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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살충제 농가'에서 팔린 닭 7만 마리…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것

[취재파일] '살충제 농가'에서 팔린 닭 7만 마리…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것
살충제 달걀에 대한 걱정은, 그 달걀을 낳은 닭에 대한 걱정으로 직결됩니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는데, 닭이라고 괜찮을까요?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두 달간 닭의 몸과 닭장에 살충제를 뿌리는 실험을 했는데, 달걀뿐만 아니라 닭고기에서도 농약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나옵니다. 닭고기는 주로 지방층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온다고 합니다. '다량'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달걀 걱정은 그래서 닭 걱정으로 이어졌는데, 닭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들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우선 산란계는 알을 낳기 위해 기르는 닭이니까 마트에서 일반적으로 팔리는 육계처럼 먹지 않아서 괜찮다? 사실이 아닙니다. 1년 반이나 2년 이상 알을 낳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육계처럼 도축(업계에서는 ‘도계’라고 합니다)해서 식용으로 유통됩니다.

또, 산란계는 도축되더라도 주로 수출되고 있다?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AI 파동 이후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동남아 수출이 어려워져 주로 국내에 전량 유통되고 있습니다. A 도축업체가 지난 1월에 잡은 산란계 4,500마리는 모두 국내 가공공장과 식당 등에 팔렸습니다. 지난 5월에 B 도축업체가 잡은 물량 7,400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국내 소매점에 판매됐습니다.

살충제 성분이 문제가 된 농가들에서 지금 닭장에 있는 산란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정부는 일단 살처분 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살아 있는 닭에는 살충제 성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애꿎은 닭을 살처분 할 수는 없겠죠. 또 살충제를 쓰지 않으면 산란계 몸에서 농약 성분이 서서히 줄어든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해당 농장의 산란계는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면 식용으로 유통될 것으로 보입니다.

● 살충제 농가 이름을 다른 농가 이름으로 '세탁'할 수도

산란계 살충제 검사, 잘 될 수 있을까요? 살충제 검사는 샘플을 어디서 채취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각 지자체 산하에는 ‘동물위생시험소’라는 기관이 있는데, 큰 경찰서와 작은 치안센터가 따로 있는 것처럼, 시험소에도 지역마다 각 지소가 별도로 있습니다. 그 지소에 있는 도계검사팀에서 농약 검사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든 도축 물량마다 농약 검사를 의무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도계검사팀 공무원이 살충제로 문제가 된 농가에 상주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산란계를 언제 도축장에 보낼지도 모르는데, 농가에 머물 수는 없죠. 농약 검사를 담당한 공무원은 관할 도축업체에 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민간 도축업체에 날마다 출장 형태로 일을 나가는 것이죠. 민간 도축업체에는 공무원 조직인 위생시험소의 내선 전화도 깔려 있습니다.

농약 검사 담당 공무원은 그 도축업체에 들어오는 산란계를 받게 됩니다. 산란계를 도축한다는 신청서는 농가에서 작성합니다. 이 신청서가 도축업체를 통해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됩니다. 서류는 2~3가지 정도 된다고 합니다. 도축 신청서에 적혀 있는 것이 농가 이름과 농장주인 이름, 주소 등입니다. 그 서류를 보고, 도축할 산란계가 어디서 왔는지 판단하게 됩니다. 살충제를 쓴 농가에서 닭이 출하되는 현장을 직접 보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농약 검사 담당자는 이 산란계가 대체 어느 농장에서 왔는지 판단할 근거가 서류밖에 없다는 겁니다. 농장주인이 산란계를 직접 갖고 오는 것도 아니고. 보통 그걸 농가에서 도축업체까지 전문적으로 운송해주는 업자가 따로 있습니다. 만일 농약 검사를 피하기 위해서 도축 신청서에 다른 농가 이름을 슬쩍 적으면? 다른 농장주인 이름을 적는다면? 농약 검사 담당자는 이걸 적발할 도리가 없습니다. 살충제 농가에서 온 산란계인데, 농가 이름을 바꿔서 농약 검사를 피해가지 않도록 현장에서 잘 감시해야 합니다.

● 이미 팔린 살충제 농가의 닭 7만 마리…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것은?

