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④ 기동헬기는 무장 안 했다?…조종사 첫 증언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④ 기동헬기는 무장 안 했다?…조종사 첫 증언
▶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① 사라진 37년
▶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② "21일엔 무장헬기 없었다"더니…
▶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③ "코브라 헬기도 사격?…사라진 벌컨포 1천 발"

국과수 "전일빌딩 탄흔, 휴이 헬기 M60 추정"

80년 당시 전남일보와 전일방송이 있던 전일빌딩. 옛 전남도청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해 5.18 민주화운동의 유적과도 같은 건물입니다. 전일빌딩은 지난해 12월 건물 리모델링을 위해 내부점검을 했습니다. 이때 10층에서 총탄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지요. 지난 37년 동안 이 10층 공간은 그대로 비워져 있던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탄흔이 그대로 남은 이유지요. 광주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탄흔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4차에 걸친 집중 조사 결과, 국과수는 지난 4월 모두 193개의 ‘헬기 탄흔’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를 담당한 김동환 국과수 총기안전실장은 전일빌딩에 남은 탄흔이 부챗살 모양으로 퍼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실장은 "축을 중심으로 해서 총을 돌리면서 쏴야 이런 모양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광주 상공에 무장 가능한 세 종류의 헬기 중 기관총을 거치해서 돌리면서 쏠 수 있던 것은 기동헬기인 UH-1H, 이른바 휴이 헬기의 기관총 M60뿐이었습니다.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 휴이 헬기 조종사 "무장은 했다"

SBS 기획취재부가 휴이 헬기 조종사들을 만났습니다. 전일빌딩 탄흔이 휴이 헬기의 M60 기관총 사격의 결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발표를 전했지만 모두 사격을 부인했습니다. 한 조종사는 "그 어떤 기동헬기에서도 사격은 없었다"며 "목숨을 걸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조종사는 "휴이 헬기의 사격은 조종사가 아니라 뒤에 앉은 사병이 한다"면서 "만약 사격이 있었다면 사병의 양심선언이라도 이미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사격은 부인했지만 의미 있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한 휴이 헬기 조종사는 "5.18 당시에도 M60이 거치는 돼 있다"면서 "실탄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조종사도 "M60은 양쪽 출입구에 다 거치가 돼 있었다"면서 "이는 자체 헬기를 보호하기 위한 무기여서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휴이 헬기에 무장 사실을 인정하는 복수의 조종사 증언이 나온 것이지요.

● "기동헬기엔 무장 안 했다"…37년 유지된 거짓

이런 조종사의 증언은 그간 군 관계자들의 입장을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군 관계자들은 모두 휴이 헬기의 사격은 물론 무장 자체를 부인해 왔습니다. 지난 1989년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고발하며 진술서를 제출한 당시 휴이 헬기 조종사 6명은 모두 자신들의 헬기에는 무장이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병력이나 부상자들을 이동만 시켰을 뿐 "조종사가 권총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진술서에 썼지요.

군 지휘관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항공 여단장은 95년 검찰 조사에서 "휴이를 광주에 보낼 때는 병력 기동을 위해 보낸 것이기 때문에 일절 기관총으로 무장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었습니다. 심지어 당시 휴이 헬기 부대의 단장은 "단장 부임 이후 전역할 때까지 한 번도 M60을 장착하여 사격하는 훈련이나 실제 상황이 없었다"고 말했지요. 사격을 하고 싶어도 총 자체가 없었고 그런 훈련조차도 안 해봤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SBS 취재진이 만난 조종사들은 당시 휴이 헬기가 무장이 돼 있었다고 털어놓았으니 당시 군 지휘관들의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 "침묵의 카르텔 금이 가기 시작"

37년 만에 기동 헬기인 휴이가 무장했다는 조종사의 증언이 나오자 5.18 특조위 관계자는 "헬기 사격에 관한 침묵의 카르텔이 금기 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헬기 조종사들은 전역 후에도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보통입니다.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지요.

취재진이 만난 조종사들은 많은 시간이 흘러서인지 37년 전과는 다른 증언을 내놓았습니다. 헬기 사격이 아예 불가능했다는 기존 주장들을 뒤엎는 의미 있는 발언들이었습니다. 국방부 5.18 특조위와 전두환 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 모두 조종사 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헬기 사격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