물을 그저 관찰과 구경의 대상 또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 속에서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엔 동물의 가치를 재인식해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으로 받아들이자는 취지가 담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가족'의 일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름만 '반려동물'인 경우도 여전히 많다. <유기동물을 부탁해 ① 최근 많이 버려진 곳은> 기사에서 확인한 것처럼, 올해 하루 평균 262마리의 동물이 '가족’에게서 버림받았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유기동물을 부탁해①>에 이어 58만 6천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유기동물 품종, 나이, 성별 그리고 유기 장소의 특징 등을 보도한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
※ 유기동물 발견지 전체 순위 및 처리 현황 등 관련 더욱 상세한 내용은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mabu.newscloud.sbs.co.kr/20171001animal/


● 키우는 개와 버리는 개는 다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만 15세 이상 남녀 1,376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들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품종은 말티즈라는 개로, 전체의 1/3 수준인 31.4%나 됐다 이어 푸들(18.1%), 시추(10.6%), 포메라니안(9.9%), 품종이 혼합된 소위 믹스견(9.2%)로 나타났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키워지거나 버려지거나
반면, 유기견의 품종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91개월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유기동물 공고시스템에 공고한 유기견은 모두 40만 3천 37마리였다. 이 중 42.2%가 믹스견으로 나타났다. 이어 말티즈(13.4%), 시추(8.1%), 푸들 (8.0%), 요크셔테리어(4.9%)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품종끼리 비교해 보면, 믹스견과 진돗개는 반려견으로 키우는 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버려지고, 말티즈와 푸들, 시추 등은 상대적으로 '덜' 버려진다고 볼 수 있다. 믹스견의 경우 애초에 반려견이 아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해 품종견에 한정해 비교를 해보면, 진돗개만 유일하게 양육 비율보다 유기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포메라니안과 치와와 순으로 양육 비율 대비 유기견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다른 종보다 더 많이 키워지면서도 덜 버려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바꿔 말해 특별히 더 많이 버려지는 개의 품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유기견 중 믹스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믹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진아 제주동물보호센터 수의사는 "믹스견을 분양받아 간 사람 중 분양 이후 주위 사람들에게 왜 똥개를 데려왔느냐는 힐난을 받은 뒤 보호소에 다시 몰래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품종별로 유기 정도에 차이 발생하는 건 '개의 크기'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대개 우리나라는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몸집이 큰 개는 실내에서 키우기 어렵고 개의 활동량도 많아 실내 생활 중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이유로 몸집이 큰 개는 작은 개보다 상대적으로 유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믹스견과 진돗개, 코카 스파니엘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견종의 양육 비율 대비 유기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로 풀이된다.

● 유기동물의 30%는 1살 미만, 2살 이하는 60%…어릴수록 늙을수록 더 유기

"어떻게 저렇게 어리고 약한 동물을 버릴 수 있어?" 숲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강아지와 길고양이를 보고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유기동물과 해당 동물의 나이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마부작침> 분석 결과, 유기동물의 수는 특정 연령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나이와 유기 정도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셈이다.

<마부작침>은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유기동물 58만 6천여 마리의 나이를 분석했다. 품종까지 공고된 개는 품종별로 나이를 산출했고,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은 종별 전체 나이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유기견은 1살 미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3마리 중 1마리 꼴인 29.9%였다. 특히, 믹스견은 이 비율은 34.6%로 모든 품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비글(33.4%), 스피츠(32.3%), 골든리트리버(30.4%), 진돗개(30.3%)가 평균(29.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유기견 나이별 비중
1살 미만에 이어 1살 (15.7%), 2살 (15.9%)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바꿔 말해 유기견 중 2살 이하가 무려  61.5%나 된다는 얘기다. 즉, 유기견 10마리 중 6마리는 두 살 이하의 강아지라는 뜻이다. 유기동물은 4살부터 비중이 낮아지다 9살에 0.6%로 최저점을 찍고, 10살 이상부터 3.9%로 다시 상승했다. 한 마디로 아예 어리거나 아예 늙은 동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버려지는 것이다.

어린 유기견이 많은 건 인간의 무책임함, 유대감 형성 여부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윤주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한 살 짜리 반려견은 사람으로 치면 중학생 정도인데, 당연히 사고를 많이 칠 수 밖에 없다"며 "귀엽다고 어린 개를 사서 무턱대고 사서 기르다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오면 동물과 사람이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을 사람이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준비 없이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최소의 유대감, 정(情)이 들 시간도 참지 못하다보니 '가족'을 버리는 비극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이런 경향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2014년 서울연구원의 <사육포기 동물, 어떻게 할 것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반려동물의 키우는 사람의 24.3%가 반려동물 사육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다고 답한 사람도 10.2%나 됐다.

