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관계자들은 지난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남을 갖고 농성 종료를 공식화했습니다. 박 장관은 농성장에서 '송파 세 모녀'를 비롯해 복지 사각지대에서 숨진 희생자와 활동가 18명의 영정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공동행동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공동행동 측이 5년간 농성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농성 도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사연을 살펴봤습니다.
■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광화문역 지킨 장애인들
17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지난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18대 대선 예비후보들로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침이었지만, 대통령이 두 번 바뀔 때까지 농성은 계속됐고 지난 21일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농성장 장애인들은 멸시와 추위를 견디며 고스란히 5년을 버텨냈습니다.
■ 장애인 등급제 폐지…불길 피하지 못한 송국현 씨
공동행동 측이 5년간 목소리 높여 3대 적폐 폐지를 촉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애인 등급제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인을 1∼6급으로 나눠 이에 따라 의료·복지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필요가 아닌 의학적 기준으로 등급을 적용하는 현행 제도는 오히려 장애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게 공동행동 측의 지적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도 장애등급이 기준에 미달해 불편을 겪는 일이 속출한다는 겁니다.
송 씨는 국민연금공단에 등급 재판정을 신청했지만 다시 3급 판정이 났습니다. 결국 활동보조인 없이 생활하던 송 씨는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집에서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송 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흘 만에 숨졌습니다.
■ 부양의무제 폐지…자살을 택한 장애인들과 송파 세 모녀
부양의무제란 부모나 자식 등 경제활동을 하는 가족에게 '부양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는 부모-자녀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입니다. 이 제도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수급을 받으려면 아무리 가난해도 부양의무자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합니다.
장애인 가족의 죽음도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지난 2015년 1월 대구에서는 발달장애인 언니를 둔 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같은 해 2월 40대 발달장애인 아들이 70대 아버지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장애인인 가족 구성원을 부양하는 데에서 오는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12년간 531명 사망한 부산 형제복지원
공동행동 측은 장애인 수용 시설 폐지도 계속해서 주장해왔습니다. 장애인을 사회와 격리된 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공동행동 측의 입장입니다.
또 1975년부터 12년간 장애인, 무연고자 등을 대규모 시설에 불법감금하고 성폭행, 강제노역 등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최근 2년 8개월 동안 129명의 장애인과 노숙인이 사망한 '대구 희망원 사건' 등 장애인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 사태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동행동이 5년간의 농성을 마무리하는 다음 달 5일은 장애인 인권단체인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가 설립된 지 10년째 되는 날입니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단계적 폐지를 약속하면서 농성을 해제하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이제 막 뗀 것으로 아직 가야 할 길은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