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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종훈 인터뷰 "억지엔 강단 있게…외교안보 논리도 갖춰야"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③

[취재파일] 김종훈 인터뷰 "억지엔 강단 있게…외교안보 논리도 갖춰야"
▶ "美 자동차·철강 '적자 논리', 면밀하게 보라"
▶ "한미 FTA는 분명 '윈-윈'"…트럼프는 왜?

지난달 22일, 결국 한미 FTA 재협상 절차가 개시됐다. 서울에서 만난 미국 측 협상단은 예상대로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불균형을 언급하며, 협정 개정 카드를 꺼냈다. 우리 측은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고,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부터 분석하자고 맞받았다. 초반 기 싸움에선 밀리지 않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초반 전술을 보며, 기자는 7월 중순에 만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거침없는 조언을 떠올렸다. 그는 한미 FTA는 '윈-윈'이었으며 미국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종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거론하는 걸 보면, 뭔가 정교한 논리가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럼, 앞으로 남은 전체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 전략은 뭘까. 통상 전문가인 그는, 뜻밖에도 외교와 안보논리까지 적극적으로 끌어 쓰라고 주문했다. 이젠 10년이 지난 최초 FTA 협상 당시의 뒷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 2006년부터 첫 타결까지 14개월을 협상했는데, 미국 측 협상단의 준비 수준은 얼마나 꼼꼼하던가요?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들은 다 궁금하게 생각하고 하시니까, 언론에서는 뭐 싫던 좋던 여러 가지 예견도 해야 하고, 분석기사도 써야 하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도 뭐 많은 신문에 뭐 논의될 수 있는 게 이런 게 있다고 글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거는 어떤 면에선 우리가 좀 조심할 필요도 있어요.

제 경험을 보면, 미국협상단은 일단 협상이 딱 본 무대에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중요한 신문, 방송에 그날 보도된 내용은, 24시간 안에 영어로 번역돼서 협상단 책상에 다 올라갑니다. 시차가 한 24시간 있는 거지, 우리하고 똑같이 보고 있어요. 나중에 알았죠. 처음에는 그런 거, 뭐 밝히지 않았죠. 우리나라 언론에서 이런 것들이 논의될 수 있다. 이러면, 저쪽에서는 그거 다 알고 오고요. 그 얘기는 '이미 한국은 내부적으로 요러요러한 거에 대해 준비는 하고 있구나.' 이렇게 되는 거죠."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2010년에 재협상 요구가 들어왔을 때, ‘점 하나도 못 고친다.’라고 대응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알았기 때문인가요?

"2009년부터 오바마 정부가 이거 고치자 저거 고치자 할 때, 사실 '점 한 자도 못 고친다.'하고 대응을 했었죠. 처음에 그러다 나중에 추가협상을 하면서, (국내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고요. 그런데 그거는 어쩔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럼 상대편에서 '고치자!' 하면 '그래, 나 고칠 준비됐어.' 하고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게 만약 우리가 우리의 필요로 우리가 발견한 문제를 갖고 좀 새롭게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하면, 상대편이 '그거 뭔데?' 하고 상대편도 좀 수세적으로 하겠죠.

근데 지금 국면은 저쪽에서 뭔가 뭐 하여튼 이야기할 게 있다는 거고, 뭐 굳이 뭐 협정문 몇 조 몇 항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호 국가 간의 한쪽이 '할 말 있다.' 하면 '그거 나 싫어, 안 만나.' 그거 안 됩니다. 만나야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다만, 그 이야기가 서로 어떤 합리나 논리를 담보로 한 이야기가 돼야, 수렴될 수 있는 거죠. 그렇지 않고 하여튼 뭐 억지가 있고 뭐 계속 이제 고압적으로 한다든가 그러면, 그거는 뭐 우리나라 경제규모도 지금 작지 않은 나라인데 강단 있게 대응해야죠."

● 한미 FTA가 경제적으로 상호 이익을 늘리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겠군요.