● 1살 미만 비율 '고양이>개'…고양이는 보호소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기견 뿐만 아니라 유기묘의 경우에도 1살 미만 비중이 높았다. 유기묘 중 1살 미만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7.6%였다. 이어 1살이 15%, 2살이 13.9%, 3살이 9.8% 순이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고양이 비중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것인데,  고양이가 개보다 1살 미만일 때 '더 많이 버려진다'는 얘기일까?
[마부작침] 유기묘 나이별 비중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 '유기동물'의 법적 정의다. 그럼 도로를 배회하는 모든 동물이 보호소로 입소할 수 있을까? 현행법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특히 고양이에게 보호소 입소가 제한적이다.

동물보호법 14조는 '보호조치가 필요한 동물'로 보호소에 데려올 수 있는 동물을 한정하고 있다. '유실·유기동물', '학대를 받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소유주에게 학대를 받아 적정한 치료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들이다. 하지만, 여기에 고양이는 원칙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유기동물 정의
동물보호법 14조는 단서 조항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은 구조·보호조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이 바로 고양이다. 자생적으로 번식하는 길고양이, 소위 '길냥이'의 존재 때문이다. 다만, 시행규칙은 '구조 신고된 고양이 중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돼 자생하기 힘들다고 판단된 3개월 령 이하의 고양이'는 보호소로 데려올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묘 중엔 키우다 버려진 고양이도 있지만, 대다수는 다쳤거나, 3개월 이하, 또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1살 미만 유기묘가 절반에 육박하는 건 고양이의 보호소 입소 기준인 '3개월 령 이하' 규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 개와 고양이만 유기?…토끼,고슴도치, 햄스터, 이구아나도 있다!!!

동물보호센터엔 개와 고양이 외에 다양한 '기타 동물'들도 있다. 이런 기타 동물의 대부분은 사람이 반려동물로 집에서 함께하다 버려진 동물들이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91개월간 파악된 유기동물 58만 6천여 마리 중 개 고양이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는 토끼로, 2천 550마리로 분석됐다. 토끼는 서울 등 인구밀집지역에서도 발견되는데, 대부분 집에서 애완용으로 기르다 유기된 뒤, 번식을 하면서 개체수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개 고양이 이외 유기동물
고슴도치(1,076 마리), 햄스터(754마리)도 대표적 유기동물로 확인됐다. 기타 동물 중엔 이구아나(171마리), 앵무새(158 마리), 페릿 (129 마리) 등 쉽게 보기 어려운 동물도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유기동물 종류도 다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 동물별로 유기동물이 많은 곳, 품종별 유기동물 발견 지역 따로 있다

유기동물은 종류에 따라서 발견되는 장소도 차이가 났다. 개는 아파트 근처(7.5%), 구청·동사무소 등 행정관서(5.7%), 학교 근처(3.3%), 경찰서나 파출소 등 경찰 관서(3.1%), 소방관서(2.9%)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양이는 아파트(8%), 행정관서(4.8%), 소방관서(3.9%), 학교(2.2%), 경찰 관서(1%) 순으로 나타났다.

소방 관서로 집계된 건, 위기 상황에서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정관서와 경찰 관서로 집계된 것은 신고를 받고 임시 보호하다가 동물보호소로 입소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고양이가 개에 비해 소방관서에서 인계된 비율이 높은 건 위기 상황에 있다가 구조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 개는 고양이에 비해 경찰 관서에서 인계된 비율이 높은데 이는 사람들이 길고양이의 존재로 인해 고양이를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서로 다른 곳에서 발견되는 개와 고양이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기타 동물의 경우 각각의 동물의 특성에 따라 발견 장소에 특이점이 있었다. 토끼는 공원에서 발견된 비율이 6%, 고슴도치는 6.6%, 오리도 5.2%로 다른 동물에 비해 공원에서 발견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페릿과 이구아나는 소방 관서를 통해 인계된 비율이 11.1%와 12.4%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미국의 시인 앨리스 워커는 "흑인이 백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동물은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동물은 그들 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설파했다. 동물 자체의 가치를 인식해 동물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기동물 중 1살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달하는 결과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동물을 수단으로 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유기동물 발견지 전체 순위 및 처리 현황 등 관련 더욱 상세한 내용은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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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인턴: 홍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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