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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일 잘 찍은 거예요"…망한 여행 사진으로 책 낸 사람

여행 사진 중
 가장 잘 찍은 사진.jpg
이거 제가 써도 되나요?"

     "맘대로."

      이야기의 시작은 매우 평범했습니다.
집안 대청소를 하던 중
      장식장에서 발견한
      필름 카메라 하나.
'이게 제일 잘 찍은 아버지께서 저와 동생을 찍으려고 샀다가
      제가 크면서 점차 사진 찍히는 걸 질색하자
      봉인했던 물건이었습니다.거예요
'이게 제일 잘 찍은 거첫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한 후,
      동생과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그 필름카메라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예요
2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직장을 다니며 모은 돈도 탕진하고
      필름도 탕진해 버렸습니다.
      
      10통은 족히 썼을 거예요...(아련)
필름의 절반 이상을 멋모르고
      야경 사진을 찍는 데 소비했고,
      그렇게 '유럽 대참사' 사건이 발발하게 됐습니다...
깨달은 바 있어
유럽 다음으로 베트남에 갈 땐
간이 삼각대를 가져갔지만,
 
그의 몸값 삼천 원에 걸맞게
3일 만에 덧없이 쓰러져 버렸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아예 해가 쨍쨍한
      한낮 야외에서만 사진을 찍었는데,
직사광이 카메라 렌즈에 바로 꽂히면
        필름이 탈 수도 있다는 건 몰랐네요.
        결국, 진전은 없었습니다.
"이게 내 생애 첫 해외여행 사진이야!"

        처음으로 식구들에게
        사진을 공개했을 때 그 싸늘한 반응이란...
어쩌면 그렇게 잊힐 수도 있는 사진이었지만,
        제가 독립출판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것들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됐습니다.
 "어차피 잘 찍는 사람은
         수두룩 빽빽하니 나는 아예
         처음부터 최악을 노려본다!"

         그렇게 저는 폭주하고야 말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쓴 코멘트를
좋아해 주셔서 사실 의아했어요. 

이 말도 안 되는 콘셉트를
정한 다음부터는
‘생각 없이 만든다’라는 신조로 작업했기 때문에… (민망)
제가 그나마 가장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사진은
       이 체코 불쇼 사진입니다.
  
       어머니가 우울하실 때 보는 사진이기도 하고요.
어쩌면 개인이
기획·제작·인쇄·판매를 모두 맡는
‘독립 출판’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친구들도 제가 이 책을 낸 사실을 잘 몰라요.
즘 제 책이 화제라던데
화제가 된 만큼
살림에 보탬이 되진 않네요.
호호….
요즘 필름카메라 앱도 유행이라는데,
       사진이 조금 망했다고 상심하지 마세요.

       망한 사진이라도 분류만 잘 하면
다들 이렇게 콘셉트인 줄 압니다.
 세상 모든 '사진 똥손'분들 힘내세요.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실, 사람은 모든 걸 잘할 순 없잖아요?
       포기하면 편해요.... 

       <이 기사는 '망한 여행사진집' 작가 홍유진님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

한 1인칭 기사입니다.><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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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이 모든 참사(?)의 주인공
아빠 카메라 씨는 2017년 3월 7일 향년 28세로 별세하셨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
다음 생엔 부잣집 데쎄랄(DSLR)로 태어나라….

“어차피 잘 찍는 사람은 수두룩 빽빽하니 나는 아예 처음부터 최악을 노려본다!” 퇴사 후 처음으로 떠난 여행. 하지만 홍유진 씨가 정작 받아본 사진은 절반 이상이 망한 사진이었습니다. 그때 홍 작가는 '아예 망한 사진집을 만들자!'라며 자폭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렇게 세상에 나와선 안 될 물건이 양지로 나오고야 말았다. <망한 여행 사진집>의 저자, 홍유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획/최재영, 이은재  그래픽/김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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