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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김광석 사건 추적…이웃들이 기억하는 서 씨와 딸 서연 씨

[단독] 故 김광석 사건 추적…이웃들이 기억하는 서 씨와 딸 서연 씨
1996년 세상을 떠난 가수 故김광석의 사망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자살로 경찰 내사 종결된 이 사건이 발생 21년 만에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것. 김광석의 부인 서 모 씨(52)는 최근까지 경기도 기흥에 있는 한 골프 빌리지 전원주택에서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씨의 행적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서 씨가 불과 3~4일 전까지 머물렀다는 자택을 직접 찾았다. 그가 거주하는 곳은 국내 최고급 골프 빌리지로 2004년 분양된 곳. 집집마다 외제차가 즐비했고, 경비체계 역시 매우 삼엄했다. 대중교통으로는 닿을 수 없는 적막한 산 속에 위치한 부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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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 씨는 이날 늦은 밤에도 자택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둠이 내리깔린 뒤에도 집에는 불빛이 켜지지 않았다. 서 씨와 동거인이 각각 타고 다녔다는 일본산 고급차량 두 대 역시 아파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웃들은“불과 일주일 전에도 봤던 서 씨였지만, 3일 전부터는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택 근처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주민 대부분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부유층이다. 잠시 손님을 모시고 오는 곳이기도 하고 별장처럼 마련해두고 한두달씩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서 씨는 2003년 이 자택을 조모씨(84)의 이름으로 분양 받았다. 이웃 주민들은 그가 2004년부터 딸 서연 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딸의 교육 때문에 이곳에 왔다.”며 말하기도 했다고 그의 오랜 이웃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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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서씨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 씨는 주민자치위원회 총무를 할 정도로 주민 모임에 적극적이었고, 이웃들과 여러 가지 시끄러운 분쟁과 말다툼도 있었지만, 10년 넘게 거주하며 친한 이웃들과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는 일도 잦았다.

서 씨는 절친한 이웃들에게 “내가 김광석 부인이다.”라는 말도 여러차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이웃들에게 자신감이나 신뢰감을 줄 때 ‘김광석 부인’이라는 호칭을 썼다고 이웃들은 기억했다. 서 씨는 김광석과 결혼사진 등 자료들을 대거 보관했다가 2008년께 쓰레기로 내놓았다는 걸 기억하는 주민들까지 있었다.

딸 서연 씨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이웃도 있었다. 당시 10대 소녀였던 서연 씨는 놀이터에서 물끄러미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얘들아 뛰지 마. 다쳐.”라고 말했다는 것. 서연 씨는 의사소통을 하고 글을 쓰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발달장애 정도가 별로 심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착하고 순수한 10대 소녀의 모습으로 서연 씨의 마지막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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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복수의 이웃들은 한동안 서연 씨가 보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얘기만 서 씨로부터 전해들었다는 것.서연 씨는 2007년 12월 23일 ,17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럼에도 서 씨는 최근에도 “딸은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딸은 미국으로 가서 잘 지낸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 집에 딸과 단 둘이 거주한 게 아니었다. 수년 전부터 서 씨와 동거하는 남성이 있었는데, 서 씨는 이웃들에게 이 남성을 ‘남편’이라고 소개해왔다고 한다. 

민머리에 다부진 체격, 거친 인상의 이 남성에 대해 이웃들은 “서 씨가 김광석 씨와 사별한 이후 이 남성과 재혼한 것”으로 여겼다고 입을 모았다.

등기부등본상 이 남성이 서 씨와 이 집에 머물렀다는 기록은 없지만 이웃주민들은 이 남성이 최근에도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또 방학 때마다 그 집에서 지내는 남자 학생까지 있어서 둘 사이에 아들까지 두고 있는 평범한 가족으로 여겼다고 이웃들은 말했다.

이 남성의 이름은 이 모씨로  김광석이 사망 전 미국에서 만난 동창과 동명이다. 김광석의 유족인 친형 광복 씨는 영화 ‘김광석’에서 일기장에 동창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복수의 김광석 지인들이 기억하는 이 동창의 인상착의와 서 씨와 함께 거주하는 이 모씨 인상착의는 거의 비슷했다.

김광석의 오랜 친구 A씨는 "(김)광석이에게 듣기로 이 씨는 고교 동창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광석이가 공연을 할 때 광석이네 부부에게 호텔이며 차며 제공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공연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이 씨와 서 씨가 함께 사라져 김광석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말했다. 2박 3일만에 동창 이 씨와 서 씨가 돌아오긴 했지만, 김광석은 이 사건을 너무나 가슴아파 하며 일기장에 그런 당시 내용을 적어뒀다고 유가족은 밝혔다.

김광석 형 김광복 씨는 SBS funE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광석이가 쓴 일기장에 미국에서 만난 동창이름이 있다.”면서 “일기장 원본을 이상호 기자에게 줬기 때문에 지금 그 남성의 이름을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광석이 미국 체류 시절 함께 지냈던 A씨에 따르면 서씨와 현재 거주 중인 남성 이 씨와 해당 동창의 이름이 동일하다. 인상착의와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신장 등이 특히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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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서 씨에게 직접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 묻고자 했지만 서 씨는 밤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서 씨는 김광석이 사망한 지 7년 만인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행보를 보였다. 김광석이 생전 부친에게 넘긴 저작권 분쟁으로 시댁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서연이를 키우려면 사업을 해야한다."는 요청에 시댁에서는 김광석의 판권을 허락했다. 2006년에는 법적으로 완전히 서연 씨가 상속받았다.

서 씨는 2004년 (주)위드삼삼뮤직 법인을 세워 김광석의 CD, 생전모습이 담긴 DVD 등 추모작을 내놨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서 씨는 2004년부터 서울 강남구 주상복합, 서초구 오피스텔 등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웃들에게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얘기도 자주 했고, 베트남 음식점을 차렸다는 얘기도 했다. 

서 씨에 대해서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은 여전히 의혹이 뿐이다. 서 씨는 김광석이 사망 전 우울증을 앓았고 부부간 불화가 있어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의 사망 이후 세상 사람들의 억측에 상처를 받고 미국과 캐나다를 떠돌아다녔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딸 서연 씨가 사망 이후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채 10년 만에야 그 소식을 유족에게 알려야 했던 이유는 서 씨가 직접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부를 뿐이다.

21년 째 김광석 사망사건을 추적해온 이상호 기자는 서울지검에 사건 재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제출했고,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의미있는 근거가 나올 경우 재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김광석법’에 대해서 안민석 의원등이 입법을 발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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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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