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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m 2cm' 최고의 유망주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이유

'전학'이 '죄'?? 중고 연맹은 '월권'…농구 협회는 '나 몰라라'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작성 2017.09.08 08:32 조회 재생수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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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2m 2cm 최고의 유망주가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이유
빠른 스피드와 슈팅 능력을 겸비한 신장 2m 2cm의 '빅맨'. 여기에 아직까지 신장과 기량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15살. 중학교 3학년인 여준석은 한국 농구 최고의 유망주 가운데 한 명입니다.

여준석은 삼일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소년체전 결승전에서 50득점에 3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고, 추계농구 대회에서는 득점과 리바운드 1위, MVP까지 수상하며 일찌감치 중학교 무대를 평정했습니다.

3학년인 올해에도 춘계연맹전에서 매 경기 +20득점, +20리바운드를 기록해 MVP와 우승컵을 거머쥔 여준석은 이후 용산중학교로 전학을 갔고, 전학 후 처음으로 출전한 지난 7월 종별선수권 결승전에서도 44득점에 31리바운드로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용산중학교를 정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동년배 가운데 최고의 기량을 갖춘 여준석은 대한농구협회가 지난 6일 발표한 16세 이하 남자 농구대표팀 후보 24명의 명단에 없었습니다. 농구협회에 문의해 보니 "중고농구연맹이 올린 24명의 명단 자체에 여준석이 빠져 있었고, 협회는 원안대로 이를 통과시킨 것"이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 중고연맹 '전학 가면 1년간 우리 대회 출전 금지"

중고농구연맹의 '선수등록규정'은 대한농구협회의 '선수등록규정'과 거의 흡사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습니다.

• 대한농구협회 선수등록규정
제3장 선수 및 지도자 활동 제 20조
① 본회 또는 본회의 인준을 받아 산하단체에서 주최-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및 지도자 활동에 관한 사항은 당해 단체가 정하는 대회별 참가요강에 의한다.
⑤ 동의서를 발급받아 이적하여 추가 등록한 경우… 선수 활동은 동의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만 3개월이 경과하여야 한다.

• 중고농구연맹 선수등록규정
제3장 선수 및 지도자 활동 제 20조
① 협회 또는 협회의 인준을 받아 산하단체에서 주최-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및 지도자 활동에 관한 사항은 당해 단체가 정하는 대회별 참가요강에 의한다.
⑤ 동의서를 발급받아 이적하여 추가 등록한 경우.. 선수 활동은 동의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만 1년이 경과하여야 한다.

선수가 이적(학생일 경우 전학)했을 경우, 농구 협회는 3개월간 출전을 금지하지만, 그 산하 단체인 중고 연맹은 1년간 출전을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고 연맹은 이에 대해 전학이 용이하고 이에 대한 징계가 없을 경우 우수한 선수가 서울로 집중돼 지방 농구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준석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고 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전학을 간 여준석은 중고 연맹의 규정에 묶여 연맹 주관 대회에는 아직까지 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 정도로는 부족해! 대표 선발도 내가 결정한다!

하지만, 중고 연맹이 자체 규정으로 1년간 출전을 막을 수 있는 경기는 자신들의 주관 대회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준석은 (전학 후 3개월이 지나) 7월에 열렸던 대한 농구 협회 주관 종별 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중고 연맹 주관 대회가 아닐 경우는 모두 출전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소속 학교 선수가 아닌 국가 대표로서 경기에 출전하는 데는 어떤 제약도 없습니다.

중고 연맹은 이를 알면서도 여준석을 대표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관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학을 가서 1년간 출전 징계를 받고 있는 선수를 대표로 선발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현재 프로에서 활약 중인 최준용이나 문성곤 선수도 이 때문에 대표로 뽑지 않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규정이 있다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혹시나 국가 대표 결격 사유 규정도 찾아봤습니다.

• 농구 국가대표 결격 사유

1.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2.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3. 체육회 및 본회에서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되지 아니한 자
4. 체육회 및 본회에서 폭력행위를 한 선수 또는 지도자 중에서 3년 미만의 자격정지를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단, 3년 이상의 자격정지를 받은 자는 영구 결격
5. 체육회 및 본회에서 성추행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지 않았고, 폭력 행위도, 성추행도 한 적이 없는…. 단지 전학을 간 15살 꿈나무의 대표 선발을 막는 규정은 어떤 곳에도 없었습니다. 중고 연맹의 보기 드문(?) 규정에 묶여서 연맹 주관 대회에는 1년 동안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규정에도 없는 대표 선발 금지라는 처벌까지 가하는 것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갑의 횡포가 아닐까요?

● 아몰랑~ 방관하는 농구 협회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대표 명단에서 제외한 중고 연맹도 문제지만, 월권행위에 대해 눈 감아 준 대한 농구 협회도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표 선수의 최종 선발 권한은 농구 협회에 있습니다. 결격 사유가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서 최고의 팀을 만들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은 협회의 의무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중고 연맹이 올린 대표 명단에 최고의 선수가 빠져 있었다면, 기술 위원회나 이사회에서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아야 했습니다. 뛰어난 선수가 대표 명단에서 빠진 것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산하 단체와 마찰을 빚기 싫어서 슬쩍 넘어간 것이라면 직무 유기입니다.

유망주가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막고,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키울 기회를 뺏는다면 그 손해가 과연 선수에게만 돌아갈까요? 한국 농구가 갈수록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고, 스타가 나오지 않는 이유, 협회는 정말 모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