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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상한 18호 태풍 '탈림' 북상…또 남해안에 물폭탄?

[취재파일] 수상한 18호 태풍 '탈림' 북상…또 남해안에 물폭탄?
소리 소문 없이 다가서는 태풍이 있습니다. 태풍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진로가 왔다 갔다 하고 있지만 올해 발생한 태풍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는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18호 태풍 ‘탈림’이 그 주인공인데, ‘탈림’이라는 이름은 필리핀 말로 가장자리를 의미합니다.

‘탈림’이 발생한 것은 지난 9일 밤 9시였습니다. 처음에는 중심기압이 1002헥토파스칼로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8m인 작은 태풍이었죠. 태풍의 자격을 겨우 유지할 정도로 힘이 약하고 크기도 작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법 모양을 갖추더니 지금은 중형의 중급 태풍으로 발달했습니다.

화요일(12일)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은 975헥토파스칼로 낮아졌고 중심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km)까지 세졌습니다. 강풍반경도 약 300km정도로 커졌습니다. 이동속도가 시속 30km를 넘어서면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18호 태풍 '탈림' 예상진로
현재의 움직임과 주변 기압계를 고려해 진로를 추정해보면 수요일(13일) 오전에는 타이완 동쪽 먼 바다를 지나 목요일(14일) 오전에 타이완 북부 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현재로서는 중국 상하이 부근 해상을 스치면서 힘이 약해진 뒤 서귀포 남쪽 먼 바다를 지나 일본 규슈 남단에 상륙하면서 소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태풍이 중국 동해안을 스친 뒤 방향을 틀 경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서해나 남해안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건조하고 찬 성질의 공기 덩어리에 힘이 밀리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것인데요, 상층 제트의 상황도 한반도 보다는 일본 쪽으로 태풍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진로를 가질 경우 우리나라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태풍이 몰고 온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한반도 남쪽으로 유입되거나 강한 동풍이 영남해안으로 이어질 경우 또 한 번의 물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어제(11일) 이미 영남해안에 기록적인 물폭탄이 떨어진 뒤여서 새삼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데, 부산과 거제 등 영남 해안 곳곳에 200에서 300mm의 폭우가 쏟아졌고, 특히 부산 영도에는 어제 9시쯤 한 시간에 109.5mm라는 유례없는 강수량이 기록되기도 했거든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는 사실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양입니다. 가로 세로 1km의 지역에 100mm의 비가 내릴 경우 그 양은 1억리터 정도가 되는데, 16톤짜리 대형 유조차 15000대와 맞먹는 정도입니다. 올 봄 가뭄이 이어질 때만 해도 3개월 동안 내린 비를 다 더해도 100mm를 넘지 못하는 곳도 있었을 정도니 어느 정도 양인지 알 수 있겠죠.

이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흐를 경우 자체의 파괴력이 엄청난 것은 물론이고, 너무 많은 양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기 때문에 하수도 용량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물이 역류를 해서 곳곳이 물바다로 변하기 마련입니다. 불과 몇 십분 사이에 물이 허리춤까지 차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니 자동차로 이동 중이라고 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요.

태풍 ‘탈림’이 남해를 따라 이동할 경우 그 시간대는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제 폭우로 이미 지반이 많이 약해진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비에도 산사태나 축대붕괴 등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풍 ‘탈림’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과 중부지방은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남해안은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태풍이 더 남쪽으로 이동하면 영향이 줄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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