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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이런 작품 없었다"…'언니는 살아있다' 오윤아의 당당함

[스브수다] "이런 작품 없었다"…'언니는 살아있다' 오윤아의 당당함
세월이 흘러도 한 번 차도녀는 영원한 차도녀 인가 보다.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늘씬한 몸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한 눈에 봐도 딱 오윤아였다.

오윤아가 가진 특유의 차가운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풍겨 나왔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첫 인상과는 달리 한 없이 밝은 캐릭터였다. 겨울이 가고 봄은 오고, 비 온 뒤 땅은 더욱 굳어졌다. 남몰래 눈물을 훔쳤던 힘든 시기를 지난 만큼 한층 더 여유롭고 강고한 모습, 역시 워킹맘은 대단했다.

오윤아는 최근 방송되고 있는 SBS 특별기획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의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드라마가 이제 막바지라 여유롭게 촬영하고 있다. 초반에는 힘들게 하다가 뒤에 여유가 있어서 이래도 되나 생각이 들 정도다.(웃음) 이제 정말 몇 부 안 남았는데 시청자들이 해피엔딩을 기대하니까 그런 모습이 잘 나오도록 편안하게 촬영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은 작품이다. 정말 내게는 남다른 드라마라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브수다] "이런 작품 없었다"…'언니는 살아있다' 오윤아의 당당함

오윤아가 극중 맡은 김은향은 이지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남편 추태수(박광현 분)의 불륜과 딸의 죽음을 겪고, 그 중심에 있는 구세경(손여은 분)에게 복수를 펼치게 된다. 최근에는 구세경이 유방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돼 복수와 연민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세 가지 정도 주안점을 뒀다. 처음에는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로 딸을 잃은 아픔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외모적으로 스타일부터 신경 썼다. 메이크업도 안하고 힘들어하는, 지나가면 눈물 터질 것 같은 모습으로 연기 하려고 했다. 두 번째로는 복수 시작하게 되니까 정상이 아니었다. 풍파 겪었으니 살짝 싸이코 패스 같은 모습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착한 성격이 변하면 더 무섭지 않냐. 그리고 세 번째는 살짝 아쉬운 부분인데 세경이가 아들 때문에 나를 이용하려 하는데 그러면서 무너지는 은향을 표현하고 싶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은향은 연거푸 불운 겪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때마다 오윤아는 울고 또 울고 힘든 감정 연기를 계속 이어가야 했다. "초반 모든 회에 우는 신이 있었다. 한두 신만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 오열을 해야 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서 보여줘야 하는 신이라서 대충 넘기면 안 되니까 최선을 다 했다. 은향과 처음부터 함께 했던 터라 이해 안가는 장면은 없었다"고 떠올렸다. 오히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딸의 사고신을 촬영할 때 불길에 들어갔는데 유독가스 마셨다. 불이 정말 붙었다. 첫 촬영 이었는데 불길에 머리카락 그을리고 해서 큰 일이 날까봐 FD가 불을 껐다. 근데 그때 유독 가스를 마시니 눈물 콧물 나오더라. 나는 힘들었는데 아름이는 놀라지 않고 재미있다고 하더라. 내가 용감한 스타일인데 아이들 데리고 하는 신은 힘들다. 용하를 구하는 신 역시 쉽지 않았다. 심적으로 힘든 건 아름이 장례식장 신이었다. 나도 엄마이다 보니까 쪼그리고 앉아있는데도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 그 정도로 괴로웠지만 그것은 연기자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브수다] "이런 작품 없었다"…'언니는 살아있다' 오윤아의 당당함

그렇게 힘들고 당하기만 하다가 은향이 세경과 태수에게 한방을 날린 순간에서는 오윤아 스스로도 통쾌했단다. "그때는 나였을 것 같다. 그게 저였을 것 같다. 태수에게 분노하고 그리고 다 까발리고 그가 인정하진 않았지만 시원했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은향은 태수, 세경, 환승(송종호 분)과 함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덕에 박광현 송종호 손여은과 붙는 신이 많다.

