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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테러하겠다" 알고 보니 초등생 장난…'허위신고' 처벌 이대로 괜찮나?

[리포트+] "테러하겠다" 알고 보니 초등생 장난…'허위신고' 처벌 이대로 괜찮나?
경찰서에 사흘 새 360여 차례 허위신고 전화를 건 40대 김 모 씨가 지난 8월 14일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김 씨는 112에 10여 차례 전화를 걸다가 특정 파출소에 약 350차례 전화를 걸어 "쿠웨이트에 가야 하는데 경찰이 막는다"고 항의하거나 다짜고짜 "경찰이 직접 와서 확인해 봐야 한다"는 등의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 씨의 신고를 받고 몇 차례 '허탕' 출동한 경찰은 그에게 허위신고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전화는 계속됐습니다. 결국 경찰은 허위신고 3일째에 고시원에 홀로 거주하던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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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
"전화를 끊어도 다시 전화를 거는 등 공무방해 정도가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습니다."
■ 허위·오인신고로 인한 경찰 출동…하루 평균 1천9백여 건

최근 4년간 허위신고나 오인신고로 인한 경찰 출동 건수가 160만 건을 넘어 경찰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허위·오인신고로 인한 출동 건수가 160만 9천938건에 달했습니다.

이후 3년 동안 이러한 신고는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허위·오인신고로 인한 경찰의 하루 평균 출동 건수는 1천9백여 건에 달합니다. 허위 또는 잘못된 신고로 매일 2천 번가량의 출동에 경찰력이 낭비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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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오인신고로 인한 경찰 출동 건수
2014년 29만3천여 건
2015년 40만5천여 건
2016년 69만2천여 건
2017년 7월까지 21만9천여 건
■ '테러하겠다'는 허위제보에 경찰특공대와 기동대까지

지난 7월에는 초등학생의 허위제보로 경찰특공대와 기동대까지 투입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6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백화점 '고객의 소리함'에서 테러 예고로 의심되는 글이 적힌 엽서가 발견됐습니다. 엽서에는 '2017년 7월 6일 테러를 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엽서를 발견한 백화점 직원은 112에 바로 신고했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북부경찰특공대와 기동대가 투입됐습니다. 백화점 측은 직원과 고객들을 대피시켰고 경찰은 지하 7층, 지상 10층 규모의 본관과 지상 5층 건물인 별관을 2시간가량 수색했습니다. 그런데 테러를 예고한 범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를 찾기 위해 CCTV를 확인한 끝에 엽서를 남긴 사람이 인근 초등학교 4학년생인 A군으로 밝혀진 겁니다. 경찰의 조사 결과 A군은 장난으로 부모 몰래 엽서를 쓴 뒤 고객의 소리함에 넣었고 '테러'라는 단어의 의미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거짓신고로 의심돼도 출동할 수밖에 없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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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허위신고 사례
"옆집 사람이 죽어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여자친구가 실종됐어요, 자살 시도하는 것 같으니 찾아주세요!"
"지금 불이 크게 났어요! 빨리 출동해주세요! 어디냐 하면 내 마음에 불이 났어요!"///
허위제보가 있을 때마다 경찰은 골머리를 앓습니다. 허위신고로 의심된다고 해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테러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난처럼 보이는 신고에도 대규모 경찰 병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입니다.

■ '솜방망이 처벌'받는 허위신고…도움 필요한 사람 안전 위협

더 큰 문제는 허위신고가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벌금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허위신고를 하면 출동으로 발생한 비용을 신고자에게 추징하고 죄질에 따라 징역형으로 강도 높게 처벌합니다.

허위신고를 경찰력 낭비는 물론 도움이 절실한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처벌 수위가 높지 않고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허위신고는 6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형에 처합니다. 또 경찰이 출동했는데 허위신고로 확인되면 공무집행방해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솜방망이 처벌'받는 허위신고…도움 필요한 사람 안전 위협
하지만 지난 2014년 이후 112 허위신고로 처벌받은 1만 1,036건 중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73.4%인 8,101건에 불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권력 투입비용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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