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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밀집사육, 'AI리스크'에 장기적 비용 증가"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5일)도 권애리 기자와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살충제 달걀 얘기 한 번 더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이번 사건이 닭들을 빼곡하게 넣어서 기르는 밀집 사육 때문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따져보니까 그렇게 경제적이지도 않다면서요?

<기자>

네, 최근 몇 년 동안의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요, 밀집 사육이 대형 리스크에 많이 취약합니다. 바로 AI, 조류 인플루엔자라는 리스크입니다.

그렇게 계속 방역을 해도 우리나라에서 AI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서 OECD가 최근 6월에 밀집 사육을 원인으로 지목했죠.

실제로 AI가 전국을 휩쓸 때마다 동물복지농장들은 거의 늘 피해갔습니다. 그런 문제를 좀 비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본 연구가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경기연구원의 이은환 연구위원이 계산을 해봤는데요, 지난 2006년부터 경기도 지역의 밀집농장과 복지농장이 벌어들인 수익과 비용을 각각 추산했습니다.

추산을 했다는 게, 지난 10년 동안 AI가 발생할 때마다 치러야 했던 전국의 닭 살처분 비용을 경기도의 양계 규모 비율에 맞게, 밀집농장들에만 적용시켜 본 겁니다.

그랬더니 1을 기준으로 1보다 큰 숫자가 나와야 비용보다 이익이 커지는 거라고 볼 때, 10년 치를 봤더니 밀집 사육 농장들은 1을 넘기질 못했습니다. 복지농장들은 1.028이 나왔고요.

밀집농장들의 규모가 대개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바로 비교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밀집농장들이 오히려 AI 같은 대형 리스크 앞에서 수익 면에서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동물복지농장에서 기르는 게 밀집에서 그리는 것보다 비싸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로도 들리네요.

<기자>

네, 사실 가격이 어떻게 되냐는 궁금증이 많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로서는 밀집 사육 달걀보다 동물복지 달걀이 많이 비싼 편이기는 합니다.

대형마트에서 밀집 사육 달걀이 한 알에 3, 400원 정도 하는데, 복지 달걀은 가격이 그 두 배가 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일단 지금으로서는 동물복지농장의 비중이 7% 정도로 너무 적기 때문에 이렇게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좀 줄어들 수도 있는 걸로 보는 거죠.

실제로 전체 달걀 중의 64% 정도가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생산되는 독일의 경우를 보면, 보시는 것처럼 중간 크기 달걀 10알짜리가 1.29유로입니다. 그러니까 한 알에 170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같은 슈퍼마켓 체인에서 파는 닭장 달걀, 우리나라보다 마리당 면적이 훨씬 넓고 조건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닭장에서 가둬 기르는 달걀은 한 알에 130원 정도입니다. 분명 더 싸지만, 40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이혜원/건국대 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 여전히 독일은 케이지(닭장)를 없앤다고 발표를 했고요. 2025년부터는 독일의 그런 (조건 좋은) 케이지도 사라지게 됩니다.]

<앵커>

독일은 어떻게 동물복지 달걀이 한 알에 170원인지 그게 더 궁금하네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유통업체들 자체에서 이런 밀집 사육 달걀을 안 받는 곳들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우리나라처럼 아직 밀집 사육을 많이 하는 미국의 경우에는 가장 큰 대형마트인 월마트가 2025년까지 매장에서 밀집 사육 달걀을 아예 모두 빼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테스코, 프랑스 까르푸, 또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모두 같은 시기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복지 달걀의 수요 자체가 규모가 커지면, 시스템도 좀 더 생산성이 높게 개선이 되면서 투자도 되고요. 장기적으로는 좀 더 안정적으로 저렴해질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겠지만, 단계적으로 이렇게 케이지 위주의 사육 환경을 줄여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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