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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리온 사고, 아파치의 1/34…감사원 "어쨌든 몹쓸 헬기"

[취재파일] 수리온 사고, 아파치의 1/34…감사원 "어쨌든 몹쓸 헬기"
감사원의 국산 헬기 수리온에 대한 최근 감사 결과를 보면 수리온은 결함투성이 몹쓸 헬기입니다. 감사원은 수리온이 날씨 추우면 얼음이 엔진 속으로 빨려들고, 유리는 깨지고, 빗물도 새는 헬기여서 하늘에 떠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고 날 듯 묘사했습니다.

또 수리온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수리온과 고등훈련기 T-50, 한국형 전투기 KF-X 등을 개발 및 생산하면서 갖은 수법으로 원가를 부풀렸다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감사원의 고발과 주장을 이어받아 KAI를 40여 일 동안 공개수사하며 KAI를 이 잡듯 뒤졌습니다.

수리온은 감사원 '주장'대로 남 부끄러운 헬기일까요? 세계적인 헬기와 비교해 봤더니 사고율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KAI는 원가를 부풀리고, 부풀린 돈을 빼돌려 전 정권 핵심들에게 상납한 방산비리 기업일까요? 검찰이 몇 년 동안 KAI를 탈탈 털었고 최근 40여 일은 전 세계에 "KAI는 방산비리 기업"이라고 공포하며 공개 수사했지만 아무것도 안 나왔습니다. 검찰은 민망한지 혹시 채용 비리라도 있을까 봐 채용 관련 서류들을 모조리 쓸어갔다는 전언입니다.

● 수리온 사고율, 현저히 낮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이덕주 교수는 지난 24일 열린 2017년도 회전익 체계 워크숍에서 세계 주요 헬기의 사고 기록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이 교수는 저명한 헬기 분야 공학 박사입니다.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유럽의 헬기 안전 위원회(EHEST), 미 육군항공의료연구소(USAARL), 미 산림청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초기 전력화 단계에서 세계 주요 헬기의 치명적 사고 건수를 비교해 강조했습니다. 치명적 사고는 미군의 기준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야기한 사고입니다. 미군 주력 기종인 UH-60과 MH-60의 초기 전력화 기간 치명적 사고는 비행시간 1만 시간까지는 5.15건, 1만~2만 시간은 5.24건, 2만~3만 시간은 3.6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행시간은 10대가 전력화돼 각각 100시간씩 비행했다면 1,000시간으로 계산됩니다.

아파치로 널리 알려진 AF-64A의 초기 전력화 기간 치명적 사고는 1만 시간까지 14건, 1만~2만 시간은 20건, 2만~3만 시간은 18건으로 나왔습니다. 감사원이 방산비리 헬기로 낙인 찍은 수리온은 어떨까요? 수리온은 현재 60여 대 전력화됐습니다. 총 비행시간은 2만 시간 정도입니다. 그동안 치명적 사고는 1건입니다. 수리온의 치명적 사고율은 미국 초(超)명품 헬기의 10분의 1~34분의 1 수준입니다. UH-60과 MH-60의 치명적 사고 건수가 합쳐지기는 했지만 각각 나눈들 수리온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고 수리온이 미국 헬기를 능가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몹쓸 헬기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 본 헬기입니다. 감사원이 지적한 조종석 앞 유리 파손은 정부가 지시한 제품을 샀다가 빚어진 결함으로 일찍이 해결됐고 와이어 커터 파손은 조종사의 조종 미숙에 따른 일로 판명됐습니다. 빗물 새는 것은 고무 패킹 교체했더니 고쳐졌습니다. 체계 결빙은 감사원이 정부에 양해를 구한 뒤 보다 극악한 환경에서도 시험해보기 위해 일정을 잡았습니다.

감사원은 턱없이 높은 기술 기준과 존재하지도 않는 법 위의 규범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 연방항공국(FAA)과 세계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8.5t인 수리온의 도심 운항 기준은 타입 B에 속하는데 감사원은 막무가내로 9t 이상 헬기의 기준인 타입 A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2~3년의 시간과 100억 원 정도 들이면 할 수 있습니다.

