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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의 '맘충'과 일본의 '노키즈존'

최근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우리 어머니들을 '맘충'(엄마와 곤충의 합성어)으로 비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는 곳은 주로 식당입니다. "아이에게 주려는데, 밥 조금 있나요?" "아이 이유식 좀 데워주시겠어요?"라고 요구한 어머니들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고기뷔페를 엉망으로 만든 어머니와 아이들의 이야기도 올라왔죠.

그런데, 아이를 데리고 식당을 찾는 어머니들은 일본에도 있습니다. 또, 아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식당도 일본에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도 맘충과 비슷한 의미의 '키치마마(キチママ/상식적이지 않은 엄마)'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우리 인터넷에는 맘충과 똑같은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론 일본 엄마들 모임에서 엉뚱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엄마를 주로 엄마들끼리 부르는 말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매너 문제뿐 아니라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엄마를 통칭합니다. 학부모 활동에 자주 빠지거나 자기 아이에게 지나치게 비싼 옷을 입히는 경우도 키치마마로 불립니다.

하여튼 크게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지 않나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이런 문제를 논의할 때 '키치마마'보다는 '고즈레 킨시'(아이 데려오기 금지)'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씁니다. 식당 측이 손님들에게 아이를 못 데려오게 하는 것이 맞느냐 틀리냐는 겁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다릅니다.

가장 최근 사건은 지난달 오카야마현의 한 식당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이를 데려온 세 팀의 일본 어머니들이 식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은 폐점시간에 맞춰 가게를 정리하다가 종이 창호가 파손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딱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식사했던 자리였습니다.
아이들이 창호를 파손한 식당 주인이 올린 트위터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창호에 구멍을 내놓은 겁니다. 식당 주인은 위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변상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이 이런 상태가 됐는데도 가게에 알리지 않고 돌아간 보호자 분들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후지TV가 찾아갔더니 손상된 종이 창호를 아예 가게 앞에 세워놓았더군요. 식당 주인은 0세 유아와 초등학생들은 괜찮지만 취학전 아동의 경우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토의 유명 스테이크 가게도 지난해부터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속 벤치가 문제였습니다. 예전부터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놓아둔 겁니다.
아이 출입금지를 선언한 교토 스테이크집
어느 날 가족 손님이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데, 5,6살의 아이가 신발을 신은 채 벤치에서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가게 직원은 세 차례 주의를 줬고요, 결국 장난치던 아이가 벤치에서 떨어져 다쳤습니다. 가게 측은 출입구 바로에서 일어난 사고인만큼 부모에게 "구급차를 부를까요?"라고 여쭤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 아버지는 "쓸데없이 이런 곳에 벤치를 놓았으니 아이들이 장난을 칠 수밖에 없잖아요"라고 항의를 했습니다. 이후 식당은 곧바로 '초등학생 미만 자녀들의 입점을 거부합니다'라는 안내판을 내걸었습니다.
가게 측 '초등학생 미만 출입금지' 안내문
내용을 좀 더 읽어보면 이런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이밖에도 식당 안에서 뛰어 다닌다든지 큰 소리를 낸다든지 해서 다른 손님으로부터 불만도 있었습니다. 저희 가게의 대응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본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과 똑같고 이들을 통제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제 눈을 잡은 또 다른 내용은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당 하나의 음식을 주문하는 제도를 운영하겠습니다."
"손님 한 명당 한 개의 음식은 주문해야 합니다."
사실 저도 초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다닐 때 가끔 제 것만 주문해 아이와 나눠먹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상당수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실제 지난주 딸 친구와 그 아버지, 그리고 저와 딸 이렇게 4명이서 소바집(좌석 25석)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애들은 조금 먹으니 어른만 시킬까요?"라고 했는데, 친구 아버지가 좀 당황해 하며 "아닙니다. 애들도 따로 시키죠."라고 하더군요. 결국 애들은 절반도 안 먹었고, 저와 친구 아버지가 1.5인분씩 먹었습니다. 다른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니 "키즈 메뉴가 따로 없다면 그냥 어른 것 시켜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100%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얼마 전 제가 간 돈가스 체인점에서는 어린이 메뉴가 따로 없다면서 그냥 알아서 어린이용 밥그릇에 밥을 담아주더군요. 역시 아이의 연령과 가게 분위기와 좌석 수 등에 따라 다른 듯합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7일 일본 트위터 이용자 'BetisPanolta Japan' 씨가 한 붕어빵 가게의 경고문을 찍어올린 겁니다.
지난 7월 일본 붕어빵집에 붙은 항의문
"얼마 전 한 고객으로부터 지적이 있었습니다. '아이 한 명이 포장된 삼색경단을 열고 안에 꾹꾹 눌렀다. 사고 싶었는데, 살 수 없었다. 아이 부모도 보고 있었는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 아이의 장래가 걱정되는 것은 저뿐일까요? 저희 가게는 위생 측면을 생각해 앞으로 이런 행위를 발견했을 시 손님이 해당제품을 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원래 아이에 대한 주의나 훈육은 부모님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삼색경단 상품(사건과는 무관)
일본도 저출산 고령화에 신음하고 있죠.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에게 모두 엄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에 진출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경우 '패밀리 스테이션'이라는 코너에 아이용 의자와 전자렌지를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직접 이유식을 데워먹을 수 있습니다.
일본 이케아의 '패밀리 스테이션' 코너
심지어 계산대에서 다른 음식을 주문하며 '베이비 푸드(이유식) 부탁합니다'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이유식을 무료로 줍니다.  
일본 이케아 무료 이유식
모든 가게에 이런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개인 식당에 이런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일본에서도 갈등이 생길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갈등과 고민 논란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아이들의 훈육과 식당 예절, 사회적 상식 등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생각할 부분도 있습니다. 역시 그 사회와 공공시스템이 얼마나 아이와 어머니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느냐에 달려있는 듯합니다. 우리처럼 어머니 계층을 꼭 집어 '맘충'으로 공격하는 것은 성숙한 사회의 반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이나 일본이나 진상 손님이 되지 않으려면 역지사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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