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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돌아온 '민간 분양가상한제'…효과와 여파는?

박진호 기자 jhpark@sbs.co.kr

작성 2017.09.07 08:45 조회 재생수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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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돌아온 민간 분양가상한제…효과와 여파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하면서 건설업계는 침통한 분위기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시점이 내년이나 올해 말이 되길 내심 기대했는데 아니었다는 것이다. 업계 입장에선 그도 그럴 것이 굵직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공사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임박한 대형 재건축 의식해 단호하게 정책적 강수?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을 완화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8일 예고한 뒤 다음 달 20일 이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인데, 대형 건설업체들이 '올해 사업의 핵심'으로 꼽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상한제 적용지역 고시 후 최초로 그 지역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사업부터 적용된다. 일반 분양은 해당 지역에서 최초로 입주자 모집승인을 한 경우부터 시작된다.

부동산업계에 다르면 완화된 적용기준으로 볼 때 서울 강남 4구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수 없다. 70여 곳, 6만여 가구가 포함될 전망인데, 현 시점에서 보면 정부가 지난 5일, 8.2 부동산 후속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런 시점을 감안한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의 큰 관심사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 6차와 18차 등의 재건축 사업이 과열되면 강남 집값을 또 끌어올리게 된다는 점을 의식해 거침없이 칼을 빼든 결과라는 것이다.

● 속 타는 건설업계…후분양은 아무나 하나?

건설업계는 속을 태우고 있다. 일단 대표적 업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벌써 나올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한 임원은 "건설사는 재건축 공사비를 받는 것이니까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앞으로 공사 물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이 있는 것은 분양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이어서 결국 재건축 지역의 주민, 즉 조합원의 분담하는 금액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사업추진이 중단되거나 지연될 것이란 얘기다.

"한창 추진 중이던 사업이 좌초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굵직한 사업이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지금 건설사들은 '번갯불에 콩 볶는' 분위기이다. 수주했거나 수주를 추진했던 사업이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는가? 안되는가? 를 예측하기 위해 사업장별로 외부 용역을 의뢰하고 국토부의 세부 시행지침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당장, 부동산 시장에서 커진 관심거리는 오는 27일 결정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의 시공권 결정이다.

현재 현대건설과 GS건설의 2파전으로 승부가 결정되는데 공사비만 2조 6천억 원이 넘는 큰 이 사업에 분양가상한제가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추가됐다. 이 사업의 경우를 예로 들어 분양가상한제의 여파와 업계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 상한제 대상 될지 안될지는 그때 가봐야 안다?

이 단지의 경우, 10월 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적용대상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보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게 건설사들의 생각이다. 이곳의 경우, 상한제 적용을 심사받게 되는 시발점이 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을 오는 12월에 할 예정이라는 것이 첫 번째 변수이다.

현시점으로 보면 상한제의 적용요건인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와 다른 부가기준에도 해당되지만, 3개월 후인 12월 신청 시점에는 심사요건 심사에 적용되는 시기가 바뀌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8.2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의 부동산시장이 위축돼 사실상 거래절벽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만큼의 집값상승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업계의 희망이 반영된 분석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고육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후분양'이다. 12월 관리처분계획 신청 시점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져 결국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다면 건설사 입장에선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을 택해 또 한번 적용을 연기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 착수 시점에 자금을 확보하는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공사대금을 먼저 투입하고 자금 확보는 2, 3년 후로 연기하는 셈이라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특히 자금력이 떨어지는 건설사는 선택하기 힘든 방식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후분양을 실시했던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GS건설 2곳 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금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분양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모험이라는 점에서 일부 대형사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이다. 실제로 과거 참여정부 당시, 강력한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예상 밖의 미분양 조짐이 나타나 관심을 모았던 반포 자이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단지의 경우, 후분양으로 전환해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피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잡기에 성공할까?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2007년 9월 참여정부 당시에도 시행됐다. 강남에서도 유명 재건축 단지가 상한제 적용을 받았는데 당시 주변의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로까지 이어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또 지금까지 많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 왔었기 때문에 분양가 면에서는 통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제기되는 것이 이른바 청약 '로또' 현상에 대한 우려인데, 강남처럼 인기 지역의 경우 신규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혹은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 없이 비슷하게 책정되면, 분양 후 곧바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약에 당첨되면 단기간에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는 것은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고, 낮게 책정한다는 것은 분양받는 수요자가 이득을 보는 것이라, 결국 정책당국의 선택의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시세차익이 발생한다면 실수요자에 돌아가는 것이 차라리 맞지 않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의 부활을 결정한 정부의 생각은, 강한 정책 시행으로 앞으로 분양가는 낮게 결정된다는 시장의 인식이 굳어지면 분양 때마다 청약 신청이 몰리면서 과열되는 상황은 단기적 부작용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분양사업 단지 주변의 집값이 부동산대책 효과로 안정되면 청약 로또 현상을 부르는 시세차익 격차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이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변수는 굵직한 대형 재건축 사업이 다수 남은 상황에서 그때마다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청약 과열에 대한 비판에도 정책당국이 흔들리지 않으면서 우직하게 견뎌낼 수 있는 정도로 상황이 통제되면서, 정부가 기대한 효과가 최대한 빨리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큰 정책의 성공에는 여론과 돌발상황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수십 년을 돌아보면 마치 내성에 따라 더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해지는 것처럼, 8·2대책과 후속대책의 강수가 나온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와 시장에서 책임을 외면하고 불만만 제기할 수는 없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오히려 현재의 기본형 건축비도 높은 수준이라며 상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과거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분양가심의위원회의 허술한 심의, 실제 건설원가보다 부풀려진 기본형 건축비, 근거 없는 가산비 허용 등으로 실질적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