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에 입국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숙소인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 수십 년 전부터 때만 되면 "개가 짖어도"라는 북한
북한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표현을 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깝게는 지난 2015년 북한은 노동신문에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이 논평에서 북한은 북한에 개혁과 대화를 촉구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자신들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993년, 같은 뉴욕에서도 이 말은 나온 바 있습니다. 북한의 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던 자리였습니다. 강석주 당시 북한 외부성 부상이 미국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에게 직접, 그것도 영어로 이 구절을 말했던 겁니다. "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개들은 짖지만 마차는 달린다.)라고요, 미국이 뭐라 해도 북한은 자기 길을 가겠다는 이 말에 분위기는 상당히 싸늘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문제의 발언을 자주 인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故 김영삼 대통령이 있습니다. 지난 1993년 대통령 취임 이후 군의 사조직 '하나회'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발이 터져 나오자 이 말을 던졌습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이 한 마디로 '더는 군인에 의한 쿠데타는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확실히 보여줬고, 반발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이렇게 곳곳서 쓰이는 '개는 짖어도…'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도대체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 말은 중동, 아랍 등지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용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의 격언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격언이 시간이 흘러 각 지역으로 퍼지면서 여러 나라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5년 잉글랜드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한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도 '개들이 짖어도 카라반은 간다'는 포르투갈 고유의 속담이 자신을 이끌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느 사람들은 우리가 우승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내 나라는 말하더라. '개가 짖어도 카라반은 계속 간다'고"라며 우승을 거머쥘 때까지 이어진 자신의 의지의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이 격언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것은 바로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때문이었습니다.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