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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위협하는 취객 막다가 폭행 혐의로 기소…빚더미 앉을 뻔한 경찰관

[뉴스pick] 위협하는 취객 막다가 폭행 혐의로 기소…빚더미 앉을 뻔한 경찰관
술에 취한 남자를 저지하려다 넘어트려 빚더미에 앉게 된 순경에게 동료 경찰관들이 1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아준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박 모 순경은 지난해 "주점에서 난동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30대 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박 순경은 지구대로 남자를 데려왔지만 남자는 박 순경을 때릴 듯 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놀란 박 순경은 남자의 행동을 제지하려다 왼쪽 손바닥으로 남자의 목 부위를 밀었고 남자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습니다.
 
남자는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박 순경을 신고했고 박 순경은 결국 폭행 혐의(특가법상 독직폭행)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박 순경이 남자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좀 더 방어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박 순경은 재판에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경찰복을 벗어야했기 때문에 합의금 마련이 시급했습니다.
 
박 순경은 결국 동료의 도움에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남자에게 형사합의금으로 5천만 원이라는 돈과 치료비 3백만 원을 건네 줬습니다.
 
박 순경은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아 겨우 경찰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형사 재판이 마무리됐지만 박 순경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남자가 지난 12월 이번에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자신이 넘어진 뒤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게 됐다며 박 순경에게 4천만 원의 손해 배상과 함께 치료비를 요구한 상태입니다.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 후배를 안쓰럽게 여긴 박 순경의 상관이자 소속 지구대장인 이 모 경정은 지난 17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경정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안타까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민사소송 결과가 나오면 돈을 물어줘야 하는데 지금 당장 돈이 없다. 대출도 불가능하다.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동료 여러분께 부탁을 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글을 읽은 동료 경찰관들의 성원이 쏟아지면서 이틀 만에 1억 4천여만 원이라는 큰돈이 모였고 박 순경은 다행히 빚을 청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행법상 공무 집행과정에서 경찰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지원하는 제도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공무 집행 중에 발생하는 불상사에 대비한 대책과 지원 방안도 충분히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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