"배우들 호흡은 좋다. 지금은 광현 오빠랑 가장 좋은 상황이다. 광현 오빠가 자길 던지며 연기를 하니까 에너지가 된다. 종호 오빠는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아쉬웠던 것은 오빠는 아이도 없고 하니까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멜로 신 호흡 잘 맞았다.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에 젠틀한 스타일이라 어려움 없이 촬영했다. 손여은은 낯을 가려서 친해지지 못했다. 거기다 대립하는 신을 연기해야 하니까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편하게 촬영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 오윤아는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들 외에도 친한 배우들이 많다. 촬영이 없는 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손예진 공효진 엄지원 등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 가득하다.

"우리는 만나면 연기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손예진 경우는 어렸을 때 봤던 친구인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배우게 된다. 작품이 결정되면 캐릭터와 뼛속까지 일체 되려 하더라. 나도 저런 식으로 접근해야 겠다 느끼게 된다. 엄지원은 연기할 때마다 조언을 구한다. 물을 때 마다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정확하게 말을 해준다. 내게는 교수님 같은 존재다. 공효진은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연기를 좋아한다. 예지원, 김지영은 연기 스승님 같은 경우다. 그런 선배들 보고 해서 연기를 성실하게 할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겉으로 하려 하지 않고 마음 담아 하는 것 가르쳐 줬다"
[스브수다] "이런 작품 없었다"…'언니는 살아있다' 오윤아의 당당함

오윤아는 지난 2000년 레이싱모델로 데뷔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에 나섰다. 이제 연기 생활만 13년차. 가장 신났을 때가 있었을 반면에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게 동시에 왔다. 연기를 하면서 이제 연기를 조금 알겠다 했을 때 작품은 계속 들어왔고 동시에 육아 문제에 부딪쳤다. 아들을 낳고 나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그만큼 고통의 시간이었다. 아들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발달 속도도 늦고 해서 잠깐 쉬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쉴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 달 정도였다. 어느 날은 아들은 병원, 나는 병원에서 출퇴근 한 적도 있다. 그 때 암도 걸렸었고… 행복한데 불행했던 상황이었다. 어디 가서 말도 하지 못 했고 이야기도 꺼내기 싫었다. 그러다보니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들고 속상하고 불행했다. 그 시기가 연기자로서는 가장 피크였던 것 같은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민이가 8살 때까지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연기 하면서 이겨낸 부분이 있었다. 성격이 밝아서 밖에 나가면 또 잊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민이가 8살 되면서부터 아이도 나도 훨씬 편안해졌다"

오윤아는 개인사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힘든 시기를 보내며 더욱 단단해졌다. 연기자로서 목표도 확실해졌다. 그만큼 욕심도 커져갔다.

"연기라는 것이 힘든 것 같다. 난 경력을 내세우기 민망할 정도로 연기를 못하는 것 같다.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 안 될 때 속상하다. '언니는 살아있다'를 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많은 작품을 하며 내 연기 색깔을 찾았다 했는데 또 아닌 거다. 뭔가에 부딪친 느낌이랄까. 대중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배우의 몫인데 오윤아 하면 이런 연기 잘해 그런 말을 듣고 싶다. 공감을 하게 하는 배우 말이다.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자연스레 자신의 이미지를 깨가며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게 배우의 본분이 아닐까"
[스브수다] "이런 작품 없었다"…'언니는 살아있다' 오윤아의 당당함

끝으로 오윤아에게 '언니는 살아있다'가 드라마 제목인 만큼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언제냐 물었더니 그녀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난 매순간 그렇게 생각한다.(웃음) 엄마일 때도, 아이와 학교 갈 때도 내가 연예인이니까 돋보일 수밖에 없지 않냐. 여배우다 보니까 내가 아름다워야 하고 내가 주가 되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자존감이 한없이 올라갈 때가 있는데 겸손해 지려고 노력한다. 다행인 것은 부족한 게 많아서 어느 순간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어디서나 당당하려 한다"

(SBS funE 손재은 기자/사진=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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