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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항공기 지연의 비밀…"이 시간대를 노려라"

[마부작침] 항공기 지연의 비밀…"이 시간대를 노려라"
지난해 인천공항 출발 국제선 항공기 3대 중 1대 꼴로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출발했다. 정시에 출발한 경우는 10대 중 1대도 안 되는 6.2%에 불과했다. 해외로 나갈 때, "제 시간에 출발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다만, 항공사별, 노선별, 시간대 별 차이는 컸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의 운항 지연율을 분석했다. 지난해 6월 보도한 <[마부작침]‘지연율 1위’ 불명예 항공사는?..상식과 다른 결과> 기사는 2015년 1년간 데이터로 분석한  반면, 이번 기사는 분석 기간을 2015년~2017년 7월까지로 확대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www.airportal.go.kr)에서 검색되는 항공기 출발, 도착 정보 185만 여 건이 분석 대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자체 규정에 따라 국내선은 30분, 국제선은 1시간을 초과할 때 '지연'으로 파악하지만, <마부작침>은 지난해에 마찬가지로 '지연' 기준을 '국내선은 15분, 국제선은 30분 초과'로 삼았다.
[마부작침] 썸네일
[인터랙티브 주소] 
http://mabu.newscloud.sbs.co.kr/20170904flight/
※ 인터랙티브 사이트에서 항공사, 노선별, 연도별 정시출발율과 지연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제선 출발 지연율 1위 말레이시아항공…국내 항공사 중 1위는 대한항공

2015년부터 지난 7월 31일까지 인천공항에서 국제선 항공기는 37만 7,938번 이륙했다. 이 중 하루 1회 이상, 즉 1년에 365회(2017년은 7월 31일 기준 212회 이상) 이상 운항한 항공사는 35곳이다. 이 중 30분 초과 출발 지연율이 가장 높은 곳은 말레이시아항공으로, 2대 중 1대 꼴인 48%로 나타났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의 출발 지연율이 3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율 상위 10위권엔 중국 항공사 3곳과 국내 항공사 3곳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지연율 1위는 일본 저가항공사 피치항공이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말레이시아항공으로 바뀌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매년 지연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연율 순위도 올라갔다. 인천공항 기준으로 정시성 측면에서 말레이시아항공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마부작침] 항공사 평균 지연율
2015년 기준 국내 항공사 중 대한항공만 지연율 상위 10위 권에 포함됐는데, 2016년엔 대한항공, 제주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 3곳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만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승객들은 다른 국가 항공사 또는 저가 항공사 대신, 더 많은 돈을 주고 국내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는데 정시성 면에선 제 값을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부작침] 항공사 평균 지연율 상위 10위권 변화
● '연결 지연' 압도적 1위…'여객 처리 지연'이 높은 국내 대형항공사

<마부작침>은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기의 지연 사유도 함께 분석했다. 인천공항 출발 국제선 평균 지연율은 2015년 28.3%, 2016년 37.7%, 2017년 7월 까지 평균 34.3%으로 확인됐다. 지연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연결에 의한 지연’, 소위 ‘접속 지연’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다시 해외로 출발하는 비행기의 인천공항 도착이 늦어지면서, 인천공항 출발도 연쇄적으로 늦어진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매년 전체 지연 사유의 86% 정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탑승 수속 지체 등으로 인한 여객처리 지연 4.8%, 기체 정비 관련 4.2% 순이다.
[마부작침] 항공 지연 원인
하지만, 항공사별 양상은 달랐다. 항공사별 지연율(2015년~2017년 7월) 1, 2위를 차지한 말레이시아항공과 선전항공도 각기 다른 지연 사유로 분석됐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연결에 의한 지연’은 평균보다 낮았지만, ‘정비 관련 지연’이 평균(4.2%)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19.7%로 분석됐다. 반면, 선전항공은 ‘연결에 의한 지연’이 평균(86.2%)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97.3%로 나타났다.

지연율 상위 10위 안에 든 국내항공사만 보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연결에 의한 지연'은 평균보다 낮았지만, '여객처리에 의한 지연'이 평균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자사 항공기 국제선 승객 중 중국이나 인천 공항을 거쳐 미국 등으로 가는 환승객 비중이 높다는 점을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꼽았다. 한편, 제주항공은 ‘연결에 의한 지연’이 90.3%로 압도적이었다.
[마부작침] 국내 항공사별 지연 사유
● "저가 항공사의 예비기 부족과 중국 노선 혼잡이 주된 사유"