살충제 부적합 농가는 21일엔 49곳, 22일엔 52곳으로 늘었습니다. 그 농가들에서 올해 도축업체에 넘긴 산란계 물량이 있는지 궁금해서 여러 기관에 전화를 했습니다. 정부도 산란계를 도축하는 11개 업체에 확인한 결과 7월 28일 도축한 물량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닭들은 도축업체에 있었는데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이미 도축돼 시장에 풀린 물량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우선 5월 19일 경남에 있는 한 도축업체에서 산란계 7,400마리가 도축됐는데, 이 닭들은 경주의 살충제 부적합 농가에서 온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남도가 추적해보니, 이 닭들은 유통업체 두 곳을 통해서 대구와 부산에 있는 소매점 20여 곳에 모두 팔렸다고 합니다. 소매점에 산란계 물량이 남아 있는지는 대구시가 파악하고 있습니다. 7,400마리는 농약 검사 없이 유통된 닭들입니다.

더 있습니다. 1월과 2월에도 살충제 부적합 농장 4곳에서 산란계 6만2,400마리가 도축업체에 넘겨졌습니다. 모두 도축돼 팔렸겠죠. 이것은 시간이 오래 돼서 어디로 유통됐는지 취재진이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소매점에 팔려 이미 소비됐을 수도 있고, 가공공장에 넘겨져 소시지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6만여 마리도 마찬가지로 농약 검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도 닭장은 실내온도가 20도를 넘기 때문에 진드기가 있고, 살충제를 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항생제 등 잔류물질 검사는 늘 하는데, 농약 검사는 기계로 해야 하고, 닭고기 시료 채취도 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고, 시간과 예산도 많이 들어서 매번 하지는 않았다는 게 동물위생시험소 직원의 말입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농약 검사를 하지 않고 도축돼 팔린 산란계가 7만 마리 정도 되는 셈인데, 이건 정부가 밝히지 않은 수치이고, 저희 취재팀이 몇몇 지자체에 직접 확인한 것입니다. 즉, 정부는 더 많은 숫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지자체는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5곳이고, 해당 지역에 각각 1곳씩 총 5곳의 도축업체였습니다. 

● 내가 먹은 닭, 토종닭이 맞나?

살충제 달걀은 난각 코드로 확인한다고 하지만, 산란계는 닭고기 이력제도 없기 때문에 이게 어느 농장에서 온 것인지 소비자는 파악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트에서 주로 판매하는 닭이나 치킨업체에서 쓰는 건 육계, 그건 산란계보다 크기가 작아서 구별하기 쉽습니다.

구별이 어려운 건 토종닭입니다. 2kg 안팎의 무게와 크기가 비슷해서 쉽지 않습니다. 생닭 상태에서는 산란계가 토종닭보다 누런 지방층이 많으니까 그걸 보고 구별하라는 조언도 있는데, 요리를 해놓으면 사실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알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대형 마트에선 산란계를 잘 팔지 않습니다. 육질이 질겨서 소비자들이 잘 찾지도 않고요. 며칠 전 기사에 달린 어떤 댓글을 보면, 마트에서 산란계 안 판다는 걸 누가 믿느냐고 하시는데, 달걀과 닭고기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마트가 아닌 곳에서 토종닭을 찾을 땐 '토종축산물'이라는 인증마크가 있으면 그래도 좀 안심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살충제 달걀이 무더기로 나온 것처럼, 토종축산물 인증마크도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긴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참고로 알려 드립니다.
한국토종닭협회 인증마크
토종닭을 파는 일부 식당은 한국토종닭협회의 인증마크를 붙여놓기도 합니다. 이런 마크 보신 분 많지 않으실 텐데, 협회에 문의해보니까 전국에 67곳밖에 없다고 합니다. 물론 이 마크가 없다고 해서 산란계를 토종닭으로 속여서 파는 식당이라고 보시면 안 됩니다. 토종닭협회는 인증마크 제도를 시행한 지 3년밖에 안 돼서, 아직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고 있는 식당도 많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이 마크가 없다고 무조건 불신하기보다는, 이 마크가 있으면 안심, 그 정도로 참고하시면 됩니다. 토종닭협회 인증을 받은 식당 67곳은 아래 소개해 드립니다. 한 가지 더, 토종닭의 시장가격은 1만 원을 훌쩍 넘고, 산란계는 3~4천 원입니다. 토종닭을 1만 원에 3마리 준다든가, 지나치게 싸게 파는 곳은 사실 산란계일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 한국토종닭협회 인증 식당 (출처: 한국토종닭협회, 2017.8.22 기준) 
한국토종닭협회 인증 식당 (출처 : 한국 토종닭 협회)
한국토종닭협회 인증 식당 (출처 : 한국 토종닭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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