체계 결빙과 관련해서 감사원은 헬기가 뒤로 날 때 엔진으로 빨려드는 얼음의 양을 더 줄이기 위해 엔진 주위에 열선을 대폭 덧대라고도 했습니다. 역시 돈과 시간을 들이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상식적으로 헬기를 막다른 골목길에서처럼 후진하기 보다는 드넓은 공중이니까 U턴하는 편이 몇 배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고 안전합니다.
수리온 헬기
● KAI는 뒷돈 만들어 전 정권에 상납했나?

감사원은 KAI가 수리온을 개발하며 개발투자금과 기술 이전비를 미리 원가에 포함해서 원가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KAI가 개발투자금과 기술 이전비를 정부로부터 받기 전에 원가에 포함시킨 근거는 방위사업 원가 규정에 있습니다. 합법입니다. 해외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하는 모든 무기는 이 규정의 이 조항을 따릅니다. 규정에 따른 행위이지만 감사원은 5년 전 감사 결과와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원가 부풀리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때는 영업비밀인 핵심 부품 50여 가지의 가격을 상세히 공개해 KAI의 수출 경쟁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습니다.

KAI는 5년 전 감사 결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판결이 다음 달쯤 나옵니다. 법원이 방위사업 관리규정이라는 현행법을 인정해 KAI의 손을 들어주면 즉 감사원의 잘못된 감사라고 판결하면 정부는 KAI에 100억 원 이상을 물어줘야 합니다. 감사원의 감사위원들은 감사 행위를 통해 정부에 배임 행위를 한 셈이 됩니다. 법원이 "현행법을 준수한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결하면 감사원은 한숨 돌립니다.

감사원의 고발과 응원에 힘입어 대대적인 수사를 개시한 검찰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입니다. KAI가 원가 부풀리고 비자금 조성해서 전 정권 핵심들에게 뒷돈을 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칼을 뺐으니 무라도 베자는 심정인지 요즘은 항공기의 수출단가와 국내가격이 차이 나는 점, 채용 비리가 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출할 때는 가격 경쟁력이 생명입니다. KAI는 전투기 후발주자여서 가격이라도 낮춰야 해외에서 장사합니다. 어떤 기업이든 어지간한 물건들 수출할 때는 모두 가격 낮춥니다. 수출은 죄가 아닙니다. 채용 비리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채용 비리가 적발된다고 한들 채용 비리로 거둬들인 돈을 모두 합쳐도 전 정권 핵심들에게 바치기에는 민망한 액수가 될 것입니다.

● 해외에서 들려오는 경고음

요즘 KAI에는 사업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와 태국 정부로부터 우려를 표명하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훈련기 T-50을 추가 주문했는데 제대로 만들 수 있겠나" "KF-X 사업 무산되면 인도네시아 지분은 어떻게 되느냐"라는 질문이 주종입니다. 17조 원 규모의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 파트너인 록히드 마틴은 KAI에게 "미국의 청렴 기준에 못 미치면 사업은 물거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음 달에는 미 공군이 KAI에 대해 APT 사업 실사를 실시합니다. KAI의 고등훈련기 생산 능력과 함께 기제출한 청렴서약서도 점검합니다. KAI는 청렴서약서에서 투명경영, 로비 금지 등을 약속했는데 지금처럼 감사원과 검찰이 들쑤시는 분위기에서는 청렴서약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APT는 물 건너 날아갑니다. 정부가 도와줘도 따내기 힘든 사업인데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방해를 하고 있으니….

APT 사업을 가져가는 업체는 앞으로 세계 훈련기 시장을 지배합니다. KAI가 APT 사업자가 되면 전투기 후발국이 전투기 종주국 미국에 전투기를 팔고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쾌거입니다. KAI가 APT 사업자가 된다면 문재인 정권의 치적입니다. 실패하면 박근혜 정권이 차린 상을 문재인 정권이 엎는 모양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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