"개인적으로는 한미 FTA 협상을 할 때, 그때 정부에서 받은 지침이 아주 균형 있게 돼 있었어요. 다섯 가지였죠. 첫 번째는 하여튼 이게 ①'양국 간의 혜택의 균형이 나오는 결과를 만들어라.' '저쪽만 좋아지고 우리는 나빠지고, 아니면 우리만 좋아지고 그러면 안 된다는 게, 당시 정부의 제일 첫 번째 주문이었습니다. '이익의 균형'을 만들어 내라. 그거였거든요.

그런데 아마 그 배경에는 아무래도 걱정이 우리가 덩치가 작고, 경제규모가 작으니까 잘못하면 우리가 손해 아니냐. 그래서 최소한 균형은 만들어내라. 이런 인식이 깔려 있었겠죠. 그다음 둘째는 우리가 그래도 제조업이 강하니까, ②'공산품에 대해서는 미국의 저 큰 시장을 확대할 그런 기회로 만들라.'

그리고 셋째는 우리가 아주 취약한 부분, 또 특히 농업이죠. ③'농축산업 피해가 최소한이 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 그런 겁니다. 그다음에 서비스업. 우리가 서비스 산업이 지금 뭐 선진국보다 많이 약하니까, 공익성이 강한 사회 서비스 예를 들어 ④'의료보험, 교육, 방송 분야 같은 분야는 공익성을 좀 지키도록 해라.'

그다음에 ⑤'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런 다섯 가지였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은 굉장히 고민 끝에, 아주 포괄적이면서도 정교하게 받은 '맨데이트'(mandate, 위임받은 내용)였거든요."

● 말씀하신 ‘이익의 균형’을 지렛대 삼아, 우리가 손해 보는 부분을 바로잡자고 역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저도 돌이켜 복기를 해보면, 제일 아쉬운 부분이 서비스 쪽에서, 우리가 너무 촘촘하게 많이 방어했다는 거예요. 교육 개방은 미국이 큰 요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적으로 논란만 있었고. 그다음에 의료 개방을 하면 뭐 맹장 수술받는데 1천만 원 든다고 누군가는 그랬고요.

그런데 그런 일 생기지 않았고요. 사회 서비스는 공익성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또 그렇게 했고요. 그런 과정에서 많은 서비스 부분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그거를 요번에 할 수 있느냐. 저는 그거는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미국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으로, 내향적으로 가면서, 다자주의보다 일방주의를 택하고 있죠. 자유무역보다 보호주의죠.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우리도 모범을 보이겠으니 같이 무슨 서비스를 이런 식으로 개방해 나가자.’라든지. 뭐 그렇게 하면서 국제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든지 그런 의도는 없는 것 같아요."

● 미국의 적자는 다른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한미 FTA를 수정해서 없앨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계신대요?

"사실 뭐 미국의 적자는 경제학자들은 모두 다 이구동성 이야기합니다. 무역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미국은 기본적으로 저축보다는 투자가 많고, 생산보다는 소비가 많고, 소비가 많으니까 수입 수요가 있는 나라거든요. 미국의 무역수지라는 게, 70년대 중반에 살짝 한번 흑자를 보고 그 뒤로 한 번도 흑자를 본 적이 없거든요. 20년 전인 1997년 미국의 적자가 1천억 불 수준이었어요. 작년에 7천500억 불입니다. 20년 만에 약 7배나 늘어난 거죠. 이걸 한국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은 참 곤란하다 싶어요."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이런 사실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고 알리는 게, 중요하겠군요.

"제가 미국도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할 때, 뭐 어차피 언론에 자꾸 알려지고 하니까 서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미국의 적자가 그렇게 크다는 거, 국민이 다 알고 있다는 거죠. 거기에 거의 반 이상, 3천억 불 이상이 중국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요. 그다음에 일본, 독일 순으로 적자를 보고 있고요.