항공업계는 저가항공사의 경우, 연쇄적인 접속 지연을 끊어 줄 예비 항공기 숫자가 대형항공사 보다 적어 ‘연결 지연’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연이 자주 발생하는 중국 노선의 경우 중국 공항 내 혼잡으로 중국 출발이 지체 돼 ‘연결 지연’이 자주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2016년 하계(3월~10월)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예비기가 제주항공에 비해 2배 이상 많고(국토교통부, 김포-제주 기준 항공사별 예비기 확대 계획 자료 기준), 인천과 중국만 오가는 선전항공이 지연율 1위를 차지한 것도 '예비기'가 부족해서라고 항공업계는 보고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추정은 중국 노선 못지않게 다른 노선을 많이 운항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의 ‘연결 지연률’이  높다는 점까지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실제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노선 기준으로 중국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수준이다. 또, 혼잡하지 않은 새벽 시간대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출발이 늦어진 승객의 사례까지 설명하기엔 항공업계의 분석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 새벽 3시, 오전 11시, 오후 1시, 밤 9시에 높은 지연율…왜?
[마부작침] 항공 시간대별 운항 횟수 및 지연율
위 그래프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시간대 별 국제선 항공기 운항 대수와 시간대별 30분 초과 지연율을 표시한 것이다. 새벽 1시~ 6시 사이 출발하는 비행기가 극히 적고, 오전 8시~10시 구간과 오후 1시~3시, 저녁 7시~9시 구간에 비행기가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대별 지연율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운항이 적은 새벽 3시와 5시 지연율이 가장 높고, 오전 11시와 오후 1시, 밤 9시를 전후해 지연율이 시간대별 최대치를 기록한다 .하루 중 지연율이 특별히 높은 시간대가 있고, 그 시간대가 인천공항 활주로가 가장 붐비는 시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특정 시간대 지연율이 상승하는 것일까? 서울항공청 관계자는 “관제를 할 때 도착지 공항이나 항로를 관리하는 기관에서 공항과 항로의 혼잡을 막기 위해서 흐름 관리(ATFM: Air Traffic Flow Management)를 한다”며 “밤 9시 이후는 필리핀 남부의 흐름 관리를 위해 동남아 측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중국 측에서 인천발 항공기의 간격 유지 등을 요청한 걸 반영해서 비행기 출발 간격을 조정하다 보니, 특정 시간에 특정 노선의 지연율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항공청의 이런 설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여객 처리에 의한 지연’이 높았던 이유와도 관련 있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인천 출발 국제선 비행기 중 중국행이 1/3 정도를 차지한다"며, ”중국 공항 환승객 탑승을 위해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관제상 늦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가 여객처리에 의한 지연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의 항공관제가 직접적인 이유라는 것으로 앞서 서울항공청의 설명과 같은 맥락이다.

● 여행팁! 베트남 나트랑, 스위스 취리히행 등…이 노선을 조심해라

지연율은 각 대륙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발 대륙별 지연율로 살펴보면, 남유럽(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평균 지연율(33.5%)보다 20%p가까이 높은 54.5%에 달했다. 다음으로 동아프리카(에디오피아),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지연율이 46%에 육박했다. 정시 출발율은 서아시아(아랍에미리트 등)가 4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륙별 지연율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지역으로 묶어 평균치를 분석한 것으로, 효과적인 여행계획을 짜기 위해선 세부 노선별 지연율이 더욱 중요하다. 특정 노선은 자주 지연되기 때문에,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어느 정도 지연을 감안해서 계획을 짜야 출발부터 기분을 망치는 걸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부작침] 항공 노선별 평균 지연율
※ 그래프를 클릭하면 129개 노선별 정시출발율과 지연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부작침>이 분석한 129개 노선 중 지연율이 50%이상인 곳은 모두 12곳(그래픽 참고)이다. 이 중 가장 지연율이 높은 노선은 베트남 나트랑행으로 확인됐다. 지연율이 67.9%로, 10번 중 7번은 30분 초과 지연됐다. 평균 지연 시간은 42분이었다. 다음이 스위스 취리히행으로 지연율 65.8%, 평균 지연 시간 45분이었다. 이 외 이탈리아 로마행,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스페인 마드리드행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지연율(49.9%)과 미국 뉴욕행 지연율(46.9%)은 가까스로 50% 미만이었지만, 정시 출발율은 0%로 분석됐다. 즉, 이들 노선으로 해외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어느 정도 지연은 감안해야 된다.

반면, 정시 출발율이 가장 높은 노선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행으로 75%로 분석됐다. 평균 지연시간도 10.5분, 지연율은 4.7%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카타르 도하행(71.2%), 미국 뉴어크행(62.4%)의 정시 출발율도 높은 수치로 보여, 이들 노선들은 비행기 티켓에 적힌 예상 출발 시간대로 여행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마부작침] 노선별 정시출발률
※ 그래프를 클릭하면 129개 노선별 정시출발율과 지연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김포/제주발 국내선 지연율, 대한항공 계열>아시아나 계열

<마부작침>은 국내선의 경우, 이용자가 많은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 항공사로만 한정했다. 김포공항 출발 항공사 중 ‘15분 초과 지연율’(2015년~2017년 7월)이 가장 높은 곳은 대한항공의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로 59.5%였고, 대한항공은 58.1% 지연율로 2위로 나타났다.

반면 경쟁사인 아시아나 항공은 50.7%, 아시아나 항공의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은 유일한 40%대인 46.1%로 분석돼 아시아나 항공 계열이 대한항공 계열에 비해 정시성이 비교적 높았다. 노선별로는 제주행, 울산행, 김해행 순으로 지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공항도 김포공항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지연율이 가장 높은 항공사는 75.4%의 진에어로 집계됐고, 대한항공이 74.9%로 뒤를 이었다. 반면, 아시아나 항공은 65.1%, 에어부산은 70.4%로 역시 아시아나 항공 계열이 대한항공 계열에 비해 지연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노선별로는 군산행, 광주행, 여수행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안혜민
디자인/개발: 임송이
인턴: 홍명한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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