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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하는 북핵 해법…"한국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로이스 위원장
손턴 차관보 대행
빌링슬리 차관보
빌링슬리 차관보가 제시한 사진판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 의회에서 처음으로 북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가 국무부와 재무부 관료를 증인으로 불러 북한 관련 정보와 제재 방안 등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군사적 해결책 장전(locked and loaded), 모든 수단 준비(all options are on the table) 등 트럼프 대통령 발(發) 북핵과 미사일 해법은 즉각적으로 소개된 바 있습니다.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이었고, 정작 저런 화법이 북한에 통했는지는 여러모로 의문입니다. 그래서 즉흥적이고 기싸움 성격의 이런 언명(言明) 말고 미 행정부와 의회가 어떤 실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13일)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북한 청문회를 들여다봤습니다.
 
● 美 의회 "중국 압박 없이는 북한 해법 없다"
중국, 안보리회의 규탄 표현 사용
청문회에서 미 외교위원회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애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며 “외교부터 제재까지 1온스(ounce)의 수단까지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한 이상, 그냥 제재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십 수년간 유엔 차원의 제재를 해왔지만 북한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수적인 ‘현금(hard currency)’을 꽁꽁 틀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한으로 가는 돈줄이 마르지 않는 이유로 중국을 들었습니다. 중국의 주요 은행들이 여전히 북한과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농업은행(Agricultural Bank of China)과 초상은행(China Merchants Bank)을 지목했습니다. 농업은행은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은행으로 3억 2000만 명의 개인고객과 270만 기업고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점은 2만 4000개에 이릅니다. 초상은행은 중국 내 최대 신용카드 발급 은행으로, 2015년 자산 보유량으로 중국 기업 3위에 올랐습니다.
 
로이스 위원장은 또 이들 중국은행이 북한과 거래를 하는 한편으로 미국에도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이들 은행이 북한과 거래를 끊지 않는다면 미국이 당장 독자 제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행정부가 만지작하고 있는 제3자 제제,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은행에 전면적으로 실시하라는 요구입니다.

로이스 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농업은행, 초상은행을 비롯한 제재 대상 중국 은행 12곳의 명단을 행정부에 전달했습니다. 명단을 보면 청문회에서 밝힌 2곳과 함께 중국 금융기관 1위인 공상은행을 비롯해 건설은행,  단둥은행, 대련은행, 교통은행, 진저우은행, 민생은행, 광동발전은행, 하이샤은행, 상하이푸동은행 등이 포함됐습니다.
 
● 美 국무부·재무부, 청문회서 중국 때리기 동참
중국 북한 석유 공급
의회가 자락을 깔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국무부와 재무부 관리들도 중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두 부처는 외교와 금융이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북한과 주변국을 압박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무부 대표로는 수잔 손턴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이, 재무부 대표로는 마셜 빌링슬리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가 증언석에 앉았습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손턴 국무부 차관보 대행은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의 구체적인 전략들을 소개했습니다. 강력한 유엔 제재 추진과, 미 국내법을 통한 개인과 기관 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다른 국가 압박, 국제사회와 북한간 정치관계 단절, 그리고 북한이 무기개발에 이용되는 자금과 무역 차단의 5가지입니다. 손턴 차관보 대행은 5가지 전략 가운데 자금과 무역 차단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조치를 취해왔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이 더한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더 압박하도록 관여하겠지만, 두 나라가 그러지 않는다면 미국은 우리식으로 수단들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미국은 중국을 더 압박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로이스 위원장의 세컨더리 보이콧 요구에 화답하는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뒤이어 증언에 나선 빌링슬리 재무부 차관보는 미 정보당국이 수집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을 한층 노골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는 청문회장에 위성사진과 지도를 붙인 판을 들고 나와 중국과 러시아의 불법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적시한 것은 북한의 석탄 수출 과정입니다. 파나마 선적의 북한 선박이 중국에서 출발한 뒤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무선신호기(transponder)를 끄고 북한 해역으로 들어가 석탄 등 원자재를 싣습니다.

이 선박이 북한을 빠져나와 다시 무선신호기를 켜고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로 향했다는 겁니다. 자메이카 선적의 선박은 북한에서 아예 중국으로 바로 가기도 했습니다. 빌링슬리 차관보는 “이런 게 바로 유엔 제재 회피 행위”라면서 “긴급하게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빌링슬리 차관보는 “이런 사기 행위를 의회에서 공개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는데, 미국이 각종 위성을 통해 북한 주변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니 중국과 북한은 딴 생각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 국무부, 한국과 대북 정책 시각차도 노출
대북지원
청문회에선 한국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appeasement)이라고 비판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관련 언급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트위터에 “South Korea is finding, as I have told them, that their talk of appeasement with North Korea will not work”(한국은, 내가 예전에 말했듯, 북한에 대한 유화적 조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올렸습니다.

커널리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유화 정책(a policy of appeasement)을 펴고 있는데, 이런 정책이 국무부의 정책이냐?”고 질문했습니다. 손턴 차관보 대행은 “아니다”라고 답을 한 뒤 “미국은 한국이 ‘생각을 바꿔서(come around)’ 우리와 다른 동맹국과 같은 국면(the same page)에 있도록 하는데 힘써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대북 정책을 유화책이라고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한미간 대북 해법에 차이가 있었고 미국이 동맹 전체 전략 차원에서 이를 수정하고자 했음을 밝힌 겁니다. 이어서 손턴 대행은 이런 말도 합니다. “내 생각에는 한국이 생각을 매우 잘 바꿨다(They’ve come around very nicely, I think.)” 한국 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데 대한 평가로 보이는데, 이제야 한국이 우리 미국과 생각을 같이한다는 걸로도 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난데없는 폐기 검토 지시로 달아오른 한미 FTA와 관련해선 의회와 마찬가지로 국무부도 폐기에 부정적인 인식을 밝혔습니다. “한국과의 FTA 폐기가 이 시점에서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손턴 차관보 대행은 “그렇지 않다. 한국과 함께 북한에 맞서면서 동시에 무역 협정을 개선(improve)하고자 한다”고 답했습니다. 개선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폐기가 아니라 개정 내지는 수정을 바란다는 미 무역대표부와 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도 행정부 인사들의 의회 보고나 답변을 보면 공식 브리핑보다는 속내를 더 잘 드러낸다는 느낌입니다. 북한 청문회 전반에 흐르는 미 행정부와 의회 내 기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긴박한 상황 인식,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현재로선 최고의 방책이며, 이를 위해 미국은 동맹국과 상의 없이 독자적 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로 요약됩니다.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이 미국에게 우선 고려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정부의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건 최소한 미국 내에선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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