그럼, 우린 250억 불 수준인데, 그 위에 중국, 일본, 독일한테는 이런 소리 못 하다가 한국하고는 FTA를 했더니, 협정이 완전 '두렵다', '이것 때문에 적자다.' 이러면 우리 국민들이 오인하기 딱 좋잖아요. 미국이 적자 많이 보는 나라는 가만히 두고, 왜 우리 우리한테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 거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풀어 가면, 한미 우호관계나 동맹관계에 장기적으로 절대 좋지 않거든요."

●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협상에 활용하라?

"경제문제는 경제문제라고 선을 긋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고, 상대편에서도 혹시라도 이게 이런 문제를 좀 본질을 넘어서는 과도한 정도의 억지 주장을 하면, 오해를 가져오기 딱 좋은 거죠. 예.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억지를 보이면, '우리 국민들이 오해하기 딱 좋다. 아무리 우리가(협상팀) 국민들한테 경제는 경제문제고, 안보는 안보문제라고 이야기를 하고 분리해서 다루려고 해도, 오해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 이건 서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이죠."

● 통상 전문가인데, 한미동맹 같은 외교나 안보논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견해로 들립니다.

"제가 만약 정부에 있다면, 미국에 '우리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세상 사람 다 아는 게 그 많은 적자 국가 다 제쳐놓고 너희가 한국을 이렇게 대하면, 한국 국민이 아니 저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이러냐? 이게 뭐 안보에서 약점을 봤느냐.' 이렇게 된다고 말이죠.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 동맹관계에 좋지도 않고, 안 그래도 우리나라에 지금 반미 감정이라는 게 엄청나게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거는 미국도 조심해야 하고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고.' 설령 미국이 우리에게 진짜 불이익을 주고 싶어도 그것 때문에라도 조심스러워서라도 조심해야죠."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앞으로 재협상이 본격화한다면, 어떻게 흘러갈까요.

"국면이 그런 식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트럼프라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밑에 나서서 협상하는 사람들은, 뭐 그래도 수치도 있고 논리도 있을 텐데요. 논리로 싸우면 논리로써 얼마든지 이렇게 협의를 하고, 합당한 논리에서 서로 수렴이 되면, 그거는 서로 인정을 할 수 있죠.

미국이 아주 그 정교한 논리로 '이건 이러했기 때문에 이 적자가 생긴 거 아니냐. 아니면 당신들이 위반한 건 아니지만, 굉장히 교묘한 어떤 장벽이 있다.'라고 주장하면, 들어보면 우리 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뭐 그런 '논리'라면, '논리'로서 이야기해서 결국 좀 ‘수렴’해 갈 수 있겠죠. 그런 게 통상적으로 정부 간에 해야 할 일이고요. 그렇지 않고 계속 무역적자 얘기만 하면서 이걸 어떻게든 해소를 해야 하겠다고 하면, 뭐 마땅한 방법도 없이 계속 억지 주장을 하면, 이게 우리나라의 격에 맞지 않다면, 우리도 굉장히 '강단' 있게 대응해야 해요. 예. 강단 있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 번 책임진 수장이었다. 지난 7월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SBS 성남지국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본부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분석한 내용을 쏟아냈다.

경험과 수치로 짜인 논거는 명료했다. 재협상은 피할 수 없더라도, 수세에 몰릴 이유도 없다고 내다봤다. 통상 전문가이면서도, 인터뷰 말미에는 통상 논리에 갇히지 말 것을 주문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외교와 안보 논리까지도 준비하라는, 과감한 제언이었다. 옛 여당 소속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풍길 법한 정치적인 접근법은 읽히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FTA 재협상 대응 매뉴얼'은 무엇일까. 인터뷰 전문을 세 차례 취재파일로 정리한다. 기자가 팩트체크한 내용은 괄호 속에 담았다.

* 김종훈은 누구? 지금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외교관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수석대표가 됐고, 2007년부터 만 5년 가까이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두 차례 한미 FTA 협상을 책임졌다. 2012년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강남 을에 공천돼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작년 20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1952년 대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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