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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발중 무인기 추락…연구원들이 무인기 값 물어내야?

[취재파일] 개발중 무인기 추락…연구원들이 무인기 값 물어내야?
작년 7월 차세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 1대가 시험비행 도중 추락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양산돼서 전력화된 무인기가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 중인 무인기의 시제(試製)입니다. 안타깝지만 연구원의 실수가 빚은 사고입니다. 무인기 1대 가격은 67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런 사고는 어떻게 처분하는 것이 옳을까요. 연구원의 실수이니 연구원 개개인에게 추락한 무인기의 값을 물린다? 사고의 경위를 정밀 검토해서 교훈과 예방책을 찾는다? 전자는 방사청에 파견된 감사원 감사관과 검사들의 조직인 방위사업감독관실의 처분이고, 후자는 ADD의 주장입니다. 사고 경위부터 면밀히 따져보고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사고의 시작은 독특한 ‘테스트 붐’

항공기를 시험 비행할 때 테스트 붐(test boom)이라는 안테나를 장착합니다. 항공기의 속도, 방향 그리고 바람의 속도, 방향을 계측하는 장비입니다. 무인기에도 테스트 붐을 달아서 시험 비행을 합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ADD가 군단급 무인기를 개발하기 위해 구입한 테스트 붐이 기존 테스트 붐들과 치명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바람의 방향을 인식하고 표출하는 방식이 통상의 테스트 붐과는 반대였던 것입니다. 보통의 테스트 붐은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면 +로, 왼쪽으로 바람이 불면 -로 인식해 표출한다고 치면 ADD가 군단급 무인기 개발용으로 구입한 테스트 붐은 반대로 인식하고 표출했습니다.

테스트 붐이 인식한 바람의 방향과 무인기가 인식하는 바람의 방향이 충돌하면서 기체의 기계적 오류를 일으켰고 무인기는 이륙 도중 추락했습니다. 이것이 작년 7월 무인기 사고의 전말입니다. 연구원들이 무인기 시험 비행용으로 구입한 테스트 붐의 사용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었다면 ‘숨은 글자’를 찾아냈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무인기
● “연구원 1인당 13억 4천만원씩 배상하라”

군단급 무인기 시험 비행은 ADD의 비행제어팀 소속 연구원 5명이 맡았습니다. 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실은 지난 7월 “연구원들의 과실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며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연구원 5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ADD에 통보했습니다. 67억 원짜리 무인기가 부서졌으니 1인당 평균 13억 4천만 원을 물어내라는 것입니다.

ADD는 방위사업감독관실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무기 개발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연구원들에게 물리는 선례를 남기면 연구원들이 몸 사리느라 무기 개발을 못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DD 관계자는 “무기 개발 중 사고의 금전적 책임을 연구원에게 떠넘기면 사고 원인의 분석부터 제대로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방위사업감독관실은 ADD의 이의 제기에 대해 두 달이 지나도록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1986년 챌린저호의 폭발과 미국의 대응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습니다. 승무원 7명이 숨졌고 5천억 원 가까운 금전적 피해도 생겼습니다. 사고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0.28인치 굵기의 오링(o-ring)이라는 부품이 추위로 탄성을 잃어 배기가스가 새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챌린저호의 모든 기기는 미터 단위를 사용했는데 유독 로켓 외벽 이음새의 오링만 인치 단위를 적용해서 발생한 미세한 오류가 일으킨 대참사였습니다.

결함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NASA 연구원들은 무시했습니다. 연구원들의 명백한 실수로 미국은 아까운 인재 7명과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연구원 개인들이 아니라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문제로 규정하고 챌린저호 사고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았습니다. 연구개발 중 실수, 실패는 성공의 길을 다지는 자양분과 같아서 입니다.

챌린저호 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두말없이 방산 비리입니다. 우리나라였으면 검찰은 NASA를 압수수색해서 구속영장을 무더기로 청구했고, 감사관과 검사로 구성된 방위사업감독관실은 연구원들 개개인에게 수십~수백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강요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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