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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다 더 빠르고 오래 견뎌야' 열리는 취업의 문

'남보다 더 빠르고 오래 견뎌야' 열리는 취업의 문
"남들보다 더 빠르고, 오래 들어야 한다." 가을 문턱에 들어섰지만, 아직 뜨거운 햇볕이 남아 있는 14일 강원 강릉시 종합운동장이 환경미화원 공개 채용 체력시험 응시자들로 열기가 넘쳤다.

16명 모집에 모두 193명이 응시해 1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합격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20∼30대가 91명, 40대가 90명, 50대 6명의 순이다.

이번 시험 남자 최연소자는 23세, 여자는 28세다.

예전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4∼5년 전보다 20∼30대가 몇 배나 늘어났다.

4수생도 몇 명 보인다고 시험감독관이 귀띔했다.

서류시험은 결격사유가 없으면 모두 통과해 사실상 체력시험이 당락을 결정한다.

남자는 20㎏ 모래주머니를 메고 100m 달리기, 30㎏ 모래주머니 오래 들기, 400m 달리기가 시험 종목이다.

여자는 모래주머니가 남자보다 좀 가볍다.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100m 출발선에 선 응시자들은 급한 마음에 빨리 출발해 경고를 받고 다시 출발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잘 달리다 넘어지는 응시자가 나오자 동료는 물론 응원 나온 관람석 가족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쏟아졌다.

13초82라는 매우 좋은 기록의 응시자가 나오자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번 시험을 앞두고 강릉종합운동장, 강남축구공원 등에는 모래주머니를 메고 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자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모래주머니 오래 들기다.

한 응시자는 장갑을 껴야 할지 벗어야 할지를 한참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3분 20초를 견뎌 만점을 받은 한 응시자는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시험감독관 신영균(47)씨는 "몇 해 전만 해도 20∼30대 응시자가 10%에 불과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젊은 응시자가 늘어난다"라며 "시험 때마다 보이는 응시생 중에는 4수생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응시자들의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취업절벽시대를 맞아 더 안정적인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환경미화원이 정년이 보장되는 등 안정적인 데다 사회적 인식도 매우 좋아져 젊은 응시자까지 몰린다.

응시자 김 모(43) 씨는 "버스운전을 하는 데 최근 사고가 잦아 불안감을 많이 느껴 좀 더 안정적인 환경미화원에 응시하게 됐다"라며 "연습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처음에 반대하던 아내도 응원하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응시자들은 체력시험 결과를 개별통보 받은 뒤 22일 면접을 거쳐 27일쯤 최종 합격이 결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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