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치 잘 봤다"…하산하다 발생하는 사고 그 이유는?
지난 19일 소방청이 발표한 '119 구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악구조 활동 건수는 9,133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9월과 10월에 2,171건이 발생해 전체 산악사고의 23.8%를 차지했습니다. 사고의 50.9%는 등산객이 늘어나는 토·일요일에 발생했고 평일에도 하루 평균 27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사고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간대는 오전에 등반을 마친 등산객이 하산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아 산악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평소에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한 등산을 하면 산에서 내려올 때 하체에 힘이 풀려 실족이나 추락 등의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음주도 산악사고의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술은 판단력을 흐리고 운동신경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음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적당히 마시니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2010~2012년 사이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악사고 1천686건 중 30%가 음주로 인한 사고였습니다. 술에 취해 하산하다 골절상을 입거나, 지나친 음주로 탈진과 경련을 일으킨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등산 문화는 술에 관대합니다. 등산로 입구 매점마다 술과 안주를 팔고, 일부 산에는 등산로 중간에 술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면 마시는 술이라고 해서 '정상주'라고 부르며 술을 마시고 하산하는 등산객도 많습니다. 도봉산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산에 오르기 전부터 술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등산객이 늘어나는 주말에는 매출이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이창화 소방청 119구조과장은 "대부분의 산악 사고가 지형·기상 요인 등 자연적인 환경 탓도 있지만 입산자의 안전 의식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산행 중 방심하거나 부주의한 행동은 피하고 과도한 자신감으로 무리한 산행을 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가을철 산악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을 오르기 전에는 기상정보와 등산코스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또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등산을 시작해야 합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체온을 살짝 높이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산에 오르면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행 중에 걷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아야 힘이 적게 들고 자세가 안정돼 부상 위험이 적습니다. 발 앞부분에 체중이 실리면 다리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등산 시 들고 가는 가방의 무게를 줄이고 등산용 스틱을 사용해 체중을 분산시키는 것도 도움됩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보폭을 좁게 하고 천천히 내려와야 합니다. 급하게 내려오면 무릎 관절이나 허벅지 근육이 손상되기 쉽습니다. 가을 산행에서는 큰 일교차로 인한 체온저하도 주의해야 합니다. 저체온증에 대비해 여벌의 옷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철에는 낮이 긴 여름보다 해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하산 일정을 넉넉히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등산로에 설치된 119구조위치 표지판 번호를 숙지해 두면 사고 발생 시 구조대가 사고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