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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박문성 "히딩크 재기용?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 못 돌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7년 9월 6일 (수)
■대담 : 박문성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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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 없는 골은 없다…우리 팀은 과정이 부족했던 것.
- 강약 조절하는 기성용 부재로 팀이 서두르고 조급해
- 염기훈,이동국처럼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의 조화도 필요
- 유럽파 손흥민의 부진, 부상과 심리적 압박 컸을 것
- 히딩크 재기용, 현재 한국 축구 문제점 덮어버릴 수 있어

▷ 김성준/사회자:

네. 우리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이 오늘(6일) 새벽에 확정됐습니다. 긴 이야기 안 하겠습니다. 지금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사회자:

제가 긴 얘기 안 하는 이유 아시죠? 저는 어제 안 봤어요. 안 보고 괜히 한밤중에 가슴 졸이기 싫어서. 안보고 아침에 새벽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열어봤더니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아쉽다 이게 뭐냐는 댓글들 많이 봤거든요. 왜 이렇게 된 건가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지금 한숨을 쉬시잖아요. 많은 팬들이나 국민 분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사실은 좀 이상한 거죠. 결과로 놓고 보면 우리가 1986년 월드컵부터 시작됐었던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 김성준/사회자:

큰 기록이더라고요. 정말 우승했던 나라 몇 군데 말고는 그런 기록이 없더라고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브라질처럼 모든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던 나라 빼놓으면 이렇게 연속 진출한 나라가 별로 없는데 그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한숨을 쉬시거나 답답하다 힘들다 왜 이러냐는 이야기를 하시는 건 내용이나 혹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을 전반적으로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 김성준/사회자:

워낙 우리나라에 축구 전문가들이 많으시니까 디테일하게 들어가긴 조금 그렇습니다만 대표적으로 제가 나중에 돌려봤죠. 열심히 뛰긴 했어요. 제가 보기에도 게을렀다고 이야기할 건 아닌데 골대만 세 번 맞췄다든지 정교함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 흔히 이야기하는 골 결정력. 제가 이렇게 질문드리는 게 맞는 건가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사실 골 결정력은 세계적인 팀들도 다 걱정을 합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유럽의 명문 팀, 남미의 강팀들도 골 결정력에 대해서 걱정을 하긴 하는데 우린 좀 심했죠. 그리고 지금 물어보시는 것처럼 결정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당연히 많은 분들이 할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우즈베키스탄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난 이란 경기도 골이 없었고요. 그리고 우리가 최종 예선 모든 걸 다 돌려보면 실제로 두 골 이상으로 이긴 경기들이 없어요. 답답한 거죠.

그런데 말씀드리고 싶은 건 골이라는 것은 결과죠. 그런 결과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게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 사망했던 요한 크루이프라는 유명한 축구선수 출신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모든 골은 다 과정에서부터 출발한다. 과정 없는 골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러면 우리는 과정이 상당히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기성용 선수가 부상으로 이번에 뛰지를 못했는데 기성용 선수가 미드필더에서 볼을 잡고 거기서 경기가 항상 빠를 수도 없고 항상 느릴 수도 없고 항상 강약이라던지 템포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런 선수가 없다 보니까 다 서두르는 거예요.

다 조급하고. 미드필더에서 볼을 잡지 못하니까 앞쪽에 있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롱 볼 이렇게 표현하는 긴 볼을 때려줍니다. 수비 쪽에서 앞쪽으로 길게 때려주는데 앞쪽에 있는 선수가 누구였냐면 키가 크지 않은 황희찬이라는 선수입니다. 높이로 공격하지 않는 선수를 앞에 세워놓고 허리를 생략한 채 때려 넣으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선수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전체적인 전술의 문제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성준/사회자:

눈에 띄는 선수 하나는 있었어요. 염기훈 선수. 어땠습니까? 미리 투입했으면 좀 나을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네. 지난번 우리가 이란 경기할 때는 이동국 선수의 교체 타이밍 때문에 말이 좀 많았었죠. 물론 저도 그때 좀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고 봅니다. 염기훈 선수가 K리그라든지 소속팀에서 워낙 좋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출전시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도 좋았는데 그렇지 못했는데요.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 하나는 이런 겁니다.

우리가 선수를 평가하거나 대표팀의 선발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아직도 선수를 현재의 모습을 눈으로 보지 않고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판단합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예를 들어 염기훈이나 이동국 선수는 서른을 넘긴 예전 선수라고 볼 수 있겠죠. 예전에 이 선수들이 대표팀에 갔을 때, 월드컵에 갔을 때, 뛰었을 때 그때 그 선수 못했어. 아쉬웠어. 그런데 이동국이나 염기훈 선수가 지금 K리그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활약은 정말 좋아요. 그러면 현재 이 선수들의 기량이나 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해서 이 선수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의 기억이나 혹은 귀로써만 판단하는 것이죠.

