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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수면 상승…피해와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 차이는 얼마?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 사전 대응에 드는 비용의 5배

[취재파일] 해수면 상승…피해와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 차이는 얼마?
산더미 같은 파도가 해안도로를 덮쳤다. 해안도로를 달리던 승용차는 파도에 휩쓸려 여기저기 처박혔고 쓰나미처럼 밀려온 파도에 고층건물 사이 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지난해(2016) 10월 5일 부산 해운대의 모습이다. 태풍 차바(Chaba)가 강타하면서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 상황에서 차바와 같은 태풍이 또다시 북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해수면 상승은 곧바로 해안 지역의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해수면은 상승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RCP8.5) 21세기 중반(2046~2065) 해수면 높이는 1986~2005년 대비 30cm(22~38cm) 상승하고 21세기 말(2081~2100)에는 63cm(45~82cm)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RCP4.5)에도 21세기 말 해수면 높이는 47cm(32~63cm)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해수면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방파제 높이를 높이고 해안가 도시 구조를 바꾸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 혹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오히려 더 크지는 않을까?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서는 재난으로부터의 인명과 재산 보호뿐 아니라 대응에 필요한 경제적인 문제까지 여러 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국가에 따라 지역에 따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와 그에 따른 대응 방법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데 최근 참고할 만한 한 가지 사례 연구가 발표됐다.

브라질과 미국, 영국, 아일랜드 공동연구팀이 브라질 최대 항구인 산토스(Santos)와 영국의 해안 도시인 셀슬리(Selsey),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 주 남동부 해안에 있는 브라우어드 카운티(Broward County)의 한 해안 도시를 대상으로 현재 해수면 상승 속도와 앞으로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해수면 상승 정도,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가 빌딩 등 구조물의 침수 피해, 그리고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들어가는 대응 비용 등을 산출했다(Marengo et al., 2017).

산출결과 산토스의 경우 해수면은 2050년까지 지금보다 18~23cm 상승하고 2100년까지는 36~45cm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것은 해안가 저지대가 그만큼 물에 잠길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고 또한 해안 지역에서 침식이 더욱더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해안가 침수나 침식은 태풍이나 폭풍이 몰아칠 때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산토스 한 해안(Ponta da Praia) 지역의 경우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방파제를 높이는 등 해안가 정비 사업을 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3억 헤알(약 9천 600만 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수면 상승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을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건물 침수 피해는 15억 헤알(약 4억 8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미리 대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5배나 더 큰 피해가 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단순히 건축물에 대한 피해뿐 아니라 기온 상승으로 질병 확산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산토스 지역의 피해는 30억 헤알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해수면 상승은 브라질 산토스 지역만의 일은 아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예측한 대로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특히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역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데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히 실현될 경우(RCP4.5)에도 21세기 후반(2071~2100)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수면이 53cm 상승하고 동해안은 74cm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8.5)는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져 21세기 후반 서해안과 남해안은 65cm, 동해안은 무려 99cm나 해수면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슬라이드 포토] 해운대 해안 덮치는 해일
이제 필요한 것은 국지적인 특정 해안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다. 그 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언제 어느 정도가 물에 잠기고 피해액은 얼마나 될 것인지 또 지역별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파제 구축이나 해안가 정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남해안이나 동해안, 부산처럼 넓은 지역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해운대에서도 태풍 차바가 강타했던 지역은 앞으로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 어느 지역까지 물에 잠길 수 있는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해안가를 정비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것인지와 같은 국지적인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각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또한 올바른 정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 지구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산토스에 대한 연구처럼 기후변화를 국지적인 특정 지역의 문제로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우리 문제, 내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해수면 상승에 대한 연구와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해안 지역 개발과 인구 집중이 혹시 장기적으로 보면 피해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미리 따져봐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Jose A. Marengo et al., 2017 : A globally deployable strategy for co-development of adaptation preferences to sea-level rise: the public participation case of Santos, Brazil, Natural Hazards, 88:39-53
DOI 10.1007/s11069-017-2855-x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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