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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60대까지…천만 움직인 '택시운전사'의 힘

하대석 기자 hadae98@naver.com

작성 2017.08.20 10:07 조회 재생수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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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20대부터 60대까지…천만 움직인 택시운전사의 힘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올해 첫 천만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다루면서도 이를 소시민인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담아내 관객의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친근감 있는 송강호의 연기는 스크린과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해 이를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현대사의 아픔을 다룬 시대극인 만큼 평소 극장을 잘 찾지 않던 50대 이상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5·18을 겪지 않은 20대에서도 높은 관람률을 보이면서 전 연령대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습니다.

CGV 리서치센터가 조사한 '택시운전사' 관람객 연령대별 분포(2~15일)를 보면 10대 이하 3.6%, 20대 31.4%, 30대 24.8%, 40대 28.2%, 50대 이상 12.0% 등으로, 20대와 50대 이상의 비중이 같은 기간 CGV 전체 평균치(20대 30.5%, 50대 이상 10.6%)보다 높았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 37.1%, 여성 62.6%로, 전체 평균치(남성 36.6%, 여성 63.4%)에 비해 남성 비율이 다소 높은 점도 특징입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5·18을 소재로 했지만 정치적 사건보다는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 두 인물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1980년 5월의 그날을 직접 겪었거나 기억하고 있는 중장년층 관객들에게는 공감대를, TV, 책 등 간접적으로 접했던 젊은 세대의 관객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양한 관객층의 고른 지지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사건을 다룬 영화인 만큼 정치권의 단체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6일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데 이어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영화를 관람해 화제가 됐습니다.

앞서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영화 개봉 직후 지도부를 중심으로 '택시운전사'를 단체 관람했고,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지도부도 단체 관람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지난 11일 북미를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현지 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언론매체 및 평론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 중입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피해자의 시각에서 광주의 아픔을 담으려 했던 과거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사태를 지켜보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감정을 이입하는 과정을 그린다"며 "관객들 역시 대부분 당시 관찰자였기 때문에 주인공과 같은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크린과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데에는 택시운전사 만섭을 맡은 송강호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와 표현력으로 평범한 소시민이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뒤 겪는 내면의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로튼토마토에 평점을 매긴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평범한 근로자의 정치적 각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배우 송강호"라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습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송강호의 연기, 특히 그의 전매특허인 중얼대는 독백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송강호는 이 영화로 자신이 당대 최고의 연기자 중 한 명임을 당당하게 입증해 냈다"고 평했습니다.

자신의 주연작을 통틀어 1억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는 이 작품으로 '괴물'(2006), '변호인'(2013)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촛불 집회를 거쳐 정권 교체를 이룬 사회적 상황과 개봉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택시운전사'의 이야기가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현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 때의 감격을 다시 떠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