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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동물복지' 상품에 높아진 관심…농장 직접 가보니

<앵커>

친절한 경제 매주 화요일, SBS 경제부 손승욱 기자와 함께 경제 현안 얘기 나눠봅니다. 손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저희가 지난주에 동물복지 농장 얘기를 몇 번 했었는데, 손 기자가 지난주 후반에 직접 이 동물복지 농장 다녀왔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요즘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 뭔지 되짚어보자는 그런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죠.

"닭을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키우다가 살충제를 쓰는 상황이 됐고, 그렇다면 이제는 닭이 원래 살던 대로 넓은 곳에 풀어놓고, 화학약품 쓰지 말자." 이 이야기이죠.

그래서 닭뿐만 아니라 소, 돼지까지 동물복지로 키우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이 추상적인데, 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가축 본래의 습성, 그러니까 닭이면 닭, 소면 소, 돼지면 돼지가 원래 살던 환경을 만들어주고 고통 없이, 스트레스 없이 키우는 걸 말합니다.

강원도 횡성의 한 목장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선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소를 방목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조태철/목장주 : 병에 대한 저항력도 많아지고 그래서 이제 특별하게 살충제든지 항생제든지 이런 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거죠.]

이번에는 돼지입니다. 이 돈사에는 돼지를 위한 장난감과 쉼터가 있습니다.

돼지는 자라면서 물어뜯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가끔 옆 돼지를 물어서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 욕구를 풀 수 있는 장난감들을 갖춰놨습니다. 그리고 돼지가 배 따뜻한 걸 좋아한다고 해서 온돌도 만들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결국 값이겠죠. 저렇게 키우면 많이 비싸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가격도 한번 체크를 해봤죠?

<기자>

네, 가격이 많이 떨어졌던 품목도 있습니다만, 아직은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비싸다는 이유로 안 팔려서 매대에서 철수한 동물복지 상품이 있습니다.

[대형마트 직원 :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지 않아서, 올해 초복에 잠깐 운영했으나 더 이상 운영하지 않게 됐습니다.]

일반 닭 한 마리 가격이 5천 원인데, 동물복지 닭고기를 7천 원대 후반, 8천 원 정도 받고 팔았는데, 안 팔려서 철수했다는 겁니다.

물론 성공한 품목도 있습니다. 가격을 많이 낮춰야 하는데요, 가격 차이를 일반 상품과 10% 이하로 좁힌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동물복지가 뭔지 잘 몰라서 "왜 이렇게 비싼 거야?"하고 안 사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결국은 이걸 좀 확신시키려면 정부가 나서야 될 텐데, 돈이 그래도 좀 들겠죠?

<기자>

축사 시설 고치고, 동물복지 상품을 내다 팔아야 하고, 이런 데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고 이미 법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되고 있는 겁니다. 기준도 손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산란계 농장입니다. 닭이 진드기를 스스로 없애는 기술인 흙 목욕이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이곳은 동물복지 농장으로 인증을 못 받았죠.

인증을 받으려면 콘크리트를 이용한 배설물 제거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 농장에서는 톱밥과 왕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증이 안 된 겁니다.

[김성한/닭 농장 대표 : 콘크리트를 까는 것은 사람을 위한 방식이고 (이 방식은) 동물을 위한 방식입니다. 물론 사람은 더 불편한데, (닭들이) 원래 살았던 환경대로 만들어 주고 싶다 보니까.]

이런 인증 기준 문제뿐 아니라, 또 친환경 인증에 못 미치는 정부 지원 상황, 소비자들의 높지 않은 인식, 이런 것들이 겹치면서 지난 2012년 시작된 동물복지 인증은 산란계 사육 두수의 1.9%에 불과합니다.

또 하나, 동물복지라고 적혀 있어도, 요즘 믿을 수 있느냐 이런 문제가 있죠. 그래서 유럽처럼 어떤 방식으로 사육했는지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앞으로 소비자가 찾고, 정부가 지원하면 동물 복지 상품이 더 늘어나고, 그만큼 가격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앞으로 한 두 달,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유통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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