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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무도 원치 않는 과적이 일어나는 이유

[취재파일] 아무도 원치 않는 과적이 일어나는 이유
● 차를 태운 차 카캐리어…일상화된 과다적재

인천항 3번 게이트 앞은 하루 종일 차를 실은 차, 카캐리어들이 들락날락합니다. 시간대를 잘 고르면 1분 사이에 10대 내외의 행렬을 볼 수도 있습니다. 카캐리어는 2층 침대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실을 땐 2층 상판을 비스듬하게 내린 뒤 2층에 차를 먼저 싣고 바퀴를 끈으로 묶어 고정합니다. 그다음 1층에 차를 마저 싣습니다. 특수한 용도로 쓰이는 카캐리어들은 규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차종은 모두 같은 모양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차들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각각입니다. 자동차를 싣는 2층 칸의 상판 길이가 조금씩 다릅니다. 운전석 바로 위 앞머리 상판도 유난히 튀어나와 있는 것들이 눈에 띕니다. 상판이 길게 튀어나와 있는 것들은 모두 중간에 용접한 흔적이 있습니다. 차를 더 싣기 위해 불법 개조한 겁니다.

차를 실을 때 땅으로 내리는 사다리를 펼쳐 그 위에 차를 싣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시 불법입니다. 이런 식으로 3.5t짜리 카캐리어에는 승용차 3대씩, 5t짜리 카캐리어에는 승용차 5대씩 실려 운반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소나타 승용차 한 대가 1.4t쯤 되니까 어림셈으로도 모두 과적입니다.

● 기사들 "사고 늘고 보험 안 돼…우리도 과적 원치 않아"

단속을 나가보면 운전자들은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닌데"라는 말입니다. 변명이라기보단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물량을 채우기 위해 더 실으라는 회사 요구에 따를 뿐 본인들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운전기사들이 댄 근거들은 이렇습니다.

차를 많이 실으면 경제적인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합니다. 카캐리어 등 화물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적재물 보험이라는 것을 듭니다. 사고가 나 운송하던 물건이 손상되면 보상을 해주는 보험입니다. 이 보험은 적재중량의 1.1배까지만 적용됩니다.

5t짜리 카캐리어에 7t 무게의 자동차들을 싣고 가다가 사고가 난다면 5.5t 무게만큼만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1.5t은 운전자가 변상해야 합니다. 차 한 대 무게입니다. 차량 한 대 옮기는 데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을 받는 게 고작인 운전기사들이, 과적하다 사고가 나면 수천만 원의 자동차 값을 물어줘야 합니다. 카캐리어 기사들이 과적을 달가워할 리 없는 이유입니다.
저가 운송료, 과적 강요, 카캐리어
사고 위험도 커집니다. 전문가들은 5t까지만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된 차가 7t씩 싣고 다니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무게 때문에 제때 서지 못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참을 밀려가 앞차를 들이받을 위험이 커집니다. 회전할 땐 앞머리나 뒤꽁무니로 튀어나온 차들 때문에 길이가 길어져 주변 시설물이나 차들을 칠 위험도 있습니다. 무겁다 보니 회전구간에서는 원심력 때문에 차가 전도될 위험도 큽니다. 과적해서 차가 망가지는 문제 등 헤아리자면 많습니다. 하지만 보험 문제나 사고 위험에 비하면 나머지는 부차적이라는 게 기사들 설명입니다.

물론 차를 더 많이 싣는 게 운전기사들에게 이익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대당 얼마로 운송료를 매기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갈 길, 한 대 더 실으면 그만큼 운송료를 더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기사들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마주하는 사고 및 보험 문제 때문에 과적을 원치 않는 운전기사들이 많은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 운송회사 "경쟁입찰 거치니 단가 낮출 수밖에…우리도 얼마 못 남겨"

자동차회사에서 일감을 받아오는 운송회사들은 중간에 끼어 난처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자동차 회사와 계약할 때는 대당 얼마를 받을 건지 입찰을 거칩니다. 경쟁업체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해야 합니다. 가격을 낮춰 부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을 받아와 중개해주면 한대당 1천 원 정도의 돈을 회사가 가져갑니다. 단가는 낮고 옮겨야 할 차들은 많으니 관행적으로 해온 과적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라고 설명합니다. 일감을 주는 자동차 회사 앞에선 자신들도 '을'이라는 얘기입니다.

카캐리어 과다적재 보도가 나간 뒤 한 운송회사의 운전기사들은 지난 20일부터 운송거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당 만 원도 안 되는 낮은 운송료에 경제적, 신체적 위험 부담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생계를 건 싸움입니다. 운송회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회사에 이미 정해진 운송료를 갑자기 올려달라고 얘기하기도 어렵고 운전기사들의 마땅한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사이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 운전기사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운송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운송회사와 운전기사들이 생계를 건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자동차 회사는 다른 운송 업체를 구하면 그만인 일인지도 모릅니다.

▶ 불법개조·과다적재 '아찔'…카 캐리어의 위험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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