누가 그랬대. 직접 선수의 능력, 이 선수가 어디서 뛰는지, 소속팀이 유명한지 유명하지 않은지, 이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이 선수가 얼마큼 뛰는지, 잘 뛰는지 못 뛰는지를 평가해야 하는데. 혹은 염기훈이나 이동국 선수는 자꾸 물리적 나이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서른을 넘겼다. 저는 어떤 조직이나 팀이나 좋은 팀이 되려면 나이 어린 선수, 10대 선수도 필요하지만, 또 많은 경험들이 있는 베테랑들도 잘 조화 있는 조직이나 단체나 팀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김성준/사회자:

사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 선수를 발탁한 게 이슈가 되기도 했고 또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던 것 아닙니까?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저는 염기훈, 이동국 선수 이번에 뛰는 걸 보면서 역시 우리가 옛날의 기억 말고 눈으로 선수를 지켜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성준/사회자:

기억으로 보지 말고 눈으로 봐라. 그럼 이동국 선수도 일단 발탁은 했는데 지난번엔 6분이었나요? 이번에도 한 10분? 그것도 좀 아쉽다고 보시는 거네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물론 이동국 선수가 지금 선발로 90분을 다 뛰어야 한다. 꼭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데요.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을 우리 전체가 능력으로 보는 것과 함께 과감하게 사실 이번에 신태용 감독이 머릿속에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악은 피하자. 우리가 혹시 져서 월드컵 본선에 못 나가면 그 책임을 혼자 다하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공격수를 과감하게 투입하는 결정보다는 수비를 하려고 하는.

▷ 김성준/사회자:

그래서 이란전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신태용 축구가 사실은 일종의 닥공이잖아요. 무조건 공격하는. 그런데 전혀 그런 축구가 아니었단 말이죠. 그렇게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지금 말씀하신 건 십분 이해를 합니다. 신태용 감독 마음속에서는 자칫 공격에 몰두하다가 골 하나 먹어서 실수해서 지면 정말 매장당할 것이라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을 텐데 그래도 공격이 너무 적지 않았나.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아쉬움이 있죠. 그런데 아마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는 일종의 학습효과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2015년 카타르 대회 때하고 리우 올림픽 때하고 지난번 20세 월드컵 감독 할 때.


▷ 김성준/사회자:

올림픽 때 그때 무슨 경기였죠? 정말 허망하게.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온두라스 경기요. 사실 아시아권에서는 공격적으로 해도 되는데 국제대회 나갔을 때 공격적으로 하다가 몇 번 무너졌어요. 사실 그동안 사람들이 그랬거든요. 더 이상 그런 축구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너무 신경 쓰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김성준/사회자:

이동국 선수, 염기훈 선수 다 훌륭합니다만 손흥민 선수는 지금 EPL에서 굉장히 훌륭한 선수 아닌가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지난 시즌 같은 경우는 한국 선수의 유럽 기록을 다 깼으니까요.

▷ 김성준/사회자:

그러니까요. 모든 기록을 다 갱신하고 이제 제2의 박지성을 넘어서서 우뚝 선 EPL 스타가 됐는데 왜 대표팀만 오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일단 손흥민 선수가 지난번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어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게 하나 있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심적 부담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아요.

▷ 김성준/사회자:

스트라이커로서의 심적 부담이군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그리고 소속팀과 대표팀의 전술도 다르고 주위에서 뛰는 선수들의 스타일도 좀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 염려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좀 부진했던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아마 굉장한 심적인 압박을 느꼈던 것 같아요.

▷ 김성준/사회자:

그랬을 수 있겠죠. 저희가 지금 손흥민 선수 탓하고 신태용 감독 탓하고 그럴 생각 전혀 없고요. 아까도 처음에 말씀하셨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한 경기였던 게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으니까요. 그에 대해서는 전혀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희가 조금 더 멋있고 조금 더 시원한 축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건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았습니다만 간단하게 남은 9개월 동안 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신태용 감독이 이야기했으니까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방법이라기보다는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뭐가 있을까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일단 일반론으로만 놓고 보면 신태용 감독이 팀을 맡아서 끌어간 지가 2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첫 번째는 내부적으로 선수 파악해야 하고요. 두 번째로는 12월에 조추첨하면 상대 전력 분석해야 하고, 세 번째로는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니까 현지 적응 훈련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요, 그건 일반론이고요.

우리 대표팀의 현재 수준을 정확하게 가감 없이 인정하는 겁니다. 우리 대표팀은 현재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팀들 중에 가장 약한 팀이고요. 역대 한국 대표팀과 비교하더라도 약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약하다고 하는 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선수도 그런 수준에서 뽑아야 하고 전술도 그에 맞춰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시아의 최강자다. 이런 말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준/사회자: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올라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또 감독 바꾸나 하고. 그런데 내용이 틀리진 않더라고요. 국민이 원한다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수 있다고 했고 그 밑에 댓글 쫙 붙는데 빨리 오세요부터 시작해서 그랬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요?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저는 팬들이나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아요. 지금 너무나 어렵고 잘 안되니까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히딩크 감독을 다시 오게 하자는 건 충분히 이해하는데요.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게 옳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 맡긴 지 2개월 됐는데 또 바꾸는 게 문제고요. 두 번째는 흘러간 물로 자꾸 물레방아를 돌리려고 하면 지금의 대표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국축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들여다봐야 하는데 또 한 명 마술사 같은 분을 데려와서 그 문제를 덮어버리는 문제가 생길까 봐 저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 김성준/사회자:

알겠습니다. 박문성 해설위원 오늘 고맙습니다.

▶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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