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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그림자 노동…출산·육아에 발목 잡힌 '나'

'82년생 지영이들의 삶,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나요?'

27일 밤 방송된 SBS 스페셜 '82년생 김지영 - 세상 절반의 이야기'는 동명의 소설을 현실에 대입한 노블 다큐 형식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발간된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가 대한민국에서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로 살면서 겪어온 고난과 아픔을 그려 독자들의 큰 공감을 샀다.

제작진은 1980년대 생 지영 씨들을 모았다. 경영 컨설턴트, 전업주부, 연구 간호사, 웹디자이너, 고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지영 씨들이 등장했다.

먼저 부산에 살고 있는 1987년생 지영씨의 일상을 따라갔다.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를 하던 지영씨는 출산과 함께 삶의 중심이 아이 위주로 바꼈다. 

지영씨는 "기간제 교사 채용 면접을 보고 통과를 했다. 그런데 채용 담당자가 일을 시작한 후 바로 임신을 하면 자기가 곤란하지 않겠냐고 했다"면서 경력 단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전했다. 통계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44.6%가 출산 6개월 내에 경력 단절을 겪었다.

두번째는 86년생 김지영 씨로 외국계 경영 컨설팅 업체 최연소 팀장이었다. 회사에서 '김지영 팀장의 방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워커 홀릭이었다.

그녀는 명문대를 나왔고, 알찬 스펙을 채웠지만 대학 졸업 후 50개의 회사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의 어려움을 겪었다.

지영 씨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리 천장을 뚫었다. 그녀는 결혼과 출산을 숙제처럼 생각하면서도 그 이후의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더불어 "남자가 임원이 되면 '능력있네'라고 하지만 여자가 임원이 되면 '독하네'라고 말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분위기"라고 씁쓸해했다.

세번째 지영 씨는 82년생 김지영 씨로 워킹 맘이었다. 7살 아들을 둔 그녀는 대학병원의 연구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경력 단절 이후 세번째 얻은 일자리라 열정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아이 엄마는 안돼"라는 평가를 듣기 싫어 악착같이 일한다고 했다.

가장의 무게감이 큰 남편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세 식구는 저녁 밥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나누지만, 쌓인 피로 때문에 깊은 대화는 힘들었다.

한 자리에 모인 80년대생 지영 씨들은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해나갔다. 부모 세대의 남아선호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현 사회 역시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여자에게 가중되는 아내, 엄마의 무게감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현실에 놓인 벽은 명확하지만, 뚜렷한 해답은 없다. 지영 씨들 역시 그것을 알고 있다. 다만 사회의 분위기,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더 관대해지고 따뜻해지길 바랄 뿐이다.

이날 방송은 비단 80년대생 지영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는 더 슬프게 여겨진게 아닐까.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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