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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때마다 나오는 "개가 짖어도 열차는 간다"…도대체 이게 무슨 말?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7.09.21 14:26 수정 2017.09.22 08:34 조회 재생수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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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때마다 나오는 "개가 짖어도 열차는 간다"…도대체 이게 무슨 말?
취임 후 첫 유엔 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전례 없는 험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로켓맨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에 입국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숙소인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리용호 발언서로를 향해 말 폭탄을 주고 받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 수십 년 전부터 때만 되면 "개가 짖어도"라는 북한

북한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표현을 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깝게는 지난 2015년 북한은 노동신문에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이 논평에서 북한은 북한에 개혁과 대화를 촉구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준비위원회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자신들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993년, 같은 뉴욕에서도 이 말은 나온 바 있습니다. 북한의 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던 자리였습니다. 강석주 당시 북한 외부성 부상이 미국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에게 직접, 그것도 영어로 이 구절을 말했던 겁니다. "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개들은 짖지만 마차는 달린다.)라고요, 미국이 뭐라 해도 북한은 자기 길을 가겠다는 이 말에 분위기는 상당히 싸늘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석주 발언■ 우리나라 정치인들 자주 인용하기도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문제의 발언을 자주 인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故 김영삼 대통령이 있습니다. 지난 1993년 대통령 취임 이후 군의 사조직 '하나회'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발이 터져 나오자 이 말을 던졌습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이 한 마디로 '더는 군인에 의한 쿠데타는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확실히 보여줬고, 반발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영삼 발언이 발언을 사용해 논란이 됐던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지난 2013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말을 남겼습니다. 홍 지사는 "숨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구부러진 도정을 바로잡고 침체된 도정에 활기를 불어넣는 1년이었습니다. 성과도 많았고 반대편의 비난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묵묵히 나의 길을 갑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발언지난해에도 이 말을 쓰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홍 대표는 단식 농성을 벌이며 자신의 사퇴를 종용하던 정의당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2년간 단식해봐. 2년 후에는 나갈 테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도의회 앞에 쓰레기(손 팻말)를 치워달라는 이야기였다"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한 뒤 차량에 올라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박지원 발언문제의 표현을 즐겨 쓴 또 다른 정치인으로는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27일로 연기된 상황에서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열차에서 하차한다는 연기를 피우고 있지만, 개는 짖어도 탄핵열차는 달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4월에도 당시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펼쳐지자 이를 일축하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 이렇게 곳곳서 쓰이는 '개는 짖어도…'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도대체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 말은 중동, 아랍 등지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용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의 격언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격언이 시간이 흘러 각 지역으로 퍼지면서 여러 나라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5년 잉글랜드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한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도 '개들이 짖어도 카라반은 간다'는 포르투갈 고유의 속담이 자신을 이끌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느 사람들은 우리가 우승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만 내 나라는 말하더라. '개가 짖어도 카라반은 계속 간다'고"라며 우승을 거머쥘 때까지 이어진 자신의 의지의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이 격언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것은 바로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때문이었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발간 뒤 바로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8개의 오스카상까지 휩쓴 이 작품에 바로 이 말이 나오는 겁니다. 여자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가 망설이자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는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추진하라'면서 "개가 짖어도 마차는 달린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는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 추진력과 담대한 용기를 주었던 말은 시간이 흐르며 지구촌 곳곳에서 원작자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방향으로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