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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드러나는 F-35A 가격…너무 다른 韓·美 방산의 처지

[취재파일] 드러나는 F-35A 가격…너무 다른 韓·美 방산의 처지
공군이 미국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도입하는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가격이 일부 공개됐습니다. 공군은 F-35A를 모두 40대 도입합니다. 우선 내년 도입하는 1차분 6대 가격의 윤곽이 나왔습니다.

대략 대당 9,460만 달러, 우리 돈 1,060억 원(엔진 가격 포함)입니다. 흔히 말하는 천문학적 액수처럼 들리지만 이것조차 많이 내려간 가격입니다. 군이 2014년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을 때 대당 가격은 1,270억 원으로 예상했었습니다. 대당 200억 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셈입니다.

가격의 윤곽이 나온 6대를 제외한 나머지 34대의 가격은 아직 모릅니다. 2019년 10대, 2020년 12대, 2020년 12대 도입하는데 해가 갈수록 가격은 점점 떨어지게 돼있습니다. 결함도 줄어듭니다. 무기 체계는 처음에는 소량만 생산하고 차츰 생산량을 늘립니다. 극한의 전장에서 가동되도록 만들어진 무기이지만, 가혹한 환경의 실전에 배치되면 결함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래서 생산 차수마다 결함을 잡아가며 생산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가격도 덩달아 떨어집니다.

결함은 무기의 숙명과도 같습니다. 초기 전력화 단계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록히드 마틴 같은 세계적인 방위산업체도 우리나라에 오면 곧바로 방산 비리 기업 대열에 서게 됩니다. F-35도 결함 발생 건수가 적잖은데 우리나라였으면 감사원, 검찰이 비리라며 달려들었을 것입니다. 세상 인심도 덩달아 싸늘하게 돌아섭니다. 지난 정권 때 깊이 뿌리내린 악습입니다.

● LRIP 10차분 F-35A 대당 가격, 9,460만 달러
[취재파일] 드러나는 F-35A가격…너무 다른 韓美 방산의 처지
록히드 마틴이 F-35의 LRIP(초도 소량 생산) 10차분 가격을 공개했습니다. 10차분 90대 중 F-35A는 76대인데 이 가운데 우리 공군이 도입하는 6대가 포함됐습니다. 76대 F-35A의 대당 평균 가격은 9,460만 달러(엔진 가격 포함)입니다. 우리 돈으로는 1,060억 원 정도입니다. LRIP 9차분 보다 7.3% 내린 가격입니다.

LRIP 10차분의 F-35A 76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 노르웨이, 오스트레일리아, 터키, 일본, 이스라엘 인도분도 들어 있습니다. F-35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나라는 조금 싸게 구매할 테고 기체에 옵션을 많이 붙인 나라는 돈을 조금 더 낼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지불하는 6대의 대당 가격은 9,460만 달러보다는 조금 늘어날 수는 있지만 평균과의 편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우리 공군은 내년 6대에 이어 2019년 10대, 2020년 12대, 2021년 12대 등 모두 40대를 도입합니다. F-35A의 가격은 점점 내려갈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F-35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호통을 친 터라 가격 인하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 공군이 도입하는 F-35A의 대당 평균 가격은 1,000억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체 가격만 놓고 보면 4조원입니다. 군이 2014년 F-35A 도입을 결정했을 당시 예상 가격은 대당 1,270억 원으로 40대의 기체 예상 가격은 5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기체 가격에서만 1조 원 이상 사업비가 남게 생겼습니다. 방위사업청은 “기체 가격 인하분은 사업 마지막 단계에서 일괄적으로 정산된다”며 “최종적인 F-35 도입 사업비는 현재로서는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F-35의 결함과 국산 무기의 결함…같지만 다른 처지

F-35의 결함은 필설로 다 풀어내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품인 엔진은 화재가 발생하는 중대 결함이 드러냈습니다. 동체에는 균열이 생긴 적도 있습니다. 레이더 등 각종 전자장비의 오작동도 잦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정부가 F-35의 결함을 비리라며 떠들썩하게 발표했다는 소식은 지금까지 없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감사원, 검찰, 금감원, 국세청이 '결함투성이' F-35의 록히드 마틴을 맹공하고도 남았습니다.

무기를 개발할 때 초기 전력화 단계에서의 결함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민간의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무게에 내구성도 갖춰야 하고 정밀도 뿐 아니라 강력한 힘과 속도는 기본입니다. 결함은 생길 수밖에 없어서 록히드 마틴도 전투기를 처음에는 아주 조금만 생산합니다. LRIP 1차에서는 딱 2대 만들었습니다. 2차 때는 12대, 3차 때는 13대를 생산했습니다. 4차, 5차 때도 32대씩 내놨습니다. LRIP는 각 차수 별로 별의별 결함들이 발생하면 그 결함들을 수정해 가는 과정입니다.

감사원이 국산 ‘결함투성이' 헬기라고 전 세계를 향해 광고한 수리온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헬기를 만드는 모험인데도 LRIP 1차에 해당하는 초도 생산부터 수십대를 찍어냈습니다. 정부의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당연히 결함이 뒤따랐습니다. 단언컨대 록히드 마틴이 수리온을 만들었어도 결함은 생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결함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죄다 해결됐습니다.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를 넘어 신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감사원의 칼날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K-9 자주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발생한 K-9 화재 및 폭발 사고가 결함인지 아닌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진보, 보수를 막론한 언론 매체들과 보수 야당들은 K-9 헐뜯기에 바빴습니다. 전력화 한참 전인, 개발 중에 발생한 사고까지 악착같이 끄집어내서 사고를 자주포의 결함으로 몰아 가는 데 혈안이 됐습니다. 국방부의 차관은 국회에서 “K-9 사고는 결함 때문”이라는, 자격을 의심케 하는 무지몽매한 발언을 뱉어댔습니다. 무기 관련 사고는 결함으로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결함이라고 결론짓고 비리로 몰고 가는 일련의 과정이 우리나라에서는 기본 코스가 됐습니다.

K-9은 방산비리 무기 후보 리스트 1순위에 올랐습니다. 머지않아 감사원, 검찰이 제조업체인 한화 테크윈으로 총출동할 일만 남았습니다. 감사원과 검찰은 스스로에게도 이렇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 보면 어떨까요? 잘못된 감사와 수사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상못할 큰 피해를 입었는지, 그런 감사와 수사가 바로 비리나 다름없는 결함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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