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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내일 인터넷 단속" 유언비어라지만

[취재파일] "중국, 내일 인터넷 단속" 유언비어라지만
어제 오후 제가 중국인들, 중국 거주 한국인들과 함께 사용하는 메신저 앱의 채팅방에 이런 내용의 글이 떴습니다.

"통지 : 내일 오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중국 인터넷이 '정리정돈'작업에 들어갑니다. 모두 채팅그룹에 사진이나 링크를 올리지 마세요. 만약 채팅그룹이 정리대상이 되면 그룹 내 모든 사람의 전화가 감시를 받게 됩니다. 제19차 중국 전국인민대회가 열리기 전에 인터넷 감시가 매우 엄격해질 수 있으니 숙지 바랍니다.!!!"
[취재파일] '중국, 내일 인터넷 단속
이후 다른 채팅방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약간씩 문구는 다르지만, 모두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인터넷 '정리'(단속의 뜻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작업이 진행되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10차 공산당 대회는 10월 18일 베이징에서 개막될 예정입니다. 중국은 5년마다 열리는 이 당 대회에서 최고위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새로 구성하고 국정 운용 방향을 결정합니다. 특히 올해는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년간의 집권 1기를 마치고 집권 2기로 넘어가는 시점이고,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을 맞는 회의이기도 해서 더욱 대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한 채팅방에 올라온 글은 이 '통지문'이 근거 없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2016년에도, 2015년에도 똑같은 내용의 글이 돌았다고 합니다. 중국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과연 이 통지와 거의 똑같은 내용의 글이 지난해에도 돌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통지문은 지난 14일부터 중국 각지에서 퍼지기 시작했으며, 사실이 아니니 퍼뜨리지 말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경찰이 이를 '유언비어'로 규정하고, 이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은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봤습니다.

사실 중국이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인터넷 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중국은 평소에도 인터넷 검열이 심한 나라입니다. 중국 포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검색어를 넣으면 검색 결과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해 중국에 있을 때, 중국 최고위층 친인척까지 연루됐던 비리 스캔들 '파나마 페이퍼'를 중국어로 검색했다가 검색 결과가 안 나오는 걸 보고 이를 실감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주요 해외 사이트에 접속조차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카카오톡도 접근이 안 됩니다. 중국이 이런 해외 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해 쌓은 인터넷 감시 시스템은 '사이버 만리장성',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 불립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 때문에 대개 VPN을 사용합니다. VPN은 만리방화벽을 우회해서 접속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상 사설망 서비스죠. 그런데 이조차도 통제 대상이 됩니다. 저는 해외에 서버가 있는 유료 VPN을 썼었는데, 지난해 3월 '양회'를 앞두고는 유료 VPN도 1주일 이상 불통됐습니다. 양회는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양회가 열리는 동안 한 해 중국 정부의 국정 운용 방침이 정해지기 때문에1년 중 최대의 정치행사라 할 수 있습니다. 올 들어서는 중국 당국이 사전 승인 없는 VPN 서비스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VPN을 이용한 인터넷 우회접속을 단속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최근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통제가 강화됐습니다. 중국과 브라질, 인도, 남아공, 러시아가 참여하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중국이 공들여온 중요한 외교행사였죠. 바로 이 브릭스 개막일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거나 단신으로 짧게 전하는 등 소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 핵실험 보도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도 삭제했다 합니다. 여론의 초점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실험 문제로 옮겨가지 않게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저는 북한 핵실험 때 발생한 인공 지진이 중국에서 얼마나 감지됐는지, 혹시 당시 촬영한 화면이 있는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어제 '인터넷 정리정돈'에 관한 통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 돌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에서 탈퇴했습니다. 비록 '내일 오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인터넷 정리정돈 작업이 실시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해도, 중국에는 인터넷 검열이 엄연히 존재하고,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는 더욱 강화된다는 것은 얼마든지 짐작할 만한 일이니까요. 저도 평소 중국 SNS 계정에 글을 많이 올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라니 글을 올리기가 괜히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유언비어'는 근거 없는 말이라지만, 유언비어가 도는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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