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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② "21일엔 무장헬기 없었다"더니…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② "21일엔 무장헬기 없었다"더니…
▶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① 사라진 37년

● 조종사를 만나다

80년 5월 광주, 헬기 사격의 진실을 찾기 위한 마지막 과제는 조종사의 증언입니다. 올해 초 전일빌딩 탄흔이 헬기 사격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헬기 사격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37년 만에 나온 것이지요. 이제는 실제로 기관총을 발포했다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런 조종사의 증언이 나오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은 역사적 사실로 기록될 것입니다. 조종사의 양심고백은 대량 인명살상이 가능한 헬기 사격을 지시한 발포 명령자를 찾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SBS 기획취재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조종사 20여 명의 명단을 입수해 추적하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가 만나기도 하고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헬기 사격을 했다는 조종사의 증언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헬기 사격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단서가 될만한 여러 중요한 증언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파일 스페셜] '22일엔 무장헬기 없었다
● "21일 무장 상태로 비행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봤다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날이 21일입니다. 취재파일 뒷부분에 무장 헬기와 무기를 정리했는데 이날 대다수가 사격을 지적한 헬기는 공격헬기인 500MD였습니다. 7.62mm 기관총을 쐈다는 증언이었지요. 날짜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도 특정됐습니다. 도청 앞 집단 발포 직후인 오후 1시 반부터 5시 사이 도청 서남쪽 부근 2km 반경 안 지점이었습니다.

SBS 취재진이 만난 한 500MD 조종사는 "5월 18일 한참 전에 광주에 갔다"고 말했습니다. "신혼여행 도중 부대에서 복귀를 명령해 광주에 내려갔기 때문에 분명하다"고 강조했지요. 그는 "헬기 뒤에 실탄박스가 실렸고, 기관총도 있는 상태였다"며 무장상태였다고 고백했습니다.

● "22일 전에 광주에 무장헬기 없었다"더니….

이 증언은 기존 군 관계자들의 진술을 뒤엎는 발언입니다. 군 관계자들은 청문화, 특검 수사, 국방부 과거사진상조사위 등 세 차례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22일 전에 광주에 무장헬기는 없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입니다. 21일엔 사격할 수 있는 헬기가 없었으니 그걸 봤다는 사람들은 잘못 본 것이거나 헬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허위사실 유포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이 조종사는 "21일에도 무장한 상태의 500MD를 타고 광주 상공을 떠나녔다"고 했습니다. 37년 만에 군 관계자들의 거짓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 조종사도 "무장은 했지만 사격은 안 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파일 스페셜] '22일엔 무장헬기 없었다
● 헬기 잘 아는 사람도 봤다!

신군부가 헬기 사격을 부인하는 논리를 뒤엎는 목격자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신군부와 군 지휘부는 '사격을 봤다는 주장은 헬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SBS 취재진은 실제 500MD 헬기 부대에서 일했던 최형국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 씨는 부대에서 500MD를 청소하고 실제 타본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5.18 1년 전에 제대한 최 씨는 80년 5월 21일 광주 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 마당에서 헬기가 기관총을 쏘는 것을 봤다고 말합니다. 그는 500MD 의 무장 종류와 특성 등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7.62mm 기관총 6열이 돌아가면서 발포하는 것을 분명히 봤다고 말했지요. 헬기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사격을 증언한 것입니다. 당시 군 지휘관들과 조종사들에게 "헬기 부대에서 직접 근무했던 사람이 사격을 증언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사격한 적이 없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형국 씨 등 21일 헬기 사격 목격자들이 헬기를 봤다는 장소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도청 서남쪽 2km 안 쪽이었습니다. 당시 서쪽 상무대에는 20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김희송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는 "20사단 병력을 도청 등 시내로 투입하기 위한 경로에 헬기 사격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참고)80년 5월 광주 상공의 세 헬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상공에 무장 가능 헬기는 세 종류가 있었습니다. 공격헬기로 분류되는 AH-1J, 일명 코브라헬기와 500MD가 있었지요. 병력 수송을 주 임무로 하는 UH-1H, 일명 휴이 헬기도 무장이 가능했습니다.

코브라 헬기는 대전차화기인 토우 미사일과 지역 표적 제압용인 2.75인치 로켓포, 경장갑 차량이나 벙커 등을 파괴하는 20mm 발컨포로 무장합니다. 민주화운동 당시 문제가 된 코브라 헬기의 무장은 20mm 발컨포지요.

500MD는 2.75인치 로켓포와 7.62mm 기관총을 사용합니다. 토우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지만 광주에는 출동하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500MD 헬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7.62mm 기관총의 사격을 봤다고 증언하고 있지요.

기동헬기인 휴이는 출입구 거치대에 M60 기관총을 거치해 사용합니다. 이 M60 기관총 역시 7.62mm 탄환을 씁니다. 국과수는 휴이 헬기의 M60 기관총이 전일빌딩 탄흔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 [취재파일 스페셜] 5.18 헬기 사격, 조종사의 증언 ③ "코브라 헬기도 사격?…사라진 벌컨포 1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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