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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벤허’가 이어받은 창작뮤지컬의 신화

[리뷰] ‘벤허’가 이어받은 창작뮤지컬의 신화
뮤지컬 ‘벤허’는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큰 성공 이후 내놓은 ‘벤허’는 길고 긴 고민의 산물이기도 하다. 고통은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이 있다. “고민은 연출자의 몫, 관객들은 그저 즐기기만 해달라.”는 왕용범 연출의 주문처럼, ‘벤허’를 본 관객들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드라마에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빠져들게 한다.

뮤지컬 ‘벤허’는 막이 오름과 동시에 관객들을 서기 26년으로 이끈다. 제정 로마의 박해에 신음하는 예루살렘, 유대 명망가의 장남 유다는 친구 메셀라의 배신으로 가족들을 잃고 노비의 신분으로 전락한다. 친구에게 쓰디쓴 배신을 당한 유다를 사로잡은 건 복수심이다. 이후 그는 로마 함선의 노를 젓는 노예가 됐다가 로마 퀸터스 장군을 살려낸 것을 계기로 자유의 몸이 된다. 복수와 용서라는 갈림길에 놓인 유다의 선택이 바로 ‘벤허’의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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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압도적 스케일이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무대세트와 시각장치, 무대 효과 등은 현 최고수준이다. 로마 함선에서 유다가 노를 젓는 무대 연출과 물에 빠진 퀸터스 장군을 건져내는 시각장치, 유다가 검투대결에 설 결심을 한 뒤 순식간에 검투장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무대 구성 등은 기발함과 예술적 감각으로 가득 채웠다. 별 점수가 있다면 다섯 개밖에 못주는 걸 아쉬워할 정도다.

‘벤허’는 방대한 드라마는 종교색을 드러내기 보다는 유다의 고뇌와 인물들의 갈등에 집중했다. 큰 틀에서 갈등은 유다와 메셀라로 대표되는 예루살렘과 제정 로마다. 어릴 적 친구였던 두 사람이 이제는 처절한 복수심과 배신감으로 똘똘 뭉쳐 전차대결에서 맞붙는다. 하지만 ‘벤허’가 주목한 건 인물들의 갈등 이외의 새로운 내면의 갈등이다.

유다는 처절한 복수심으로 메셀라와 맞붙지만 ‘용서’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난다. 골고다 언덕에서 만난 구원자 메시아는 벤허에게 ‘용서하라’고 말한다. 복수심과 배신감에 차오른 유다가 메시아에게 용서의 메시지를 듣고 괴로워 한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감정이 들불처럼 솟는 장면인 동시에 처절한 유다의 절규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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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장면 빈틈없는 연기와 감동을 주는 노래로 심금을 울렸던 배우 박은태는 유다라는 새로운 인물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로 소화했다. 깊이 고뇌하는 따뜻한 리더의 모습을 그린 박은태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대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여기에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 메셀라 역의 민우혁과 ‘벤허’를 더욱 드라마로서 풍부하게 만든 안시하 배우, 서지영 배우 등의 열연 등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영감을 줬다.

창작뮤지컬이자 초연된 ‘벤허’는 방대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 넘버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왕용범 연출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귀에 오래 남는 넘버가 적다는 부분도 옥의 티다. 하지만 긴 시간 유다와 로마를 연구했다는 왕 연출의 연구와 노력의 시간은 ‘벤허’에 잘 담겨있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오늘’에 대해서도 즐거운 놀라움과 기대를 안겨준 작품이었다.

‘벤허’는 오는 10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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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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